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왔어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이전 살던 곳, 도서관 담당자에게 전화를 해야 한다.
나의 최대 낙중 하나가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것이다.
실은 끝까지 다 읽지 못하고 반납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나에게는 책을 빌리기 위해
도서관에 가고,
책을 빌려서 콧노래를 부르며 집에 돌아오는
이 일련의 행위가 매우 설레고 즐겁다.
이사를 2주 정도 앞둔 그날,
책을 빌리는 게 아니었다.
원래는 반납만 하고 올 계획이었다.
그런데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이 내 손이 닿는 그곳에
나를 향해 미소 짓고 있는 것 아니던가?
그때의 나는, 미래의 내가 야무지게 잘 반납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원래는 이사 전날 반납할 계획이었다.
이사 전날의 나는 수많은 핑계가 있었고,
그렇게 이사당일의 나에게 반납을 미루었다.
이사당일의 나는 처리해야 하고 책임져야 할 일들이
차고 넘쳤음에도,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지 않니?' 하며
쓰~윽 짐을 얹어 준 것이다.
어쩌겠는가?
"나를 힘들게 하는 최대의 빌런이 나 자신"인 것을.
집 매도로 부동산에서 정신없는 시간을 보낸 후,
남편과 의견차이로 말다툼도 좀 하고,
어찌어찌 정신을 수습해서
이전 집이 있던 송도에서 새로운 집이 있는 양평으로
2시간여를 달려 도착했다.
'아! 드디어 도착했구나.'
안도의 한숨을 쉬며 차 문을 열었더니,
운전석 차 문 홀더에 반납해야 할 책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오. 마이. 갓!"
욕먹을 것을 각오하고 도서관에 전화를 해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책값으로 보상을 하라고 하면 그렇게 할 것이고,
택배로 보내라 하면 그렇게 할 것이고,
처분에 나를 맡길 생각이었다.
담당자는 별일 아니라는 듯,
택배로 보내면 된다고 명쾌하게 나의 고민을 해결해 주었다.
"휴~~~
이게 뭐라고..."
인터넷 우체국에서 방문접수소포를 신청하고
택배포장을 했다.
이번 이사는 유독 정신이 없는 것 같다.
그림출처 : https://blog.naver.com/wongj81/30171414506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