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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선미 Feb 06. 2023

내 이름은 조서희

8. 나는 인기스타예요.

1학년 겨울방학을 기다리던 어느 날이었어요. 우리 엄마는 여전히 나를 데리러 학교에 왔어요.

가을에는 친구들이 "왜 서희엄마는 매일 학교에 오느냐"라고 물었지만 겨울이 되면서는 더 이상 묻지 않았어요. 


다른 친구들은 1학년 교실에서 집으로 가지만 나는 도움반 교실에서 집으로 간다는 걸 다 알게 되었으니까요.

엄마랑 손을 잡고 집으로 가는데, 우리 반 남자 친구 예준이가 엄마를 보며 인사를 했어요.


"안녕하세요!"

"어, 안녕! 너도 이 쪽 길로 가는구나! 넌 이름이 뭐니?"

"예준이요."

"예준이는 몇 반이야?"

"서희랑 같은 반이요."


엄마의 눈에서 반짝 빛이 났어요. 엄마는 종종 나를 아는 체 하는 친구들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하곤 해요.


"예준아, 저 혹시. 서희가 수업 시간에 선생님을 힘들게 하거나 친구들한테 방해가 되진 않니? 서희가 교실에서 어땠는지 말을 잘 안 해줘서. "

"선생님은 늘 서희한테 칭찬만 해 주세요."

"아, 그렇구나!"

"그리고 서희는 우리 반 인기스타예요. 여자친구들이 서희를 많이 좋아해요."

"정말? 너무 감사하다!"


나는 엄마 얼굴을 올려다봤어요. 마스크 위로 보이는 두 눈은 노란 바나나 모양을 그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엄마는 내가 왜 친구들에게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는지 잘 모르겠어요.

나는 친구를 때린 적도 없고, 수업 시간에 소리를 지른 적도 없고, 돌아다니지도 않는데 말이에요.


엄마가 아침마다 학교에 데려다주면서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꼭 선생님께 말씀드려", "밥 많이 먹고 있으면 데리러 올게", "우리 서희는 뭐든지 잘할 수 있어!"라고 말해 왔는데, 그건 다 거짓말이었나 봐요.

엄마는 내가 화장실에 못 가고 바지에 오줌을 쌀 것 같아 걱정하고,

급식용 젓가락으로 젓가락질을 못 할까 봐 걱정하고,

나는 친구들보다 느리고, 작은 아이라서 뭐든지 잘하기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엄마는 예준이와 헤어져 집으로 오는 길에 아빠한테 전화를 걸었어요.


"그대야, 좀 전에 서희랑 같은 반 친구를 만났는데 서희가 반에서 인기스타래. 친구들이 서희를 좋아해 주나 봐. 얼마나 다행이야!" 


아빠가 기뻐하는 소리가 엄마 전화기 밖으로 새어 나왔어요. 나에게 늘 "우리 서희는 참 귀여워.", "우리 서희는 최고예요!"라고 말하는 아빠도 엄마처럼 내가 친구들에게 따돌림이라도 받을까 봐 걱정했었나 봐요. 아빠 말대로 나는 늘 귀엽고, 최고였는데 말이에요.


"서희야, 그동안 1학년 3반 친구들하고 사이좋게 지냈어?"

"응."

"친구들이 우리 서희 많이 좋아해 줘?"

"네."

"엄마는 우리 서희가 친구들과 잘 지내줘서 너무 고마워."

"엄마가 웃었어?"

"응, 엄마 웃었어."

"서희가 사랑스러워서?'

"응, 서희가 사랑스러워서."


나는 엄마에게 안겼어요. 엄마는 내 등을 두드려주며 "사랑해"라고 말했어요. 


엄마가 내 손을 잡을 때 나는 뭐든지 무섭지 않아요.

엄마가 사랑한다고 말해줄 때 울고 싶었던 마음이 깨끗해져요. 

엄마가 나를 보며 웃어줄 때 나는 행복해요.

엄마가 안아줄 때 나는 모든 것이 괜찮아요. 


친구들은 내가 발표를 하면 틀렸다고 말하기도 하고, 그림을 그릴 때는 색칠을 엉망으로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나를 바라보는 친구들에게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나를 놀리고, 나는 왜 친구들과 다른지에 대해 궁금해할 때도 기분은 조금 나쁘지만 그 친구에게 화를 내지 않아요. 


내가 말을 잘 못하고, 내 키가 작고, 한글도 못 쓰고, 숫자도 못 세지만 그건 내 잘못이 아니니까요.  왜 그걸 못하느냐는 말을 들을 때면 나도 그 이유를 잘 몰라서 답답할 때가 있지만 그 친구가 밉지는 않아요.


나는, 

엄마가 옆에 있으면...

언제나 괜찮으니까요.


우리 엄마도 내 친구들을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친구가 말을 잘해도, 키가 커도, 친구가 나를 좋아해 주지 않아도 내 친구들에게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아침마다 엄마가 나에게 해 주는 그 모든 말들을 내가 해낼 수 있다고 진심으로 믿어줬으면 좋겠어요.


엄마도 내가 옆에 있으면,

그것만으로 괜찮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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