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스승 진훈이형 이야기.
진훈이 형.
그는 학생들이 자신을 그렇게 부르도록 해주었다.
자신도 이 학교를 졸업한 선배이며 영원한 20대 청춘이므로, (우리가 그를 만났을 때 그는 이미 중년이었지만 사람의 나이는 꼭 세월로만 측정되는 것이 아니니 넘어가자) 자신을 형이라 불러도 된다고 했다.
내가 입시라는 테두리 안에서 그나마 영어라는 과목에 재미를 붙이고 좋아하게 된 것은 그 형 덕분이지 않았나 싶다. 헌데 진훈이 형의 진가는 영어선생으로서만 존재함이 아니었다. 교과강사로서도 유능했지만, 우리에게 삶의 태도를 알려주는데 좋은 본보기였고 나침반이었다.
그는 그저 그런 직업교사가 아니었다.
월급쟁이 공무원이 아니었다.
많은 이들의 선생님이었다.
선생으로 오래 산 만큼, 그에게는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다.
"내가 너희를 잘못 가르쳤으니, 내가 너희에게 맞아야 마땅하다. 반장부터 나와."
반장은 주뼛거리며 앞으로 나와 매를 건내받았다.
당연히, 어른이자 담임을 매질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칠판을 짚고 선 진훈이 형에게, 반장은 매질 같지 않은 매질을 했다.
"이 자식이, 너 칠판 짚고 서."
그리고 제대로 매질을 한다.
"이렇게 하라고 임마! 다시 해!"
그렇게 그는 자신의 반 아이들 전원에게 매를 맞았다.
그 날 퇴근하고 집에 가서 옷을 갈아 입는데 사모님이 진훈이 형 허벅다리의 멍을 보고 울더랬다.
남자로 태어나 남고에 왔으나, 여자로 살기로 결심하고 학교를 안나오는 학생을 찾아 유흥가를 뒤진 적도 있었다.
"나 --- 담임 선생님이오. 안에 --- 있거든, 좀 들어가봅시다."
건달들이 기도를 서고 있는 유흥주점에서 그는 부모된 심정으로 말했다.
여자로 살기로 한 그 아이의 결심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해서가 결코 아니었다.
학생이 학교를 안나왔으니 찾으러 나서야 했음이 당연했고,
유흥가에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가만히 있을 수 없음이 당연했다.
"언젠가 그 아이에게 전화가 왔는데, 왜인지 목소리가 여인의 목소리더라고. 그렇게 살기로 결정이 된 것인가봐. 한 번 찾아오겠다더니, 그러지는 않네."
지나간 제자를 추억하는 진훈이 형의 말이었다.
학생과 학교를 사랑했지만, 재단과는 사이가 좋지 않았던 투사 진훈이 형은 학교에서 종종 사라지고는 했다.
나도 2학년 이후로 그 분을 학교에서 보지는 못했다.
그래도 늘 문자라도 날리면, 어제도 본 것처럼 답장주는 진훈이 형이 내 선생님이라는 게 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형 같은 어른이 되고 싶다.
훗날 누군가 나를 보고, 내가 진훈이 형을 보고 느꼈던 감정을 느껴준다면 그만한 인생의 성취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