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을 담아 글씨를 쓰다
서(書)・글씨를 쓰다
시 서 화 삼절에서 서(書)는 서예가 담당했다. 저자가 삼절사상으로 현대예술품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캘리그라피를 통해서였다. 이 캘리그라피를 번역하면 바로 서예다. 하지만 한국의 캘리그라피는 단순히 이 단어가 가지고 있는 뜻으로만 받아들이면 안 된다. 우선 한국의 캘리그라피는 정체성에서부터 디자인과 전통서예의 결합이라는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향유되고 있어 오늘날 보다 깊은 예술적 가치를 지닐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에 삼절사상과 캘리그라피의 연관성을 탐구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다시 돌아와 서예는 글씨를 쓰는 예술인데, 문자를 대상으로 수려하고 아름다운 조형미를 갖춘 글씨를 쓰는 것이 목적이라 하겠다. 서법전서라 하여 글씨를 쓰는 정신이 올곧고 쓰는 이의 마음을 담아야 하는 수양의 자세를 가져야 했다.
오늘날 글씨를 쓰는 예술로서 이 서(書)를 이해하기에 가장 쉬운 접근은 캘리그라피였던 것이다.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으로도 채택되어 있으며 글씨 쓰는 취미생활로 일상에서 쉽게 캘리그라피를 접하고 있다. 사실 단순히 캘리그라피에 대한 표면적 설명은 이미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다. 등장한 시기와 흘러온 시간에 비해 폭발적인 수요가 있었고 이러한 배경에 힘입어 수많은 실기 서적들이 서점에 즐비하고, 동영상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실기서적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이론 서적도 자리한다.
용어적으로 봤을 때 가장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정의로 간다 기이치로의 해석이 뒤따르는데, 그에 따르면 캘리그라피(Calligraphy)라는 말은 희랍어로서 미(美)를 의미하는 Kallos와 사물을 그린다는 것을 의미하는 Graphein의 두 단어를 연결한 Kalligraphia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며 최종적인 뜻은 서예술과 같다. 즉, 서양에서의 캘리그라피는 ‘아름답게 쓴 글씨’를 의미하고 우리말로는 ‘서예’로 번역한다. 하지만 서예로 번역이 되고 그렇게 사용되어왔지만 우리에게 캘리그라피는 단순히 서예,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캘리그라피가 등장했던 1990년대 중반 이후, 전통 서예와 현대 디자인의 결합 속에 탄생한 한국 캘리그라피는 지금까지도 꾸준히 명맥을 이어오고 있으며 훌륭한 예술품이 시대적 상황을 담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예술적 가치도 획득하고 있다.
이규복에 따르면 캘리그라피가 다른 분야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단기간에 영역을 확장했고 대중의 인식도 변화시켰다고 하면서도 홍수처럼 쏟아지는 캘리그라피의 남용을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여과할 비평의 필요성을 얘기하며 이론적 체계의 정립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글씨 예술에 대한 담론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글씨를 쓴다는 것의 의미를 담론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