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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찌 Dec 20. 2024

EP04. 너무나도 어려운 암밍아웃

암보다 강한 여자의 삼중음성 유방암3기 극복기

어떻게.. 얘기해야할까??


수술일정과 입원일정이 나왔다. 

회사도 쉬어야하고 보호자도 있어야한다.

이제 정말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유방암임을 알려야하는 시기가 온것이다.

난이도는 회사>친구>가족...

우선 쉬운것 부터 하나하나 클리어 해보기로 했다.


1.회사

우선은 부분절제+감시림프생검술 기준으로 수술 전 검사와 입원 그리고 약간의 회복시간까지

2주정도 휴무일정을 잡았다.

회사에 병가를 내야 하는 상태라 업무 유관자중 꼭 알려야 하는 임원, 관리자, 팀원들에게는 암밍아웃하고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개인휴가로 안내했다.


나는 고객사에 상주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프로젝트 매니져 업무를 하고 있다.

다행히 지금 시점에 크게 바쁜일은 어느정도 마무리가 된 시점이라 우선 수술을 받고 치료방향 결정 후 회사를 어떻게 할것인지 임원 및 관리자들과 논의하기로 했다.


많은사람들이 암진단을 받은 후 바로 퇴사부터 하는경우가 많은데 나는 퇴사가 그리 급한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개개인의 회사상황, 배려 및 조율 가능여부, 컨디션의 변화 등은 나중에 천천히 결정해도 되기에 치료방향이 확정되고 회사와 함께 방법을 찾아보고 그때 퇴사해도 늦지않다.


그래서 난 우선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만 오픈하고 엠바고를 요청했다.

최대한의 지원과 배려를 하겠다는 회사와 프로젝트걱정말고 치료에만 전념하라는..

너무 짱짱하게 버티고 받쳐주는 동료들이 있어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2. 친구

친구들중 가장 가까운 친구들에게 먼저 암밍아웃을 했다.

우는 친구도, 이겨낼 수 있다고 응원하는 친구도, 

아무말없이 꼭 앉아주는 친구도..

각자의 방식으로 안타까워하며 날 위로했다.

사람들은 암밍아웃 하는과정에서 상처를 많이 입는다고 한다.


“요즘 유방암 별거 아니래~ 괜찮아”

이렇게 얘기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디 별거 아닌병으로 생각하고 너무 걱정하지 않고 잘 이겨내길 바라는 마음에 그리 말했을것이다.

물론 첫위기의 상황에 그동안 몰랐던 지인의 성향을 알게되는 경우도 있을수 있으나 

스트레스 받으며 노여워말자!!


가만히 생각해보면 아마 원래부터 무뚝뚝했거나 따뜻한말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었는데..

진단받고 무너져내린 마음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었는데 예상과 다른 반응에 더 상처받는 경우도 많은것 같다.

걱정하는 친구들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암이 나 못이겨.. 

 내가 더 독해!! 잘 치료 하고 완치 받을꺼야!!

 나 잘 치료 받게 많이 응원하고 기도해줘”


3.가족

제일 미치고 환장할 노릇인 가족..

난 꽤 일찍 집에서 독립해서 일본에서 또 서울에서 혼자 거주해왔다.

작년 초 아빠가 위장관기질종양(GIST) 이라는 희귀암 판정을 받고 수술 후 약 복용중이어서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도저히... 도저히 당신들의 큰 딸이.. 암에 걸렸다는 그 말을 차마.. 할수 없었다.

정신과 상담을 받으며 이부분에 대한 얘기도 선생님과 했었는데..

선생님은 누구보다 내 건강과 완치를 빌어줄 사람들이 가족이라며 힘들겠지만 가족에게 꼭 말해보라고 했고..

용기를 내서 전화를 했다.


너무 힘든순간.. 

부들부들 떨어져지지 않는 입!!

울음을 집어 삼키고 힘들게 말했다.


“엄마.. 나 가슴에 멍울이 잡혀서 얼마전에 조직검사를 했었는데.. 결과가 좀 안좋게나왔어..

음.. 나 암이래 엄마..

수술 날짜가 나와서.. 엄마가 옆에 같이 있어줬음 좋겠어..그리고…아빠도 지금 힘든데 아빠한테는 절대로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잠시 정적이 흘렀고 그 정적에 숨이 막히고 가슴이 답답해 무너져내리려는 순간 무엇인가 결의에 찬 단호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빠한테... 말할꺼야

아빠도 알아야해

지금은 우리 모든 가족이 널 응원하고 지지해줘야해. 

잘 치료 받고 이겨내자

엄마가... 다 해줄께”


우리엄마는.. 너무너무 강했다.

수술전까지 식이와 체력관리를 위해 한걸음에 서울로 올라온 엄마는 나에게는 오프라인 케어를 아빠에게는 원격케어를 진행중이다. 

수술 전 체력을 키워야 한다며 매일 엄마와 함께 한강 걷기 운동중이다.

사랑해 엄마.. 그리고.. 너무 고마워...ㅠ.ㅠ


많은 사람들의 배려와 응원으로 시작하는 암치료!!


"난 사람들에게 미안해하지않고 고마워하기로 했다.

다들 고마워

나 최선을 다해서 꼭!! 완치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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