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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노

먼저 권총부터 득템해야 나를 지킬 수 있으니, 권총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밤낮없이 나무를 캐려면 손전등은 필수! 오~ 시작부터 느낌이 좋다. 오늘은 곰을 다 때려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느낌 있는 날은 득템도 잘 된다. ‘침대 게이머’로 살아온 나만의 느낌이 있다. 이럴 때는 끊김이 없이 쭉쭉 캐기만 하면 된다.


“삑삑 삑삑 삐리리”


헉!

이 시간에는 들어올 사람이 없는데, 저렇게 네 자릿수를 다 누른다는 것은! 최악이다 누나다. 며칠 전에 카드키를 잃어버려서 혼자만 저렇게 비번을 누르고 등장한다. 고등학생인 누나는 대화가 안 된다. 예전에는 나랑 같이 재미있게 눈썰매도 타고 놀았는데, 이제는 반갑게 웃으면서 이사를 해도 화만 내고, 고라니처럼 소리를 ‘꽉 꽉’ 지른다. 못생겼다.

특히 내가 일어나서 침대에 누워 게임하는 것을 그렇게 싫어한다. 아마도 자기는 방학에도 학원을 가야 하는데, 나는 자유의 몸이라서 부러워서 그런 것 같다. 호랑이처럼 포악한 저 누나가 또 싫어하는 것은, 거실 바닥에 과자 흘리는 것이다. 내가 테토남처럼 봉지를 멋지게 터트리는 것을 본 후로 더 화를 낸다. 멋진 내 모습을 왜 그렇게 싫어하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지금 나는 그 두 가지를 다하고 있다. 이건 최소 등뼈 부러지기 폭탄이 떨어질 것이다. 하~ 저게 왜 이 시간에 들어와서. 분명히 학원에 가야 했을 시간인데….

미치겠다. 걸리지 않아야 한다. 지금쯤 거실에 흘려 놓은 치토스 가루는 발견했을 것이고,


“야! 전동완!! 너 이거 뭐야!”

그렇지. 매의 눈인 누나에게 치토스 붉은 가루가 안 걸릴 리가 없다. 지금 내가 살아날 방법은 하나다! 과자를 먹다 잠든 척하기! 엄마에게도 통했으니 저 사나운 누나에게도 분명히 먹일 것이다. 게임을 후다닥 끄고 화면을 서둘러 잠근 다음, 눈을 감았다. 눈을 꾹~ 감았으니, 이번에도 넘길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솟아났다. 속눈썹아, 제발 떨지 말아라!


벌컥!

역시 우리 누나는 진정한 테토녀다. 문이 팍 열리면서 창가 블라인드가 펄럭펄럭 흔들린다. 아 괴력이 느껴진다. 지금 걸리면 등짝이 불나게 맞아야 한다. 최대한 걸리지 않게 몸을 웅크렸다. 절대 무서워서 움츠러든 것은 아니다! 심장이 쿵쾅쿵쾅 이렇게 불안할 수가…. 새우처럼 몸을 동그랗게 말아서 휴대전화를 꼭 끌어안았다. 제발 이 공포가 지나가길. 나는 언제쯤 저 괴물을 피해서 마음껏 게임을 할 수 있을까? 하느님 제발~


“뭐야! 전동완! 어디 갔어. 엥? 휴대전화만 있어? 이게 어디 갔을 리가 없는데….”

응? 뭐라고? 누나 눈에 내가 안 보일 리가 없는데,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더 무서워서 두 눈을 꼭 감으면서 몸을 고슴도치처럼 더 말았다. 휴대전화를 꼭 쥐고 있어서, 누나가 이것을 봤다면 나도 보고 있다는 말일 텐데. 이건 또 무슨 신상 괴롭힘인가? 무서워서 숨소리조차 멈추었다.


“이 자식 진짜 어디 갔어. 화장실에 갔어? 에이 늦었다.”

하. 저 괴물이 멀어지고 있다. 다행이다. 그런데 왜 내가 안 보였다는 것이지? 도저히 알 수 없는 말만 쏟아내고 가다니. 눈을 살포시 떴다. 그때였다.

내 진짜 불행이 시작된 것은.

눈을 꾹 감고 있어서 깜깜했던 눈앞이 환해지면서, 검은색 흰색 모자이크 모양이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더니, 다시 정전된 것처럼 팍~ 어두워졌다. 이건 뭔가? 마치 버그에 걸린 것처럼? 이게 무슨 상황인가? 눈을 아무리 비볐다가 크게 떠도 보이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사람이 너무 놀라면 소리를 못 낸다더니, 내가 그랬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눈만 끔뻑거리면서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소리를 지르면 거실을 우당탕퉁탕 뛰어다니는 누나가 나를 보러 와줄 것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차마 그럴 수 없다. 등짝 스매싱을 겨우 넘겼는데. 그럴 수는 없다. 이 생각 저 생각하다 보니,


“띠리릭”

하, 망했다. 타이밍을 놓쳤다. 누나도 나가버렸다. 지금 무슨 일이 나에게 벌어진 것인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동완아, 휴대전화를 그렇게 많이 하면 눈이 나빠져요. 잘못하면 시력이 떨어져서 글자가 안 보일 수 있어요.”

하셨는데. 지금 그 일이 하루아침에 나에게 벌어진 것인가?


하, 사실 나는 말이나 글보다 먼저 휴대전화 터치를 배웠다. 그냥 손을 꼬물거릴 수 있을 때부터 휴대전화를 가지고 놀았다. 그래서 눈이 나빠진다는 선생님의 잔소리를 한 귀로 흘려들었었다. 안되면 안경을 쓰면 되니까. 그리고 이미 안경을 쓰고 있어서 눈이 더 나빠지면 렌즈만 바꾸면 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처럼 앞이 깜깜해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 것은 상상해 본 적이 없다. 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아무리 기다려도 빛 한 줄기도 보이지 않는다. 잠깐 안 보이는 것이 아니라 눈을 잃은 것인가? 공포감이 몰려왔다. 원래대로라면 혼자 있는 이 집이 편안하고 좋았는데, 앞이 안 보이는 지금은 정말 무섭고 두려웠다. 왈칵 두려움에 소름이 돋아 소리를 질렀다.


“누나~~~”

가장 가까이 있을 누나를 소리 질러 불렀다. 문밖에서라도 내 목소리를 듣고 돌아오길 바라면서. 그런데 그때 어디선가

“꾹꾸꾸꾸~~~”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흠칫 놀라 고함지르는 것을 멈췄다. 그랬더니 그 이상한 소리도 멈췄다. 우리 집에는 지금 나밖에 없는데 이런 소리가 도대체 어디서 나는 것인지?

앞이 안 보이니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귀를 쫑긋하고 들어도 주변이 조용해서 다시 용기를 내어 외쳤다.

“누나~~~”

“꾹꾸꾸꾸~~”

누나를 불렀는데 왜 귀에는 이상한 돼지 소리만 들리는 것이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지금 나에게 벌어진 일을 짐작할 수 없었다. 대책이 없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던가? 그저 침대에서 과자 먹으며 게임하는 모습을 걸리기 싫어서, 눈을 감고 휴대전화를 두 손으로 꼭 부여잡은 것뿐인데. 왜 앞도 보이지 않고 내 목소리 대신 이상한 소리만 들리는 것인가? 내 목에 음성변조기가 생긴 것인가? 말도 안 된다. 내가 무엇을 그렇게 잘못한 거지? 겨울방학에 침대에서 게임하는 초등학생은 나만이 아니다.

화,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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