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관리법 개정으로 본 기업 책임 강화 흐름

분리배출은 왜 이제 기업의 몫이 되었는가

by 전재윤

1. 왜 이 주제를 다루는가?

“분리배출 잘하세요.”

우리는 오랫동안 이 말에 익숙했다. 쓰레기 문제는 소비자의 노력에 달렸다고 배워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질문을 바꿔야 할 때다.


“왜 이런 제품이 만들어졌을까?”
“버릴 수밖에 없게 만든 건 누구인가?”
“누가 진짜 책임져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등장한 법이 있다.

바로 「폐기물관리법」과 그 하위 제도인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이다.


2. 법과 제도의 핵심은?

관련 법률: 폐기물관리법 (1986 제정, 지속 개정 중)

중심 제도: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적용 대상: 제조·수입자 (제품·포장재·전기전자제품 등)

주요 내용: 생산자가 사용 후 발생하는 폐기물의 회수·재활용 의무

최근 동향: 재활용의무량 상향,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표시제 도입, 일회용품 감축 유도, 재활용 어려운 제품의 생산단계 제한

즉, 생산자에게 ‘사후 책임’뿐 아니라 ‘사전 설계 책임’까지 요구하는 방향으로 진화 중이다.


3. 제도가 바뀌고 있는 흐름

최근 주요 변화

재활용 쉬운 포장재에 인센티브, 어려운 포장재에 페널티

비닐·플라스틱 포장 최소화 가이드라인 강화

카페·배달업계 등과 일회용 감축 협약 체결

‘다회용기 회수 시스템’을 지자체와 연계하여 시범 운영

2024년부터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지역 확대


이러한 정책은 소비자 캠페인보다 제조·유통 단계 개입을 더 강조한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르다.


4. 무엇이 바뀌었고, 여전히 부족한가?

달라진 점

기업이 포장재를 재설계하도록 유도됨
EPR제도가 일정 효과를 거둠
브랜드 책임(brand accountability)이 등장
ESG 공시 의무화와 연결됨

여전히 부족한 점

재질구조 등급표시제가 권고 수준에 머무름
중소기업은 이행 역량 부족
위탁처리 시스템의 투명성 부족
폐기물처리 실적의 검증체계 미흡

요약하면:

정책의 방향은 맞다. 그러나 제도화의 속도와 기업의 현실 사이에 간극이 있다.


5. 나는 이렇게 읽었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쓰레기 문제를 “개인의 양심”에만 맡겨왔다.

그러나 이제는 생산자 책임, 설계자 책임, 시스템 책임을 묻기 시작했다.


“플라스틱 포크를 만들지 않으면 버릴 일도 없다.”


환경문제는 선택이 아니라 설계의 문제이며,

법은 이 설계에 개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제도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비용 전가’가 아닌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

그것이 기업 책임 강화의 다음 스텝이다.


다음 편 예고:

4편: 〈기후위기 대응 조례, 지방정부의 움직임을 추적하다〉 — 탄소중립은 법만 있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