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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디베어 Aug 06. 2023

End) 어떻게 해야 건강한 가정을 만들 수 있을까?

 아이를 틱장애와 언어장애에서 정상이 되게 하기 위해 애썼다. 병적이다시피 책을 보고 세미나를 듣고 적용했다. 하지만 노력한 시간과 비용에 비해 효과를 보지 못했다. 열심히 공부하면 성적도 오를 텐데 열심히 해도 효과가 없으니 우울했다.


 초반에는 아이를 바꾸는데만 혈안이 되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내 안의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다. 직장에서 집에 가는 길에 마음이 이상했다. 답답하면서 우울하기도 하고 감정 컨트롤이 안되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했다. 후에 심도 있게 보니 내 안에 완벽주의, 의존증, 나르시시즘, 고집, 분노, 우울, 공황발작 등이었다. 아이의 문제와 내 문제까지 합쳐지니 살맛이 안 났다. 신도 날 버렸구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자존심이 강해서 누군가에게 나의 연약함을 말하지도 못했다. 어릴 때부터 연약함을 드러내지 못하도록 교육받았다. 나는 공수부대출신이기에 나름 정신력이 강하다고 생각했다. 그 부조리 많던 소대를 버티고 버텨서 청정소대를 만들 정도로 멘탈에 자신이 있었다.


 나의 일중독으로 인해 아내와의 관계도 안 좋았다. 잦은 말다툼, 불화가 끊이지 않았다. TV에 나오는 위기의 부부 모습이 우리 가정이었다.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했지만 망가져있는 부분이 한 두 군데가 아니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아닌데... 이건 아닌데... 어떻게 해야 할까?'


 지인에게 부탁하여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2년 정도 상담을 받았다. 아이는 변화가 없었다. 놀이터에서 다른 아이들과 못 지내는 딸을 보니 너무 괴로워서 뒤에서 많이 울었다. 사람들이 여자아이가 언어가 빠르다고 했지만 내 딸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심지어 누군가가 여자아이는 빠르다라는 말을 하면 화가 났다.


 육아, 부부관계, 심리책을 수십 권 읽고 아이를 고쳐달라고 하나님께 기도도하고 세미나도 찾아다니고 집단상담도 받고 부모코칭교육도 받고 아이는 언어치료, 놀이치료를 받고 내 삶은 너무 힘들고 여유가 없었다. 왜 사람들이 자살을 생각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그 정도로 힘들었다.


 어느 날부터 차 타고 집에 가는 길에 울컥하면서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안 려고 했다. 그런데 나도 지쳤는지 그냥 울어버렸다. 울고 좌절하고 도전하고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수 백 번 했다. 내가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딸 때문이었다. 말도 못 하면서 나를 보면 세상걱정 없는 환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그 미소가 나를 일으켰다.


 처음에는 아이만 고치면 된다는 패러다임은 변하게 되었다. 부모가 정서적으로 건강하면 아이는 훨씬 빨리 안정되고 치료된다. 그래서 이번 챕터의 제목이 "어떻게 하면 아이를 건강하게 키울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가정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을까?"이다. 나 자신과 배우자와 아이는 다 연결되어 있다. 부모가 건강하면 아이는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된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아이는 소아정신과에서 정상판정을 받았고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장애해지를 받게 되었다.

아이 덕분에 나의 불안, 우울, 분노, 자기애적 성향, 완벽주의 모든 정서적 문제의 실체가 벗겨지고 회복되었다. 자녀는 보물이라는 말처럼 좌절은 기쁨이 되었다.






이미지 : unsplash - rowen sm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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