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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디베어 Aug 19. 2023

나는 자녀를 통해 성숙하게 되었다

 나는 내가 열심히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실력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세미나에 참석했고 독서도 나름 많이 했다. 건강한 내가 되기 위해 상담도 받았다. 그러나 자녀를 통해 내 삶을 적나라하게 보니 생각보다 마음속에 박혀있는 가시가 많았다. 잘 되고 싶었고 성공하고 인정받고 싶었다. 그런 나의 모습을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에 내가 누구인지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책을 쓰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내 안의 수치심이었다. 우리 집안자체도 수치심의 뿌리가 깊은 양반 집안이었다. 집안사람들이 적나라하게 쓴 내 책을 보면 어떻게 생각을 할까? 고민했다. 이 과정에서 나는 평가받는 것에 두려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러나 감사한 것은 책을 쓰면서 나는 또 내면의 연약함을 발견하게 되었고 치료되기 시작했다.


 나는 아내와 질려버릴 정도로 많이 싸웠다. 너무 많이 싸우다 보니 이제는 지쳤고 여기 까지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나를 붙잡은 것은 자녀였다. 화내고 싸워도 아이는 부모의 사랑을 갈구했었다. 두렵고 불안하지만 여전히 부모의 사랑을 받고 싶은 아이의 모습을 통해 나는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되었다.

 

 극단적 선택에서 돌이키긴 했지만 나는 어떻게 해야 될지 몰랐다. 좀 더 자세히 보면 아내를 어떻게 사랑하고 어떤 말을 해주어야 될지도 몰랐다. 방법을 모르니 괴로웠고 부부의 관계가 자녀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더 고통스러웠다. 괴로움은 우울증으로 발전했다. 우울증과 분노가 뒤섞여서 나를 옥죄었다.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은 내가 이러한 어려움이 있는 줄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나는 감정을 숨기는데 전문가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친 듯이 상담, 세미나, 독서 등 마음에 좋다는 것과 자녀 양육에 필요한 자료들을 섭렵하기 시작했다. 공부, 답답, 좌절, 성장의 순환이 반복적으로 이어졌다. 과정에 들었던 돈은 수천만 원이었다.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고 시간이 걸리자 답답한 적도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러나 낙숫물이 댓돌을 뚫는다는 말처럼 미세한 성찰과 성장은 쌓이고 쌓여 정서적 문제가 뚫리게 되었다.

 

 지난 과거와 갈등을 보면서 내 생각의 변화를 인지하게 되었다. 이전에는 자녀문제가 배우자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나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고 인정조차 하지 않았다. 아내의 변화를 위해서 아내를 바꾸려고 했지만 그렇게 할수록 더 꼬였다. 내가 변하면서 모든 것이 하나씩 변하기 시작했다. 상담과 독서와 사색 등을 통해 나란 사람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고 내가 자극받는 말, 아내의 성격 및 애착유형을 공부하면서 갈등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감사하게도 아이는 틱과 언어장애가 치료되어 학교를 잘 다니고 있다.


 나는 이 과정을 통해 내면과 육아에 대해 깊이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내면을 공부하다 보니 이해되지 않는 사람들이 이해되기 시작했고, 관계의 스펙트럼이 자연스럽게 넓어지게 되었다.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이 시기를 잘 버텨준 나에게 고맙다.

 

 육아를 공부하면서 깊은 한숨을 쉬었던 기억이 있다. 공부할수록 나는 준비되지 못한 아빠였구나라는 생각과 동시에 아이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미안함이 올라올 때 진심을 담아 아이에게 지난날의 일들에 대해 사과를 했었다.


“그때 많이 불안하고 무서웠지? 아빠가 미안해”


 그 말은 들은 아이는 펑펑 울기도 한다.

처음에는 좌절이었지만 좌절은 희망이 되어 다른 도전의 자리로 나를 이끌었다. 내가 나를 알아가고 상처가 치유되면서 우리 가정은 점점 더 단단해지고 있다.


 얼마 전 조울증으로 인해 고생하는 사람을 만났다. 그녀는 기구한 삶을 살고 있었고 정서적인 문제로 인해 좌절하고 있었다. 정신의학과 약을 13알씩 복용한 그녀는 이제 거의 약을 먹지 않는다. 회복되어 직장을 다니고 있다. 내가 어떻게 그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을까? 자녀의 문제와 나의 정서적 문제가 없었다면 나는 그녀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배고픈 자가 배고픈 사람의 마음을 안다라는 말이 있듯이 정서적 굶주림을 겪었기에 나는 좀 더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자기 비난, 완벽주의, 애정결핍, 가스라이팅, 우울, 분노, 공황발작, 두려움 등으로 오랜 시간 고생을 했다. 그 과정에서 내가 믿는 하나님을 원망하기도 했었고 내면의 문제와 환경적 문제, 가정 문제가 겹치면서 정서적으로 불안한 시간을 보냈었다. 하지만 태풍 후에 바다가 잔잔해지는 것처럼 모든 거센 풍랑이 지나간 뒤에 돌아보니 정서적 어려움은 내가 나 됨을 찾아가는 과정이었고,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도구가 되었다.


 뉴스와 매체를 통해 부부갈등, 학교폭력 등 정서적인 문제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보다는 그전에 외양간을 고치면 어떨까? 본인을 탐색하고 건강한 부부관계와 자녀에게 맞는 적절한 사랑을 듬뿍 주어 키운다면 갈등은 줄어들고 서로 존중하는 시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자녀는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처럼 아이를 통해 나의 모습을 보게 되었고 아이 덕분에 나는 제2의 인생을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아픈 아이를 통해 얻은 축복이다.


지금도 정서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이 시대의 모든 부부, 부모, 개인이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겨내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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