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저는 대청소를 갑작스레 합니다. 계획하지 않고, 정기적인 것도 아닙니다.
대청소의 때가 왔다는 신호가 하나 있는데, 얼마 전에 산 물건과 같은 것을 집에서 우연히 발견하곤 “뭥미?”하며 화들짝 놀랄 때입니다. 이 신호에 따라 집을 싹 갈아엎으면, 갖고 있다는 사실 조차 기억하지 못하면서 “내꺼”라고 욕심 내어 이름 붙여 둔 수많은 물건이 쏟아집니다. 제가 주제 넘게 너무 많은 것을 갖고 있다는 뜻이지요.
해가 넘어 갈수록 기억력은 감퇴하지만 물건은 많아지니, 제 것인 듯 제 것 아닌 제 것 같은 물건 수는 배로 늘어나기 마련입니다. 최근 대청소를 하면서, 고시 공부하던 시절에 사용한 냉장고만한 지갑을 발견했습니다. 그 속에 어릴 적 가족 사진이 있었고, 뒷면에는 "합격"이라는 메모가 있었습니다. 정말이지 "뭐잉미?" 했습니다.
저는 이 지갑이 제 서랍 속에 있었다는 사실과 함께, 7년 전의 제가 그 지갑 속 사진에 담았던 간절함과 절실함도 다 잊었습니다. 저는 그 시절, 지금의 제가 기억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큰 간절함을 갖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토록 간절하게 바라던 것을 얻게 되면 세상 모든 것에 대한 감사를 다짐하게 되지만, 그것도 잠깐입니다. 곧 사라집니다.
요새는, 물건이야 스마트 월렛, e-book 등을 활용해서 물리적 공간 없이 보관할 수 있고, 그 존재가 기억에서 사라지더라도 tag 등 간편 검색 기능이 있어 찾아내기 쉽습니다. 그런데, 물건 아닌 감정은 (1) 감정의 매개가 되는 물건을 잘 보관하지 못하거나 (2) 그 매개 사실 조차 완전히 잊게 될 경우, 영원히 찾아낼 수 없게 되는 것이지요.
제가 이 지갑을 잃어버렸거나, 합격이라는 메모를 보고도 이게 뭘 의미했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지경까지 되었다면, 저는 두 번 다시 그 때의 간절함을 떠올리지 못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