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진MUZN Dec 01. 2021

4-1. 우리가 외로운 건 나약해서일까

첫째 딸은 엄마 팔자 닮는다던데

“친구가 외로워서 아무나 만나고, 그래서 상처 받고, 상처 주는 나쁜 사람과 헤어지지 못하는 게 저에게 왜 이렇게 괴로운 일일까요? 친구의 일인데 그 이야기를 듣는 게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워요.”


    가끔 친구의 연애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나는 귀를 틀어막고 싶을 정도로 괴로워졌는데,  이유를  수가 없었다. 처음엔 친구의 마음이 걱정되고 안타까워 위로해 주었지만, 점차 친구의 이야기가 반복될수록 친구와 만나는 것이 꺼려지기 시작했다. 친구와의 대화가 나에게 버티기 힘든 일이 되면서 친구가 외로움에 하는 행동들 하나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기 시작했고, 나는 내가 친구를 싫어하는 건지 아직도 좋아하는 건지   없는 양가적인 마음까지 들면서 이중적으로 괴로웠다.


    친구가 외로워서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고, 나는 그렇게 자신을 아끼지 않는 행동을 하는 친구를 지켜보는 게 버겁고 싫다는 얘기를 가만 들으시더니, “외롭다는 게 왜 문제인가요?”하고 물으셨다. 나는 생각해본 적 없는 방향의 질문에 살짝 당황했지만, 생각을 가다듬고 얘기했다. “외로운 건 자연스럽지만, 외롭다고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게 문제예요. 아무나 만나고, 상처 받고 그런 거요. 외로워도 좀 참고 인내하고 분별력 있게 행동해야 하잖아요.”


    상담 선생님은 내게 외로울 때 어떻게 하냐고 물으셨다. 외롭지 않냐고.


    상담 선생님의 눈을 보면 내가 내 마음을 속일 수 없게 된다.


    인정하기 싫지만 나도 외로웠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친구만큼 나도 외로웠다. 하지만 나는 그 외로움마저 긁어내고 또 긁어냈다. 외로운 건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나쁜 감정이니까. 혼자일 때면 외로움을 느끼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닌데, 외로움은 혐오스러운 감정이었다. 조금이라도 외로움을 느끼는 순간이면 나는 외로움에 지는 나의 나약함과 무능함을 탓하며 더 강해지라고 채찍질을 하기 일쑤였다. 외로워서 아무나 만나고, 그래서 상처 받고, 헤어져야 합당한 사람과 헤어지지 못하는 사람을 싫어했다.


    상담가는 외로움을 나약하고,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게끔 하는 나쁜 감정이라고 바라보게 된 배경을 궁금해했다. 나에게 어떤 일이 있었기에, 그런 생각의 고리를 형성하게 된 걸까.


“삼촌이나 다른 어른들이 가끔 그런 말을 했어요. ‘너 아빠 같은 사람 만나는 거 아니냐?’, ‘첫째 딸은 엄마 팔자 닮는다던데, 너도 아빠처럼 술이나 마시고 다니는 양아치 만나는 거 아냐?’ 같은 말이요.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절대 그렇게 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죠. 아빠는 외로워서 술을 마셨고, 새엄마는 외로워서 때리는 아빠랑 못 헤어졌으니까 저는 외로워서 그런 잘못된 선택을 하고 싶지 않아요.”


    상담 선생님은 어른들이 내게 한 말을 듣더니 욕을 하며 화를 냈다.

    

    “젠장, 뭐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갑자기 눈물이 났다.


    나는  상담가처럼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화를 낸 적이 없을까. 왜 나는 스스로에게 화를 내면서 나를 몰아붙였을까.


      왜?

이전 20화 4. 행복하기 위해선 먼저 슬퍼해야 한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