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공존한 여행
2025.8.23 ~ 2025.8.26
3박 4일 간 중국 북경을 여행하고 왔다. 왜 중국이었는지, 또 왜 북경이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는 할 말이 참 많다. 언젠간 '북경'과의 인연을 글로 쓰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 데, 이번 여행을 계기로 그 이야기를 꺼내보려 한다.
첫 이야기는 15년 전으로 거슬러 간다. 가족 여행 중 잠시 북경에 들린 적이 있었는 데, 당시에는 어느 한 국가로서 '중국'을 짧게 경험하는 정도였다. 왕푸징의 어느 한 골목에서, 캐리커쳐를 샀던 기억 정도만 액자와 함께 남아있다.
그리고, 대학생이 된 후, 대외 활동을 하면서 다시 북경을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현지 대학생들과 어울려서 문화 교류 활동을 하면서 그때서야 '북경'이라는 도시를 제대로 경험했다.
하루하루의 활동들이 기억 속에 흐릿하지만, 당시 일종의 위기의식?을 느꼈던 기억은 또렷하다. 중국이 우리나라 보다 많이 뒤처져 있다고 생각했었는 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밤에 호텔 주위를 산책했을 때, 화려한 도시의 모습을 보고 생각에 잠겼던 찰나였다. 그리고,
그 순간은 고정관념이 깨진 순간이기도 했다.
밖으로 나가서 세상을 경험하는 게 이래서 중요하구나 하는 걸 처음으로 몸소 깨달았다.
2014년 10월, 대외 활동이 끝나고 제출했던 개인 활동 보고서에 이런 감상을 남겼었다. "기대 그 이상으로 좋은 추억을 만들고 왔다. 중국에 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개선됐고, 한 나라의 문화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어서 뜻깊었다."
돌이켜 보니, 만일 "세상을 향한 문"이 존재한다면 나의 모험은 그때 활짝 열렸던 게 아닐까?
그다음 해에 여름 계절학기 해외 연수 프로그램에 지원했고, 나는 미국으로 떠났다. 수업 과정이 끝나고는 친구와 미주 자유 여행을 다녔다. 그리고 대망의 뉴욕 타임스스퀘어 한가운데에 섰을 때, 밤의 화려한 불빛과 소음에 조용히 압도당했다. 살아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감격스러웠다.
그 순간, 아주 느리게 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세상은 참 넓구나.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이 세상에는 참 많겠구나.' 독백과도 같은 그 울림, 깨달음, 그리고 나는 그 자리에서 인생의 가치관이 생겼다. 그리고, 친구에게 말했다.
"우리, 중국어 배워서 중국 갈래?"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말이 나왔다. 지금 이런 놀라운 순간이 또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에 다음을 꿈꾸었다. 중국에 가서 공부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은 그렇게 뉴욕에서 처음 싹이 텄다.
대학생만이 누릴 수 있는 교환학생 프로그램, 우리는 그렇게 그 특권까지 누려보기로 했다. 비전공자였기에 두 달 정도 중국어 학원을 다녔고, 기초 회화 과정을 끝냈다. 그렇게, 선발 과정을 거쳐 여차여차 중국으로 떠날 기회를 얻었다. 마치 운명처럼 생각이 실행으로 착착 옮겨졌다.
집을 떠나 외국에서 체류한다는 게 걱정되기는 했지만, 뒤돌아보지 않고 타지로 향했다. 약 1년 간, 북경에서 생활하면서 학생으로 그리고 현지인으로 곳곳을 누볐다. 오전 수업이 끝나고, 날씨가 좋으면 곧장 여행하러 떠났고, 주말에는 햇살에 눈이 부실정도로 행복한 늦잠을 잤다.
이렇게 자유롭게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날이 우리에게 또 올까?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매일이 과분했다. 우리는 1년 동안 중국 22개 도시를 여행했다. 우리의 청춘은 무르익었고, 그런 시간들이 우리의 인생에 함께해서 감사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우리 돈 벌면 중국에 꼭 다시 오자." 언제일지 모를, 그렇지만 장소는 정해진 희망의 약속을 남기고 그렇게 현실로 돌아왔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직장인이 되었다. 참 신기하게도 우리는 같은 회사에 취업했다. 그때가 얼마나 따뜻한 시절이었는지 그리울 정도로, 사회생활은 견디기 추웠다. 그나마 서로의 상황을 이해해 줄 수 있어서 함께 버텼다. 지금은 둘 다 직급이 대리가 되었듯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8년 전의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드디어 북경으로 떠날 결심을 했다. 여행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되는 그곳으로 우리는 가볍게 떠났다. 그냥 일단 가기만 하면 됐다. 그걸로도 충분했다.
과연, 우리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것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기대했던 곳에서 우리는 예상치 못한 장면을 마주했고, 또 그만큼 새로운 모습들도 마주했다. 그 또한 여행의 장면들이었고, 무엇보다 우리는 많이 성장해 있었다. 세월이 흘렀고, 우리는 그 세월을 붙잡고 막을 수 없었고, 받아들일 줄 아는 여행자가 되었다. 그곳은 우리의 청춘이 머물렀던 곳이고, 여전히 그랬고, 앞으로도 또 언젠가도 그럴 것이다.
지금까지의 이런 여행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고, 앞으로의 이야기가 펼쳐진다고 생각한다. 북경과의 인연은 여전히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
우리 모두에게는 이런 여행이 필요하다. 과거의 나를 만나는, 그때의 나를 아는 친구를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나를 만나는, 그렇게 현재의 나를 새롭게 해석해 내는, 그 힘으로 다시 미래의 나를 살리는 그런 여행.
-김민철 작가-
책 《우리가 반짝이는 계절》, 추천사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