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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파르 Oct 30. 2020

빠당바이

2015년 7월


우리는 참 아름다운 별에 살고 있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꼭 한 번은 바다 속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벤치에 누워 하늘을 보면, 그 바다가 눈 앞에 그려질 것 같습니다. 발리 맥주 삥땅도 함께요.


발리 사람들은 참 맑은 것 같습니다. 발리는 평화롭고 아늑합니다. 특히 발리 시내에서 차량으로 2시간 이상 이동해야 하는 바닷 마을 Padang Bai에서는 인위적인 것이라고는 티끌 만치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아침 6시가 되면 매일 같이 딸랑딸랑 종을 들고 허리와 고개를 숙이며 종교 의식을 치릅니다. 시끄러운 종소리에 미간을 있는대로 쪼은 채 일어나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미간에 쏠려 있는 제 신경이 부끄럽기 짝이 없지요. 경건하고, 신성하고, 아름답습니다.


우연히 그 곳에서 장례식 행렬을 마주했습니다. 마치 놀이동산 축제 퍼레이드 같아 처음에는 장례식이라는 말을 믿지 못했습니다. 소란스러울 정도로 여러 악기를 치며 망인이 누워 있는 관과 함께 마을을 크게 한 바퀴 돕니다. 관은 아름다운 꽃으로 치장되어 있고, 행렬 속 다른 사람들은 화려한 꽃다발을 들거나 큰 깃발을 흔들고 있습니다. 발리 사람들이 지리적, 환경적 요인 등으로 인해 아주 오랜 시간 전부터 갖게 된 긍정적인 가치관이, 장례에 관한 풍습에도 그대로 스며들었나봅니다.


생각하기에 따라 언젠가 반드시 겪어야만 하는 이별이라면, 마냥 슬퍼하기보다 다른 곳에서의 새로운 행복을 응원해주는 방법이 더 의미있겠지요. 하지만 어떻게 슬퍼하지 않을 수(또는 슬프지 않은 척 할 수) 있을까요. 저는 힘들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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