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by 나노

….

그때였다.


“끅끅끄으윽~”

내가 소리를 지르지도 않았는데 어디선가 또 다른 괴성이 들렸다. 솜털이 휙휙 솟아올랐다. 내 침대에 나만 있는 것이 아니구나! 더 무서운 것은 이 괴성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된다는 것이었다. 분명 배운 적도 들어 본 적도 없는 소리인데, 그 뜻을 이해할 수 있다니. 너무나 공포스러웠다. 온몸이 벌벌 떨렸다. 손에 쥐고 있던 휴대전화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고 나를 지킬 수 있는 그 무엇도 손에 걸리지 않았다. 두 손을 휘휘 저으면서 안전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휘적휘적. 그리고 다시 그 괴성이 들렸다.


“끅끅끄으윽~”

잔뜩 긴장해서 귀를 기울이니,

“괜찮아.”

라고, 말하는 소리였다.

그래 분명 사람은 아닌 어떤 것이, 놀라서 움찔거리는 나를 달래주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더 무서웠다. 앞이 안 보이는 것은 아빠랑 병원에 가면 되는데, 이 괴성을 이해하는 상황은 더더욱 모르겠다. 너무너무 무섭다. 무서운 만큼 두 팔을 더 훠이훠이 저었다. 휘적휘적하면서 나도 고함을 질렀다.



“끽끽끽끽~”

“저리가!”

라고 외치는 나의 말이 허공에 괴상한 울림으로 퍼졌다.


세상에.

내가 그동안 엄마 말 안 듣고, 아빠 귀찮게 하고, 누나를 괴롭히다가 벌을 받은 것일까?

초등학교에 가면 공부 열심히 하겠다고 말로만 약속하고 날마다 게임을 하다가, 결국 이렇게 사람이 아닌 무엇이 되어버렸나?


눈물이 났다. 보이지 않았어도 두 뺨에 흐르는 물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무섭고 두렵고 후회스럽고 공포스러워서 몸이 더 덜덜 떨렸다. 갑작스러운 무서움에 두 팔을 감싸안으려다 보니, 헉! 털이 만져졌다. 짧으면서 빽빽한 강력한 털이 만져졌다. 아니 아무리 눈이 안 보여도 이건 내 팔이다. 그런데 이 북슬북슬한 머리털 같은 느낌은?


진짜로 내가 괴물이 되었나 보다. 참고 있던 울음이 팍 터졌다.


“우앵~~~”

소리를 내었지만, 내 귀에는

“끽이익잉~~”

소리만 들렸다.


얼마를 울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울 힘이 없을 때까지 울고 또 울었다. 너무 울다 보니 이제는 울 수도 없고 배가 미치게 고팠다. 아침에 안 먹은 김치볶음밥을 정말 먹고 싶다. 배가 고프다. 엄마가 깨울 때 밥이라도 먹어 둘 것을…. 너무 후회된다. 그 밥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다.


허기진 배를 부여잡으니, 배에도 털이 북슬북슬 잡힌다. 난 분명히 털로 뒤덮인 괴물이 되었나 보다. 이제 더 이상 눈물도 나지 않았다. 이렇게 울고만 있을 수는 없다. 일단 주변이라도 확인해야 한다. 특히 그 이상한 괴성의 어떤 무엇의 정체도! 두 팔로 바닥을 딛고 좌우로 움직여 보니 제법 균형감이 잡혔다. 벌떡 일어서려 하니 허리가 우지직하고 뒷다리가 묵직하니 아파서, 두 팔로 바닥을 디뎠다. 그다음에 힘을 주니 자연스럽게 걸을 수 있었다. 아니, 태권도 도장에서 배웠던 네 발 걷기가 도움이 될 줄이야. 기합받을 때 자주 했던 자세가 오늘 나를 살렸다. 우리 관장님은 역시 똑똑하시다. 조심스럽게 한 발, 두 발 내디뎠다. 앞이 보이지 않으니 움직임이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세 발째 내딛는 순간


“쿵”

아이고. 머리에 무엇인가 부딪혔다. 찌릿하니 정수리가 아팠지만, 생각보다 통증이 크지는 않았다. 벽에 부딪힌 것이 아닌가?


“음음음~~~으으음~~~”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 소리는 좀 전에 ‘괜찮아’라고 했던 그 괴성이다. 그리고 지금은 뭔가 길게 말하고 있다. 천천히 뜻을 따져 보니 알 것도 같다.

“안 보이면 걷지 마. 위험해.”

충격적이게도 나는 눈을 잃는 대신 이상한 소리를 해석하는 능력이 생겼다. 허기야, 하루아침에 앞도 안 보이고, 털북숭이가 되었는데, 이제 뭐 더 놀랄 일이 있을까? 그래도 나를 챙겨주는 것만 같아서, 혹시라도 나를 두고 가버릴까 봐 얼른 말을 이었다. 지금 이 상대에게 내가 처한 상황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했다.


“으음으으으 음~~”

나도 내가 어떻게 이런 소리로 대화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곳이 어디이며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물었다. 그랬더니 상대편에서 차분하게 대답해 주었다.

“끽끼기 으으믐 꾸꾸꾸 으으으음~~~”

상대가 대답하기로는, 이곳이 숲속이고, 사냥꾼이 우리를 잡아서 우리에 잡아 놓은 상황이라고 하였다. 아하, 그래서 내가 막 걸으려고 하는 것을 말렸구나. 그럼, 눈도 안 보이는 나를 챙겨주고 있었던 것인가? 갑자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분명 괴물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사실은 도움을 받고 있었다니. 사냥꾼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확인해야겠다.


“끽끼기 으으음~~”

“끄으윽 끽끼끼 으음으므음~~~”

사냥꾼이 멀리 있는가를 물었더니, 사냥꾼은 우리를 잡고 다른 곰을 잡으러 나갔다고 대답하였다. 그 뒤로 더 몇 마디를 나누었는데, 100% 믿을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숲에는 판다 곰이 5마리 있었다고 한다. 처음에 사냥꾼에게 자기가 잡혔고, 그 뒤로 내가 잡혀 왔는데, 눈을 다쳤다고 했다. 그리고 남은 3마리를 잡기 위해 사냥을 나갔다고….

화,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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