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잘 먹을 수 있는데
오래된 나무 미닫이 문을 열고 삐걱대는 마룻바닥 소리 끝에는 할머니의 부엌이 있다.
그 곳에 이제 할머니는 계시지 않는다.
“ㅇㅇ이는...귀가 참 복스럽게 예쁘게 생겼어....”
내 귀는 할머니의 칭찬거리였다.
나는 몇 번을 들어도 이 칭찬이 참 좋았다.
첫 째를 낳고난 후 발걸음이 뜸해지고 언제부터인가 전화기 너머에서 말씀하실 때 칭찬 뒤에 “엄마한테 잘하고.”를 덧붙이셨다.
그렇게 당신 딸을 내게 부탁하시던 할머니는 엄마가 외할머니 댁에서 멀리 이사를 하고 난 뒤, 엄마에게 멀리 이사를 가서 아쉽다고 자주 말씀하셨고
내게 둘째가 생겼다는 소식을 직접 듣지 못하신 채, 임신 초기 먼 길 다니지 말라는 주의 때문에 친정에 발걸음도 못한 사이 갑자기 떠나셨다.
결혼을 하고 나서는 엄마가 가끔 외할머니 짠지를 배달해 주시곤 했다. 주신 짠지 무를 그냥 먹기도 바쁜데 조물조물 무쳐서 반찬을 해 먹으라고 그렇게 자주 챙겨주셨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니 머릿속에 계속 맴돈다. ‘어지간하면 요리 좀 할걸.’ 그 짠지 반찬 하나 그걸 못 해먹고 짠물 빼서 몇 번 먹은 게 다였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