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대디베어 Aug 06. 2023

나는 나 자신과 화해하기 시작했다.

나는 나와 친한 줄 알았다

나는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다. 항상 맡은 일에 요령 피우지 않고 말없이 최선을 다했기에 많은 사람이 나를 좋게 봐주었다. 그런데 나를 자세히 보니 나는 지나치게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후에 나를 탐색해 보니 여러 욕구 중에 인정의 욕구가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기에 더 잘하고 싶었다. 마음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공간에서도 난 나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이렇게 가만있으면 안 돼’

‘열심히 해야 네가 원하는 곳까지 도달할 수 있어.’

‘잘해야 인정받을 수 있어.’


내적 메시지는 삶의 모토가 되어 나의 욕구와 감정을 무시하고 앞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뒤처지는 사람을 보면 한심하다고 판단하기도 했었다.


‘그러니까 못하지 나처럼 해봐라 뒤쳐지겠어?’


날씨가 맑은 어느 날, 나는 산책 겸 도서관을 걸어가고 있었다. 도서관까지의 거리는 걸어서 1시간 남짓이었는데 갈 때도 걸어가고 돌아올 때도 걸어왔다. 가방에 노트북, 책, 독서대까지 넣어놨기에 발걸음이 가볍지는 않았다.


오고 가는 길에 나는 내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한 번도 쉬지 않고 1시간을 걸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왕복으로 말이다. 중간에는 곳곳에 벤치도 있었지만 언제나 나는 쉬지 않고 걸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쉬다 못 가는 걸까? 다리도 좀 뻐근하고 짐도 무거운데…….’ 그 생각에만 멈추지 않고 근처에 있는 벤치에 의식적으로 앉아보았다. 그런데 앉자마자 눈물샘에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정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뒤도 보지 않고 옆도 보지 않고 앞을 향해서만 나아갔다. 그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보니 먹는 것, 입는 것, 사는 것에 있어서 하고 싶고 갖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항상 합리화를 하며 절제를 했었다.


 쉬고 싶은 나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니 내 안의 내가 흐느끼기 시작했다. 심지어, 서럽게 울기까지 했다. 그동안 내 안의 나는 내가 너무 돌보아주지 않아서 서운하고 외로운 상태였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나에게 무심했던 내가 나의 욕구를 들어주자 눈에서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내가 너무 앞으로만 나가다 보니 제일 상처받는 사람은 다른 누구가 아니라 바로 ‘나’였다.


그때부터 조금씩 나와 화해하기 시작했다. 욕구와 감정을 모른척하지 않았고 존중해 주었다. 그러자 서서히 내 마음에 변화가 찾아왔다. 변화의 터널을 지나면서 나는 내가 조금씩 편해지기 시작했다. 불안을 느껴도 그 마음을 읽어주고 화가 나도 표현하기 시작했다. 나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선비 같고 착하고 성실한 나는 조금씩 사라지고 진짜 나의 모습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 나는 완벽을 위해 살지 않는다. 나는 내 감정과 욕구를 존중하며 살아갈 뿐이다. 피곤하면 쉬고 슬플 때는 눈물을 흘린다. 이제까지 남자는 눈물을 흘리는 게 아니야!라는 생각이 내 안에 깊숙이 박여있기에 나는 실컷 울어본 기억이 없었다. 지금은 울도록 내버려 둔다. 내가 만난 사람 중에 감정에 치우치면 안 된다라고 말한 그들은 감정의 힘을 잘 모르기는 사람들이었다. 실컷 울고 나면 속이 개운하고 후련해진다. 나는 나를 찾아가는 과정가운데 흘린 눈물이 지난 세월의 눈물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았다.


 첫 눈물에서 느낀 창피함은 이제 친숙함으로 다가온다. 우리가 울어야 될 때 울지 않으면 신체적이나 정서적으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권위적인 집안에서 감정을 무조건 참아야 된다고 어렸을 때부터 학습받아왔다면 누구나 참된 나를 발견할 수 있다. 더 이상 인정받기 위해 사는 삶이 아니라 나를 존중하고 보호하는 인생 2막이 열리게 될 것이다.


그런 나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완벽하지 않아도 돼, 천천히 가도 괜찮아. 내가 기다려줄게.”








이미지출처 : Unslash - brett jordan

이전 19화 End) 어떻게 해야 건강한 가정을 만들 수 있을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