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일의 사부곡(思夫曲)

기적이 찾아왔던 그 시절

by 나노

이 글은 희귀 질환인 ‘특발성 폐섬유증’을 앓던 남편을 잃은 아내의 사부곡(思夫曲)이다. 폐 기능 이상을 처음 인지한 2022년 11월 이후, 질병명을 몰라서 대학병원으로 전전하다가 2023년 4월에 희귀 질환임을 알게 되었다. 그 뒤로 신약을 처방받아 3개월간 치료를 받다가 7월에 대학병원에 3주간 입원하였고, 68kg이던 체중이 10kg 이상 빠지는 고통을 겪었다. 담당의사는 퇴원을 반대했지만 가족들은 치료를 지속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 환자 본인이 집으로 돌아오기를 간곡하게 애원해서, 큰아들의 주관으로 의료진을 설득해 집으로 돌아오셨다. 그때 담당의가 했던 말이,

“숨쉬기가 조금이라도 힘드시면 119 타고 곧장 병원으로 오셔야 합니다. 잠시도 지체하시면 안 됩니다.”

였다. 일종의 불치병 선고였다. 아니 시한부 판정이었다. 다들 불안했지만 급속히 체중이 줄어든 모습을 보고 대학병원에 더 모실 수는 없었다. 더구나 4인실 앞자리 환자가 사망해서 영안실로 내려가는 모습을 본 이후라, 심정적으로 ‘병원은 저승’이었다.


놀라운 변화는 그 뒤부터 일어났다. 집에 돌아온 환자가 차츰 건강을 되찾았고, 걸을 수 있었으며, 가족들과 대화도 식사도 가능해졌다. 심지어 법당에서 불경을 한 시간 이상 읊을 수 있을 만큼 힘을 얻었다. 이 변화가 기적이 아니라면, 무엇이 기적일까? 온 가족의 정성과 주변 사람들의 지극정성으로 그렇게 ‘행복을 품은 귀한 동행’을 함께 할 수 있었다.


2024년 12월 28일 오전 11시

‘마침표를 내리는 그 순간’까지도 대학병원을 끔찍하게 싫어하셨다. 평소에도 생명유지 장치는 절대 싫다던 말씀처럼, 기관 삽입 직전에 생을 내려놓으셨다.

2023년 8월 퇴원 후, 날마다 하루 3끼 식사도 맛있게 드시고 1년 넘게 법당에서 불경도 올리셨다. 떠나시던 날 아침에도 아침식사와 대추차를 맛있게 드셨다. 심지어 본인이 손수 면도도 하고, 세수도 하고, 옷도 정갈하게 갈아입으셨다. 정말 여행을 떠나듯 살포시 육신을 내려놓고, 응급실에 도착해서 30분도 되지 않아 이 세상을 떠나셨다.


“죽어도 요양병원은 안가! 호스 끼워서 하는 것은 절대 하지 마!”

평소의 뜻처럼 그렇게...... 자식들은 안타까워했지만, 그것이 평소의 유지(遺旨)였다.


참 존귀하고 위대한 마지막이었다.


그 긴 투병을 24시간 내내 옆에서 지켰던 것은 ‘아내’였다. 환자 앞에서 한 번도 울고불고하지 않고, 깔깔깔 웃어가면서 남은 시간을 함께 즐겨주었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애간장은 녹아내려도, 실없는 농담으로 아픈 사람을 웃게 만드는 놀라운 귄과 말재간을 발휘했다. 잔기침으로 지쳐 잠든 남편 옆에서 숨죽여 기록한 마지막 50여 일의 기록. 그리고 남편 상을 치르며 기록한 그 뒤로 100여 일의 ‘사부곡’을 담았다.

심장 같은 남편을 떠나보낸 아내가 그 가슴 절절한 기록을 최대한 자중하며 기술하였다. 향후 이 글을 읽을 딸을 생각하며, 최대한 억제한 채 150여 일의 사부곡을 담았다.


이제 그 첫 장을 살포시 열어보려 한다.


* 최대한 원작자(김춘화)의 글을 그대로 옮겼으며, 편집은 가독성을 높이는 정도로만 진행하였다.

keyword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1화작가가 별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