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할까?
이제 퇴사를 고민하던 시기는 지나가고 퇴사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하자. 그럼 다음으로 중요한 게 바로 퇴사할 시기를 정하는 일이다.
언제 퇴사할 것인가? 이 또한 매우 어려운 질문이 아닐 수 없다. 이를 정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을 둘로 나눠보면 '나'와 '회사'일 것이다. 먼저 '나'의 측면에서 생각해 보자.
가끔 같은 백수처지인 내 친구와 얘기를 할 때 퇴사에 대해 공통적으로 하나 후회하는 게 있는데 그게 바로 퇴사 시기이다. 친구는 3년을 다니다가 퇴사했는데 최소한 1,2년은 더 다니다 나오는 게 맞았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돈 때문이다. 퇴사 후에 장사를 한다고, 그리고 자신이 나아가고 싶은 분야 쪽의 강의를 듣는다고 돈을 정말 많이 썼기 때문이다. 그래도 퇴사 전에 1억 정도 모아서 나왔고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었지만 막상 부딪혀보니 예상보다 더 돈이 많이 들었던 것이다. 애초에 이 친구는 다른 곳에 취업이 아닌 개인사업을 생각하고 있었기에 더 그런 것도 있다. 내 경우는 6개월을 더 일찍 퇴사를 하거나 6개월을 더 다니다 퇴사하는 게 맞았다. 내가 준비하는 것은 어떤 시험이었고 보통 연초에 준비해서 연말에 보는데 애매하게 6월 달에 나와버리고 만 것이다.
둘 다 왜 퇴사시기를 제대로 정하지 못했을까? 이유는 충동적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 경우는 그랬다. 당장 나가지 않으면 그냥 계속 다닐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나와서 뭘 할지 정해두었음에도 이상한 시기에 퇴사를 하고 말았다. 친구도 마찬가지이다. 퇴사 이후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이 정도면 되겠지'와 '퇴사 한 나'에 대한 환상으로 일찍 나와버린 것이다.
퇴사를 할지 말지는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결정을 하고 나면 그 이후에 대해서는 크게 고민을 안 하는 경우가 주변에 생각보다 많았는데 진짜 회사를 나가기 전까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냉정하게 미래를 보는 게 정말 중요하다. 퇴사하면 당장 일을 안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잠기지 않고 말이다.
회사측면에서 보자면 이 부분은 아마 다들 쉽게 알 것 같다. 인수인계할 시간과 내 자리가 채워지는 시간 정도가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어차피 회사에 퇴사한다고 말하면 사측에서 먼저 이런 시기 얘기를 꺼낼 것이다. 그래서 최소한 퇴사 한 달 전에는 얘기해야 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결론적으로 나의 시기와 회사의 시기를 잘 조율해서 적절한 타이밍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 나의 시기를 정할 때 충동적이지 않게, 그리고 미래를 너무 낙관하여 정하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시기에 대해서는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다음에는 남은 회사 생활에 대해 얘기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