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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찌 Dec 24. 2024

EP06. 할만하다고 하셨잖아요ㅠㅠ(대환장의 케모포트)

암보다 강한 여자의 삼중음성 유방암3기 극복기

수술이 취소되고 선항암이 결정된 나는 항암에 필요한 여러 검사와 시술들을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 퇴원하지 않고 입원을 유지하기로 했다.

음.. 이러려고 1인실을 잡은 건 아니었는데..


난이도는..

심장초음파 < PET CT < 클립삽입 < 케모포트 삽입


1. 심장초음파

치료를 위해 사용해야 하는 아드리아마이신 항암제가 심장에 무리가 갈 수 있어 내 심장이 항암을 잘 버틸 수 있을지 크기 모양 상태 등을 세밀하게 살펴보는 검사.

      

심전도만 해봤지 초음파는 처음 해보는데 안쪽에 위치한 심장을 잘 보기 위해 갈비뼈랑 가슴, 명치를 초음파 기계로 깊숙이 눌러 후벼 판다.


지시에 따라 호흡을 조절하며 누르는 통증을 참는데 내 갈비뼈보다 검사하는 선생님 팔목이 아작 날까 더 걱정스러웠다 ㅜㅜ


2. PET CT

림프전이가 확인되었기 때문에 교수님은 뼈스캔 외전신 전이 여부 확인 차 PET CT를 진행하셨다.

조영제를 혈관으로 투여한 후 약이 충분히 퍼질 때까지 베드에 누워 안정을 취하며 누워있어야 한다. 이때는 핸드폰도 금지!!

cctv로 보고 계신다고 하셔서 가만히 누워서 멍 때리고 있는데 생각보다 지루한 시간이었다.


검사가 힘든 것보다도 시야를 가리는 헬멧 같은 걸 쓰고 원통을 아주 조금씩 통과!

나 폐쇄공포 같은 거 없었는데..

순간 가슴이 답답하고 토할 것 같았다.. 검사할 때마다 계속 안 좋은 결과를 들으니까 검사 자체에 트라우마가 생긴 듯 ㅜㅜ


눈을 꼭 감고 심호흡을 했다.

이런 거 가지고 벌써 힘들어하면 안 돼! 이겨내자..

생각해 보면 너무도 무서운 검사인 것 같다.

전신의 전이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라니..

이 검사에서 유방 외 전이 여부가 확인되면 4기다.

울컥 눈물이 났지만 최대한 내 마음을 다스려가며 무사히 검사를 마쳤다.


검사 후 12시간 정도는 미취학 아동과의 접촉을 피하고 물을 많이 마셔 조영제를 빨리 배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3. 클립삽입술

클립삽입술은 총 조직검사처럼 부분마취를 하고 진행한다. 난 통감이 워낙 민감한 편이라 마취주사 많이 넣어주세요 ㅜㅜ 했고 총 조직검사랑 비슷한 정도의 통증이었다.


클립 위치가 잘 들어갔는지 사진을 찍는데..

프레스로 찍어 누르던 아찔했던 촬영경험에 이미 얼어있는 날 보고 ㅋㅋ

정말 살살 누를 거예요~ 하고 안심시키며  조심스레 촬영하셨다.


서울성모 의료진 여러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4. 대환장의 케모포트

진짜 ㅋㅋ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ㅋㅋ

우선 어느 블로그를 통해 서울성모는 빅 5중  유일하게 케모포트 시술 시 수면 마취를 해준다는 정보를 이미 습득한 나는 ㅋㅋ 너무도 당연히 수면 마취니까 내시경처럼 자고 일어나면 끝!. 일... 줄 알았다.


종양이 오른쪽에 있어 왼쪽에 케모포트를 심어야 했고(종양 반대편에 심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너무도 단호하게 수면마취는 안된다는 교수님ㅜㅜ

안 하는 것이 훨씬 몸에 이득이라고 안 해주겠다는 선생님들 ㅜㅜ

선생님 세 분이 돌아가며 안된다고 할만하다고.. 30분이면 금방 끝나니 정 불안하고 무서우면 시술 전 진정제를 하나 먹고 하자고..

그렇게 날 안심시키고 꼬드겼다 ㅡㅡ^

정말 1도 효과 없었던 안정제ㅋㅋㅋ

난 뭘 먹은 거야?? ㅋㅋㅋ


통감이 예민하고 쫄보인 데다가 암치료의 첫 번째 과정이라 아픔보다 서러움이 폭발하며 많이 힘든 시간이었던 것 같다.


너무 많이 울어서 목에 힘이 들어가서 나도 그리고 시술하는 선생님들도 너무 힘들었던 것 같다. ㅜㅜ

계속해서 잘하고 있다고 해주셨고 눈물도 닦아주셨고 손도 잡아주셨고 ㅜㅜ


중간중간 시술선생님이

아니야 더 이쁘게 꿰매주려고 그러지..

하면서 추가로 마취제를 주사하고 꼼꼼히 시술하는 그 상황조차도..

아니야.. 안 이뻐도 돼요.. 그만해요 ㅜㅜ

전문가스럽게 하지 마요

하며 마음속으로 수도 없이 외쳤다ㅋㅋ


다 끝나고 다시 병실로 가는 길에

침대로 이동하며 눈물이 그렁그렁 한 채로 선생님들을 보며 야무지게 해야 할 말을 했다.


: 많이.. 울어서 힘들게 해서  

미안해요 선생님들 ㅜㅜ

선생님 : 많이 안 울었어요. 힘드셨죠?

정말 잘하셨어요.


또르륵

나.. 이렇게 눈물이 많던 사람인가 ㅜㅜ

글을 쓰는 지금 난 충분히 그때의 아픔을 망각했을 수 있다 ㅋㅋ

다만, 선항암 16회 후항암 9회를 해야 하는 나는

쉽게 터져버리는 약한 내 혈관 대신 항암제를 안전하게 주입해 주는 케모포트가 있어서, 길고 긴 항암시간 양손의 자유를 주는 케모포트가 있어서 정

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음.. 나중에 뺄 때는 ㅡㅡ 그때 생각하고, 선생님 넣을 때 보셨죠? 우리 웬만하면 수면마취 합시다.라고 다시 한번 협의를 해볼 생각이긴 하다.


찢어진 살들이 아물고.. 상처가 벌어지지 않게 발랐던 본드도 떨어지고.. 이 포트로 인해 정말 편안하고 안전하게 항암치료를 할 수 있었다


그땐 아니었고 지금은 그렇다.ㅋ

할만한 케모포트..

나의 완치까지의 겪게 될 다양한 시련 또한 어느 날

그땐 아니었고 지금은 그렇다!!!

하는 순간들이길 간절히 바라본다.


혹시 누군가가 케모포트 시술을 앞두고 있다면 30분의 시술시간이 항암치료동안 계속 편하게도 와 줄 거니 눈 질끔감고 씩씩하게 하시라구 말씀드리고 싶다!!


세상 편한 항암치료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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