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매주 수요일 연재 -5화
"할머니! 밭에 와 보세요. "손주는 활짝 웃으며 할머니의 손을 잡아끌었어요. 할머니의 작은 텃밭에는 초록빛 채소들이 조용히 자라고 있었지요. 꼬물꼬물 싹을 틔운 마늘, 쑥쑥 올라가는 파, 그리고 넓은 잎을 살랑거리는 깻잎이 보였어요.
"여기 있는 친구들은 다 키가 작네?" 손주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어요.할머니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렇지? 우리 밭에는 키가 크고 높은 식물은 들이지 않는단다."
"왜요?" 손주는 신기한 듯 눈을 반짝이며 다시 물었어요.
할머니는 손주의 작은 손을 잡고 텃밭 한쪽을 가리키며 설명했어요. "너무 높이 자라는 넝쿨 강낭콩 같은 친구들은 우리 밭에 안 맞아. 우리 밭은 키 작은 친구들이 서로 기대면서 자라는 곳이거든."
손주는 조심스럽게 마늘 싹을 쓰다듬었어요. "얘들은 어떻게 서로 도와주는 거예요?"
"마늘은 땅속 깊이 뿌리를 내려서 텃밭의 흙을 튼튼하게 잡아주고, 파는 쑥쑥 올라가면서도 흔들리지 않게 서 있어. 깻잎은 넓은 잎으로 친구들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고, 서로 어깨를 맞대며 자라지."
손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식물들을 바라보았어요. "그럼 여긴 키가 크다고 좋은 게 아니네요?"
할머니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어요. "그렇지, 키가 크다고 좋은 게 아니라 서로 돕고 함께 자라는 게 더 중요하단다."
텃밭의 친구들은 비바람이 불어도 서로를 감싸주었어요. 햇살이 너무 뜨거울 때도 넓은 깻잎이 그늘이 되어 주었지요. 어떤 날은 세찬 바람이 불어왔지만, 마늘과 파가 땅을 단단하게 잡아주었어요. 그렇게 작은 친구들은 낮은 곳에서 서로 기대며 튼튼하게 자라나고 있었어요.
가을이 되어 텃밭의 친구들이 무럭무럭 자라자, 할머니는 정성껏 수확을 했어요. 마늘은 향긋한 양념이 되고, 파는 따끈한 국에 들어가며, 깻잎은 맛있는 장아찌가 되어 식탁에 올랐어요.
"할머니 밭의 힘이 담긴 건강한 밥이지!" 손주는 신나게 수저를 들었어요. 할머니의 밭에서 온 작고 튼튼한 친구들은 맛있는 반찬이 되어 손주의 입속으로 쏙쏙 들어갔지요.
그날 밤, 손주는 창밖을 바라보며 중얼거렸어요. "나도 친구들과 서로 도우면서 자라야겠다."
할머니의 작은 정원에서는 오늘도 키 작은 친구들이 꼬물꼬물 자라며 서로를 돕고 있었어요. 마치 손주가 친구들과 함께 성장해 가는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