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영향평가법, 실효성 있는가?

‘형식’이 되어버린 법의 현재를 묻는다

by 전재윤

1. 왜 환경영향평가법이 중요한가?


대규모 개발사업이 진행되기 전, 자연 생태계·대기질·수질 등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평가하는 절차가 환경영향평가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절차가 아니라,

개발을 허가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핵심 기준이자,

사회의 ‘개발과 보존 사이 균형점’을 묻는 장치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말이 자주 나온다:


“어차피 통과되는 절차일 뿐이다.”
“환경보다 민원처리가 더 중요하게 작동한다.”
“사후에는 아무런 책임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이 제도의 ‘실효성’을 묻게 된다.


2. 법의 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나?

법률명: 환경영향평가법 (1993 제정, 2011 전면 개정)

적용 대상: 도로, 산업단지, 댐, 항만 등 일정 규모 이상의 개발사업

절차: 입지 선정 전 평가 전략환경영향평가 / 사업계획단계에서 소규모·환경영향평가

심의 주체: 환경부 또는 지방환경청, 필요시 환경영향평가협의회

내용: 환경요소에 대한 영향 예측·저감방안 제시, 대안 비교

제출 주체: 사업자 (공공 or 민간)


핵심은:

“사업자가 제안한 계획에 대해, 환경부가 사전 검토하고 조건을 붙이거나 반려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실효성 논란의 대표적 사례들

대부분 통과된다

2022년 기준 환경부에서 반려된 사례는 1.3%에 불과
조건부 동의가 일반적이며, 조건 이행에 대한 추적은 부족

사후 모니터링 부실

“영향 없다”던 계획이 실제로 문제를 일으켜도, 법적 책임 없음
예: 지역 생태계 훼손, 주민 민원 증가, 미세먼지 증가 등

이해충돌 구조

평가서를 작성하는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이 사업자에게 비용을 받음
구조적으로 독립성이 약함 (갑-을 관계)

소규모 사업의 회피 전략

법적 기준 이하로 사업 규모를 쪼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만 받음
민원 회피 목적의 편법적 쪼개기 개발도 흔함

환경단체들은 “법이 있음에도 현장에서는 무력하다”고 말한다.
지자체 담당자는 “개발 압박과 민원 사이에서 이 법은 정치적으로 작동한다”고 말한다.
기업은 “평가 절차는 길고 복잡하지만, 어차피 요식행위라면 비용만 낭비”라고 말한다.


결국, 누구도 만족하지 않는 제도가 되어버렸다.


5. 나는 이렇게 읽었다

환경영향평가제도는

“사전에 막는다”는 이상과

“결국 다 통과된다”는 현실 사이의 괴리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제도다.


정책이 형식이 되는 순간,

그 제도는 ‘책임 회피를 위한 문서’로 전락한다.

그리고 그 비용은 고스란히 미래세대와 자연 생태계가 감당하게 된다.


제도가 계속 작동하려면

-> 책임이 있어야 하고

-> 거절이 가능한 구조가 필요하다.

지금은 둘 다 부족하다.


다음 편 예고:

3편 〈폐기물관리법 개정으로 본 기업 책임 강화 흐름〉 — 분리배출이 왜 기업의 일이 되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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