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 그리고 첫 설

2025.01.23.~01.26.

by 나노

※ 그날 이후 한 달 가까이 김춘화 님은 일기를 쓰지 못했다.

애초에 그 일기도 '남편의 회고록'에 같이 묶기 위해 어렵게 용기를 냈던 것이라...

다시는 볼펜을 잡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남편의 회고록인 <원도 한도 없지>를 보고, 많은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의 1주기 때 김춘화 님의 수필집을 만들어 제사상에 올리고 싶다는 조심스러운 청에 겨우 겨우 다시 글을 쓰게 되었다.





1월 23일 목요일

오늘은 서방님 4제 날이었다.

새끼들도 모두 다 올 수가 없어서 작은 아빠가 (법당)으로 데려다주고 가셨다. 딸기도 술도 (사)가지고 오셨다.

고모하고 둘이 기도를 하고 있는데, 문이 열려서 바라보니, 아들 손자가 왔다. 반갑고 좋았다.

(작은 아들은) 잠도 안 자고 피곤한데, 아빠를 보려고 왔다.

너무 피곤해서 걱정이 된다.

고맙기도 하고, 기도를 하고, 점심 먹고, 집에 왔다.

고모는 항상 피곤해하신다.

미안하고 고맙다.



1월 24일

막내가 애기들 졸업식을 마치고 점심도 못 먹고 집에 왔다.

꽃다발에, 케이크에, 상장까지 들고 왔다. 얼마나 힘든 애기들을 졸업을 시켰으니, 아빠에게 자

랑하고 싶어... 얼마나 많이 기도를 해주셨는가?

아빠가 좋아하실 것을 알기 때문이다.

“달려왔지요.”

이모에게 꽃다발을 하나 드리니 너무 좋아하시며 처음 꽃다발을 받아 보았다고 하면서 많이

좋아했다. 오후에는 진안 장날이라 정님이 하고 같이 갔다. (그래도 설이 돌아오는데 자식들

먹일 거라도 사 와야 했다.)

도라지, 더덕, 연근을 사서 집에 오니 (그때까지) 막내가 안 가고 (이모랑 함께 이야기하고) 있었다.

장에 다니니, 서방님 생각이 더 많이 났다.



2025년 1월 25일 토요일

서울로 간 딸이 새벽에 운전을 하고 막내하고 같이 집에 왔다. 보고 싶어 반가웠다. 이제는

대견하고 든든하다.

춘자는 아프다고 해서 이모부가 오셔서 병원에 데리고 갔다. 딸들이 안 왔으면 못 갔을 텐데

다행이다. 나 때문에 집에도 못 가고 있으니 미안하다. 그렇지만 혼자 있을 자신이 없다.

힘이 들터인데, 막내가 아빠의 상차림을 해가지고 왔다. 부침개도 하고 힘이 들을 텐데 고맙다.

작은 아빠도 딸기 사고 빵을 들고 오셨다. 기도를 하고 있는데 서방님 얼굴을 보고 있으니

무 생각이 나고 무엇을 가져다 놓아도 말씀이 없으시니, 속이 상해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어쨌든 새끼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했지만, 참을 수가 없었다.

날마다 고모가 너무 힘들어서 미안하고 고마웠다.

쌀을 가지고 오라고 서방님이 했다.

고모한테 미안해서일까?

각시의 식사가 잡수고 싶으셨는지....

점심 식사를 하고 읍내로 가다가 작은 아빠네 집에 가서 쌀을 싣고 왔다. 작은집은 크고 깨끗

했지만 왠지 쓸쓸해 보였다. 두부를 한다고 콩을 많이 담아 두었다. 돈도 좋지만 너무 힘들어

보였다.

우리는 마트에 가서 여러 가지 사고 돼지고기도 조금 샀다. 아빠 속옷도 사고, 도라지도 사서

왔다. 오늘도 큰아들 카드를 썼다. (설명절 음식 준비하라고 큰아들이 처음으로 준 카드)

오랜만에 딸들하고 술을 한 잔 하고 싶어서 시작을 했는데, 은자하고 은자네 서방님이 오셨다.

우리의 분위기는 조금 그랬다. (급하게 삼겹살에 술 한잔하고 은자네는 갔다. 서방님이 생전에

좋아하시던 딸기를 주고 가고 싶어서 밤중에 들렸다고 한다.)

(딸들하고) 그래도 맥주 한 잔씩 하니 너무 좋고 행복했다.

서방님은 옆에 안 계시지만...

춘자는 병원을 가려고 전주에 갔다. 많이 아퍼도 내색을 하지 않고 갔다...



1월 26일 일요일

아침 식사를 하고 서방님 (제사) 음식을 챙겨서, 막내는 아빠 좋아하시는 부침개를 하고, 미역

국을 만들어 갔다. 혼자 (매일 제사 준비를) 하는 고모가 미안하기도...

하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 간다. 서방님도 좋아하실까?

이제는 염불도 더 오래 하신다.

고모는 김치도 담그고, 우리는 더덕도 까고 도라지도 깎고 (고모 일손을) 도와드린다.

딸들은 무엇이라도 더해주고 싶어 한다.

고모 눈치 보느라고 이것저것 사다 주고 딸들을 보고 있으면 속이 상한다.

이모(춘자)가 없으니 딸들하고 잠을 잤다.

막내는 항상 잠도 못 자고 피곤해하니, 보기가 안타까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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