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음 밭'을 옮기며
「시를 쓰듯」
제이
평화로운 어느 날. 한 소년이 잔디 위에 앉아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끄적끄적. 사람과 나무를 바라보며 끄적끄적. 어떨 땐 불어오는 바람결에 눈을 감더니 무언가를 열심히 적는 모습을 내비쳤다. 나와는 거리가 있지만, 사각거리는 연필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그런 소년이 자리에서 일어나 어느 부름에 반응한다. 작은 소년 곁으로 더 작은 소녀가 달려들자, 힘껏 안아 올린다. 소녀의 발이 1cm가량 떠서 하늘을 나는 모습. 하나의 세계가 또 다른 세계를 품는 것이 이토록 환할 줄이야.
시인은 타고난 사람. 목소리를 타고난 가수처럼 시인도 그렇다.
얇디얇은 살결을 가진 탓에 작은 슬픔에도 한없이 눈물짓고,
적은 기쁨에도 풍성한 미소를 지을 줄 아는 사람이다. 하지만 타고난 게 없다고 해서, 신춘문예 등단하지 못했다고 해서 시인이 될 수 없는 건 아니다.
우리는 누구도 아무나 될 수 있다.
시인이 별건가. 나와 다른 세상을 끌어안을 수 있다면 시인이지.
그 속에 깃든 마음이 흑심이 아니라, 한 문장 적어 낼 수 있는 흑심이라면 시인일 테지. 저기 저 소년처럼 말이다.
뭐 하나 내 새울 것 없는 나에게도 타고난 것이 있다.
나는 우리 엄마를 타고난 자식, 부모가 써 내려간 문장 아니겠는가.
-『그 새벽 나폴리에는 비가 내렸다』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칠순 넘은 울 엄마.
누구보다 세상을 따숩게 보고, 포근하게 감싸는 동네 ‘사랑방 쥔장’인 울 엄마.
눈도 흐리고 연필 잡기도 거친, 칠순 넘은 우리 엄마의 ‘마음 밭’을 이곳에 옮겨 심으려 한다.
평생을 자식과 남편만 바라보고 살아온 우리 엄마의 절절한 사부곡을 대신 전하려 한다. 투박한 수첩에 적힌 마음의 갈래를 브런치에 옮기는 작업만 도와드렸음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