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완아~ 어서 일어나!”
귀를 찢는 엄마의 큰 목소리가 집 한가득 울려 퍼진다. 겨울방학인데 왜 이렇게 날마다 깨우는가 모르겠다.
“어서 일어나서 아침 먹고 자야지~”
목소리 톤이 좀 전보다 부드러워졌다. 그렇다. 우리 엄마는 내 아침에 진심이다. 사실 나는 딱히 배가 고프지 않다. 잘 자고 있는데 왜 밥을 먹으라는 것인지 모르겠는데, 엄마는 내 아침에 너무 최선을 다한다. 밥을 먹지 않아도 빵도 있고, 과자도 있고, 냉동실에는 피자도 있고, 맛있는 음식이 정말 많은데, 아침마다 밥을 그렇게 먹이려고 하신다.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잠든 척’이다. 13년 동안 엄마의 아들로 살면서 터득한 평화로운 거절의 방법이다. 엄마는 곧 내 방문을 벌컥 열 것이다. 5! 4! 3! 2! 1!
벌컥!
“어서 일어나야지!”
쿵, 쿵, 쿵, 쿵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진다. 절대 눈꺼풀을 떨면 안 된다. 자연스럽게 지금 깬 것처럼 연기를 해야 한다.
“으음~~~”
소리를 흘리며 슬쩍 반대로 돌아 누었다. 좋아! 자연스러웠어. 이 정도 연기 하면 엄마는 물러날 것이다. 지금까지 나를 억지로 깨운 적이 한 번도 없다. 심지어 학교를 갈 때도.
“어휴. 이 녀석. 그래 자라 자. 식탁 위에 밥 차려 놓을 테니까 꼭 먹어. 엄마 출근한다.”
이불 위로 궁디 팡팡을 하고 당연하듯 볼에
“쪼옥~~! 사랑해 아들!”
뽀뽀를 눌러 남기고는 발걸음이 멀어진다. 역시 작전 성공! 그래, 좋았어. 이제부터 내 시간이다. 우당탕퉁탕 소리가 몇 차례 나더니. 띠리릭~ 현관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 집에는 나 혼자다. 어렸을 때는 혼자인 시간이 무서웠지만 지금은 이 조용한 집이 좋다. 지금부터 내가 뭘 먹든, 뭘 하든 잔소리하는 사람이 없다. 누나는 엄마보다 먼저 학원에 가서 저녁 늦게 오기 때문에, 누나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 발끝에서부터 간질간질 즐거움이 꿈틀거린다. 신이 나서 좌우로 몸을 굴리다가 뎅구르르 온몸으로 이불을 돌돌 말았다. 뭔가 따뜻함이 더 오래갈 듯한 기분 좋은 느낌이다. 손으로 더듬거리니, 머리 위쪽에 휴대전화가 턱 손에 걸렸다.
어젯밤 3시까지 로블록스 동물원 만들기를 했다. 고기 3마리로 늑대를 소환해서 판다 곰을 잡아 동물원을 만들었다. 버그만 걸리지 않았으면 곰 5마리를 다 모았는데, 아쉽게 4마리밖에 모으지 못했다. 버그는 답이 없다. 오늘은 어제 완성하지 못한 판다 5마리 잡기에 다시 도전해야겠다. 그러려면 일단 살짝 출출한 배부터 채워야 한다. 한 손에 휴대전화를 들고 거실로 나왔다. 내 침대에서 식탁까지는 직진으로 15걸음. 휴대전화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게임을 하면서도 충분히 찾아갈 수 있다. 킁킁~ 이 냄새로 보면 오늘 아침은 시큼하고 고소한 향이 나는, 김치볶음밥이다. 고개를 들어 살짝 훑어보니 역시나 식탁 위에는 김치볶음밥이 있다. 내가 7살 때 맛있다고 했던 김치볶음밥. 엄마는 아직도 내 최애인 줄 안다. 요즘 나는 참치볶음밥을 더 좋아하는데 13살인 내 취향을 모른다. 뭐 김치볶음밥도 싫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지금 내 입맛은 두구두구~ ‘치토스’다. 간식 박스에서 치토스를 꺼내서, 박력 넘치게 양손으로 팍 터트린다.
“퍽~”
과자가 ‘펑’ 퍼지는 이 소리가 좋다. 화끈한 느낌이고 속이 시원하다. 물론 바닥에 과자 몇 개와 붉은 가루가 떨어졌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아빠가 퇴근하고 치우실 거니까. 호랑이 같은 누나에게만 걸리지 않으면 된다. 왼손에 치토스 봉지를, 오른손에 휴대전화를 들고, 다시 내 침대로 복귀! 아! 좋다. 침대는 왜 이렇게 좋을까? 동굴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고, 할머니 품처럼 포근할 때도 있고 참 좋다.
엎드린 자세로 로블을 시작했다. 역시 이 느낌이지. 게임 속에서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어떤 것이라도 할 수 있다. 추운 겨울에 문밖에만 나가도 짜증 나고 싫은데, 로블은 쉽게 나를 눈이 가득한 산으로 데려간다. 오늘은 비스트 마스터를 활용해서 북극곰 5마리를 포획하고 동물원 완성하기가 목표다.
지금부터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