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자랑스러운 우리나라)
(이번 글은 다소 무거운 주제입니다..)
우리나라는 자타공인 참 대단한 나라다.
한강의 기적이라고 해서 2차 세계대전 이후 45달러에 불과한 GDP 성적표와 함께 가장 못살던 빈민국 출신으로 시작하여 동족 이별이라는 아픈 역사를 딛고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선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유일무이한 나라. 이 작은 땅덩어리에서 세계 경제를 이끄는 대기업들을 선두로 IT, 반도체, 조선, K-pop 등의 산업 강국으로 이제는 세계 어딜 가든 '꼬레아'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내가 뭘 기여한 건 딱히 없지만, 어느 나라에 가더라도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기반으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어 뭔가 든든하고 자랑스러운 기분이 드는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런 엄청난 성장 속에서 우리가 놓친 것은 무엇일까?
얼마 전, 가족들과 함께 우리나라 출산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OECD 국가 기준 뒤에서 세계 1위의 불명예라는 것은 한 두해 이야기가 아니다. 아마 전 세계 소수민족까지 포함해서 가장 적은 출산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우리나라는 얼마 전 0.7을 기록했다. 부부 한 쌍이 0.7명을 낳는다는 것이다. 좀 더 직관적으로 보기 위해 10을 곱하면 부부 열 쌍, 총 스무 명의 남녀가 7명의 아이를 낳는다는 건데, 현재의 감소 속도로 보았을 때 0.5를 기록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생각된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 인구는 소위 1/4토막이 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그다음에 있다. 산업화로 발전한 우리나라 상황 상 젊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도시에 몰려있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지방 소멸은 당연한 수순이며, 노인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경제활동인구라고 일컬여지는 15세에서 64세 사이의 청년/장년 층 비율의 감소로 인해 그들의 어깨는 태산같이 무거워질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문제점은 무엇이기에 도대체 이렇게까지 된 것인가? 그리고 수백조를 투입하여도 임신 및 출산율의 감소폭을 막을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이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나라 현대 발전과정의 역사와 그 속에 파고들어 있는 문제점들을 살펴보았다.
베이비붐 세대 전후로 시작된 급속도의 성장은 무조건 빨리빨리 하는 문화와 학벌과 능력 우선주의라는 문화를 야기했다. 애국심과 애사심을 기반으로 주 6일을 일하며 야근하고 밤늦게까지 회식하는 것이 반복되던 것은 일상다반사였고, 우리네 많은 부모님들이 그래 왔듯 남성들의 사회활동을 여성들은 집안일과 육아를 담당하며 두 축을 이뤘다. 언뜻 보면 균형 잡힌 모습에 그럴싸해 보이지만, 사내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잦은 회식으로 인해 남성들은 밤늦게까지 음주하고 집안에 소홀하기 일쑤였고 돈을 벌어와 주는 것만으로 내 할 일은 모두 끝냈다고 여겨졌다. 그 과정에서 힘든 육아는 오직 아내의 몫이었고, 우리나라 문화 상 시댁의 지나친 간섭 등 고부갈등은 모두 아내들이 감내하는 경우가 많아 어디에도 위로받지 못한 그네들의 마음속엔 소위 한(恨)이 쌓여갔다. 참다못해 터진 그들의 하소연은 남편과 자녀들에게 향했고, 자녀들이 학벌 우상 주의 명목 하에 오로지 좋은 대학과 번듯한 직장을 갖는 것이 한을 풀고 가치관을 실현시켜줄 가치라 믿었고 남편과는 갈등이 악화되어 매일같이 부부싸움을 하거나 냉전 상태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았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병원에서 환자들과 면담을 하다 보면 이런 경우가 태반이다. 위의 상황이 비단 소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은 우리나라 음주 및 폭음률, 수면부족, 우울증, 자살률 등이 OECD 1등이라는 것이 반증해준다. 이런 가정 속에서 양육되어 오며 행복한 가정생활보다는 삭막하고 갈등이 많은 부모님 밑에서 자란 현 2030들이 이상적인 결혼을 꿈꾸며 달콤한 부부생활을 기대하기보다는 서로 희생만 하던 부모님처럼 살지 않고, 행복한 내 삶을 찾을 거라는 보다 현실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예상된 수순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더해 요즘은 다시 하락 중이긴 하지만 자본주의 내에서 필연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주식, 코인, 부동산 시장의 폭등으로 인해 의식주도 원만히 해결하지 못하거나, 어떻게든 겨우 살 집을 마련한다 하더라도 그것에 얽매여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족쇄처럼 작용하여 결혼 자체를 꿈꾸기가 점점 어려운 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도 OECD 1등으로 크나 큰 문제이다. 노후준비를 하려면 개인 소비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소 수 억은 있어야 한다던데 이를 위한 복지정책이 모두를 위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앞으로는 출산율, 그리고 노인복지와 일자리 확대 등 양 극단의 층의 균형이 미래 우리나라 존립에 있어 중요한 두 축이 될 것이다.
너무 무거운 주제를 썼다.
하지만 그만큼 괄시해서는 안될 부분들이기도 하다.
모든 발전 뒤에는 남모를 노력과 희생이 뒤따르는 법.
이제는 더 이상 이런 희생적 가치를 모른 채 무시하거나 소홀히 여기면 안 될 것이다.
빈틈을 채워가며, 힘들었던 과거를 알아가고 서로 이해하며 공감을 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건강한 가정을 이룰 수 있으며 그것을 기반 삼아 좋은 사회로 발전하길 진심 다해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