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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클써니 Apr 14. 2023

저... 책을 도서관에 반납하지 못하고

이사를 왔어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이전 살던 곳, 도서관 담당자에게 전화를 해야 한다.




나의 최대 낙중 하나가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것이다.

실은 끝까지 다 읽지 못하고 반납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나에게는 책을 빌리기 위해

도서관에 가고,

책을 빌려서 콧노래를 부르며 집에 돌아오는

이 일련의 행위가 매우 설레고 즐겁다.


이사를 2주 정도 앞둔 그날,

책을 빌리는 게 아니었다.

원래는 반납만 하고 올 계획이었다.

그런데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이 내 손이 닿는 그곳에

나를 향해 미소 짓고 있는 것 아니던가?

그때의 나는, 미래의 내가 야무지게 잘 반납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원래는 이사 전날 반납할 계획이었다.

이사 전날의 나는 수많은 핑계가 있었고,

그렇게 이사당일의 나에게 반납을 미루었다.

이사당일의 나는 처리해야 하고 책임져야 할 일들이

차고 넘쳤음에도,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지 않니?' 하며

쓰~윽 짐을 얹어 준 것이다.

어쩌겠는가?

"나를 힘들게 하는 최대의 빌런이 나 자신"인 것을.


집 매도로 부동산에서 정신없는 시간을 보낸 후,

남편과 의견차이로 말다툼도 좀 하고,

어찌어찌 정신을 수습해서

이전 집이 있던 송도에서 새로운 집이 있는 양평으로 

2시간여를 달려 도착했다.

'아! 드디어 도착했구나.' 

안도의 한숨을 쉬며 차 문을 열었더니,

운전석 차 문 홀더에 반납해야 할 책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오. 마이. 갓!"



욕먹을 것을 각오하고 도서관에 전화를 해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책값으로 보상을 하라고 하면 그렇게 할 것이고,

택배로 보내라 하면 그렇게 할 것이고,

처분에 나를 맡길 생각이었다.


담당자는 별일 아니라는 듯,

택배로 보내면 된다고 명쾌하게 나의 고민을 해결해 주었다.


"휴~~~

이게 뭐라고..."


인터넷 우체국에서 방문접수소포를 신청하고

택배포장을 했다.


이번 이사는 유독 정신이 없는 것 같다.





그림출처 : https://blog.naver.com/wongj81/3017141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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