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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로콜리 Sep 24. 2022

예수님, 저는 당신께 의탁합니다

결론.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보통의 순간들이 있다. 가족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 영화를 보거나 친구들과 농담을 나누며 웃고 떠드는 것,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 순간들. 또는 감기에 걸려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고 실수를 하는 것, 이별을 경험하고 우울하고 슬픈 날. 날씨가 좋을 때도 있지만 비가 너무 많이 오거나 미세먼지가 가득한 날도 있다. 이러한 일상의 순간들. 이 모든 순간은 하느님께서 나에게 주신 것이다.

즐겁고 행복한 순간들 뿐 아니라 시련과 고통의 순간들은 나를 강하게 만들고, 주님과 더 가까이 일치시키기 위해 주님께서 허락하신 것이다. 나는 암으로 인해 삶을 잠시 멈추고 나를 돌아볼 기회를 얻었다. 내 몸이 아픈 것이 주님께서 내게 주신 은총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내 뜻이 주님의 뜻과 하나가 될 때, 매 순간이 성사다. 예수님의 뜻과의 일치는 나를 자유롭게 만들고, 예수님의 뜻과의 불일치는 나를 노예로 만든다.*


내 뜻을 예수님의 뜻과 일치시킨다면 나는 어떠한 일에도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말실수를 하여 친구의 기분을 상하게 한 건 아닐까,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지금 하는 일이 성공할까, 내 건강 문제나 사회의 이슈와 이 나라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주님께서 세상의 크고 작은 모든 일을 지배하시기 때문이다. 성녀 소화 데레사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 삶에서 아무리 작은 일이라 하더라도 우리가 알고 있는 이상으로 하느님께서 조정하신다.”**


즉, 예수님의 뜻과 나의 뜻을 일치시킨다는 것은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주님께서 내게 주시는 모든 것을 받는다. 이 모든 것은 내 행복을 위한 주님의 계획이며 주님의 뜻이기에 모든 것을 원하면 된다. 나의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까지도.


야훼이레


한때는 수술을 앞두고 하느님께 엄청나게 매달린 적도 있었다. 청주에 계시는 한 신부님***께 치유의 은사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안수기도를 받기 위해 청주까지 갔었다. 건강했을 때는 집 앞에 있는 성당에도 갈까 말까였는데. 염치없지만 그만큼 절박했다.

안수기도도 정말 감사했지만, 뜻밖에 미사 중 신부님의 강론이 내 마음을 깊이 울렸다. 가장 기억나는 것은 30년이 넘는 신부 생활 동안 신부님을 지탱해준 3가지 믿음에 대한 것이었다.


첫째, 하느님께서는 나를 사랑하신다.

둘째, 하느님께서는 내 어려움을 반드시 해결해주신다.

셋째, 야훼이레(Jehovah-Jireh).


야훼이레란 하느님께서 준비하신다는 뜻이다. 그날 이후로 미래에 대한 걱정이 올라오거나 불안해지면 신부님이 말씀해주신 3가지를 외친다. 야훼이레! 하느님께서는 내 앞날을 예비해놓으셨으니 미래에 무엇이 놓여있는지 걱정하지 않고, 다만 주님의 손에 나를 맡겨드릴 것이다.

내 뜻이 주님의 뜻과 일치할 때, 그 순간이 성사라고 했다. 내가 할 일은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주님과 나를 일치시키는 것뿐이다.


나는 매 순간 사랑하는 주님께 의탁하고자 한다. 하느님께서는 내가 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고 많은 것을 주고자 하시기 때문이다. 나는 ‘주님의 기도’를 외우며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이 너무 좋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하느님은 내 아버지시다. 이 세상 어느 부모도 자식에게 더 좋은 것을 주고 싶어 한다. 하느님이 내 아버지이시기 때문에 나는 매 순간 주님께 의탁한다. 이 모든 것이 주님의 뜻이기에 나는 이 모든 것을 원한다.


* 클래런스 J. 엔즐러, 박정애 역 《나를 닮은 너에게》 p.59, 바오로딸, 2015

** 모니카 마리아 슈퇴거, 정복례 역 《소화 데레사의 삶과 사랑》 p.220, 바오로딸, 2003

*** 청주 서운동성당에 계시는 김웅렬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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