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은 계속된다
지금까지의 글은 상담을 시작하고 약 반년 동안 논의한 내용을 시간 순서가 아닌 주제별로 묶은 것이다. 반년 만에 내가 초창기에 원했던 소기의 목표이자 주제(덜 불행한 삶과 행복한 삶을 구분하기, 나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무의식, 중요한 순간에 도망치는 습관)를 탐색하고 달성했고,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나의 무의식을 마주하는 순간들이 너무 힘겨웠지만 또 가슴이 뻥 뚫릴 만큼 후련하고 상쾌해서 행복했다. 꾹꾹 눌러 담았던 감정들을 세상 밖으로 보내주고 나니, 내 마음에 여유 공간이 늘어나 세상을 담을 용기와 희망이 생겼다.
마무리 글을 적는 지금은 상담을 받은 지 벌써 2년이 되어가고 있다. 그 뒤의 일 년 반 동안에 있었던 일 중 가장 중요한 사건은 새로운 연애를 시작한 것이다. 이번 연애는 과거의 연애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상담가도 나도 아주 만족스러웠다. 물론 드라마나 동화처럼 완벽한 연애는 아니다. ‘반년 동안 상담을 받고 새로운 사람을 만난 무진은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답니다.’라는 문장으로 끝내기에 나의 무의식은 크고 지독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내가 상담을 받는 중에 연애를 시작했다는 것이고, 연애는 내가 몰랐던 나의 역동들을 저 깊은 우물 속에서 힘껏 길어 올려주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상담가는 나의 새로운 역동들을 반가워했다. ‘연인 덕분에 성장을 더 빠른 속도로 할 수 있는 거예요!’ 상담 선생님 말로는 상담가와의 역동만으로는 지금처럼 다양하고 깊고 복잡한 마음을 유발하기가 쉽지 않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하셨다. 하지만 지금 나는 남자친구와의 연애를 통해 여러 무의식을 발견하고 그걸 바로바로 작업하고 있으니 성장 속도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해주셨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여전히 부딪치고 깨지고 울면서 하나씩 나의 과거와 무의식, 그리고 그 상처가 현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가고 있다. 든든한 친구들과, 가족들 그리고 이런 모든 역동을 동반해주는 남자친구와 함께. 남자친구의 상담가는 ‘상담은 결국 자유로워지기 위해 하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내가 과거에서 자유로워져서 오로지 나로서 선택하고 결정하고 행동하고 느끼는 그날까지 나는 상담을 받을 것이다. 그날까지 열심히 부서지고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을 반복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아야지.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언젠가는 또다시 글로써 독자들을 찾아와 나의 다른 상담 주제들을 소개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