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북경에서 생활했을 때 의외로? 불편함이 없었다. 북경에 오기 전, 한국에서는 '배달의 민족' 앱이 활성화되기 전이었는 데, 중국은 이미 배달 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배달 팁은 2-5위안, 우리나라 돈으로 천 원이 되지 않았고, 배달원의 실시간 위치도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알리바바 택배 문화도, 위챗페이 결제도 편했다. 카카오톡이 최고인 줄 알았던 나의 세상은 위챗도 편하다고 느낄 만큼 새로운 세상을 경험했다. '신용'에 대한 기반이 약해서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을 패스하고, 간편 결제로 넘어간 곳이 중국이었고, 나는 그 나라의 중심지에서 생활했다.
시장 노점상도 QR결제를 하는 그곳으로 다시 갈 결심을 했을 때 걱정이 들었다. 예전에는 중국은행 계좌도 있고, 위챗 사용자였지만 이제는 여행객이니깐, 반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사소한 걱정. 대화는 통하겠지만 우기면 통하지 않을 나라, 추억이 끝까지 아름답길 바라며 향하는 북경을 과연 잘 여행할 수 있을까.
결론은 '알리페이' 앱 하나로 무사히 여행했다. 支付宝 앱을 다운받아서 사용하는 카드를 등록해두기만 하면 준비는 끝이었다. 트래블로그 체크카드를 등록했고, 등록하는 절차도 생각보다 간단했다. 앱 하나로 QR결제하고, DiDi 택시를 부르고, 교통카드도 사용할 수 있었다. 이 세 가지 기능을 여행 내내 주로 잘 활용했다.
이전에는 교통카드를 만들어서 이용했지만, 이번에는 QR 스캔으로 지하철을 탔다. 예전에도 지하철마다 스캐너가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궁금할 뿐이었다. 그간의 다른 변화들도 궁금했지만, 생활해보지 않으면 모를 것들이었다. 어찌 됐든 알리페이 앱 하나로 여행의 장벽은 쉽게 넘었다. '요즘 중국'은 앱 하나로 통한다. 중국 여행을 계획하는 분이 있다면 앱 등록을 권한다.
(참고. 알리페이 앱 등록 절차: 회원가입 시 전화번호 기존 설정 +86을 +82로 바꾼 뒤 010부터 전화번호를 입력한다. 인증번호를 입력하고 넘어가고 나면, 우측 하단 Account 내 정보에서 Bank Cards 카드를 추가한다. 그리고, 교통카드 기능을 이용하려면 Identity Information 여권 등록도 미리 해두면 좋다.)
'북경 여행'을 검색하면 나오는 관광지는 대부분 다 가보았는 데, 그중 '현 베이징 최고 핫플'이라는 썸네일의 영상이 어느 날 눈에 들어왔다. 달라진 세월만큼 안 가본 곳을 여행해 보고 싶었다. '요즘 북경'은 또 어떤 모습일지가 특히 궁금했다.
도착한 곳은 창고형 건물을 개조한 복합문화 공간이었고, 감성 있는 카페와 식당들이 어우러져 있었다. 그중에서도 목적지는 '超级转转' 창고형 중고명품샵이었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만큼 그 규모가 상당히 컸다. 이마트 한 층 정도가 명품 브랜드들로 가득 차 있는 정도였다.
검정 일회용 장갑을 받고 입장했다. 구찌부터 에르메스까지 없는 명품 브랜드가 없었다. 대륙의 스케일답게 같은 제품들도 많이 진열되어 있었다. 이곳은 엄격하게 정품 판정 절차를 거친 후 판매되고 있어서 말 그대로 '중고명품'들이었다. 가격은 생각만큼 당연히 저렴하지 않았다.
모든 상품마다 큐알 코드가 있었고, 스캔하면 할인율과 가격 형성 이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스캔하는,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사려고 마음먹고 간 건 아니어서 구매하지는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돈이 충분히 많다면, 사고 싶을 만한 것들이 많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하다가 밖으로 나왔더니 어느덧 해가 저물어 있었다. 친구는 디올 귀걸이를 구매했다. '잘 산 거 맞겠지?' 하며 계속 고민하는 친구에게 충분히 사도 괜찮다고, 잘 샀다고 말해주었다. 돈이 충분히 있는 데도, 우리는 여전히 마음껏 지출할 줄을 모른다. 돈도 역시 써본 사람이 잘 쓰나 보다. 요즘 북경을 여행하는 요즈음의 우리는 예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요즘 중국'은 중고명품을 쉽게 판매하고, 편하게 쇼핑하고 있다. 한국에도, 다른 나라에도 중고명품샵 매장은 있지만, 이 정도의 규모와 시스템은 어디에도 없을 것 같다. 짝퉁시장 규모가 크다는 건 경험해 봐서 알지만, 이번은 색다른 모습을 새로 발견한 느낌이었다. 하나의 트렌드처럼 느껴질 정도로 즐길만했다.
(참고. 상호명: super zhuanzhuan store, 위치: 北京市建国门外大街17号 友谊商店)
북경에 오기 전에, 가보고 싶은 곳이 또 하나 있었는 데, 바로 '팝마트'였다. 어느 날부터 라부부 열풍이 불었고, 처음에는 큰 관심이 없었었다. 못생긴 인형이 왜 그렇게 유행일까 싶었는 데, 어느 순간부터 볼수록 귀엽게 느껴졌다. 마케팅에 평소 흥미가 있어서 그런지 한 번 더 관심이 갔다.
그래서 이번에 여행하면서 '팝마트'를 방문했다. 본토에서는 라부부 인형을 구매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안고, 왕푸징 APM 백화점 지하에 위치한 매장을 방문했다. 아기자기한 캐릭터들이 많았지만, 인형 키링은 그 어떤 것도 없었다. 직원에게 라부부 인형은 언제 살 수 있냐고, 내일 다시 오면 살 수 있냐고 물었다. 대답은 "不确定", 확실하지 않다, 알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요즘 중국'은 팝마트 스토어가 인기다. 현지인들도 쉽게 구매하지 못하는 팝마트 브랜드 인형들, 그 정도로 인기일까 싶었지만, 못 구하니 그만큼 희소성이 커지는 건 분명히 느껴졌다. 그래도, 본토에서 팝마트를 구경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여행하면서 구경할만한 재미의 요소가 있었다.
이번 글의 제목을 '요즘 중국을 여행하는 법'으로 정해두었지만 내용이 부족한 듯 느껴진다. '요즘 중국'이라는 표현의 이면에는 '과거의 중국'을 경험한 전제가 들어있다. '요즘 중국을 여행하는 법'을, 그 방법을 이야기하고 싶었는 데, 특별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니라는 결론에 닿았다.
누군가에게는 지금의 여행이 '요즘 중국'일 테니 말이다. 여행을 하면서 과거의 기억도 함께 떠올리고 싶어서, 달라진 모습을 경험하고 싶었던 것 같다. 8년 전 학생이었던 그때의 경험도, 직장인으로 여행하는 지금의 경험도 모두 특별하게 간직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이 또한, 글을 쓰면서 알게 된 이번 여행의 감흥이자 발견이다.
'요즈음'이라는 시간은 '예전'이라는 시간과 불현듯 맞닿아 있었고, 여행이 그 세월을 알려주었다.
중국은 '핀테크'가 발전해 왔고, '중고명품 시장'이 크고, 또 전 세계적으로 '팝마트 열풍'을 선도하고 있다. 유명 관광지를 여행하는 것만큼 한 번쯤은 관심을 가질 만한 이야기가 아닐까? 누군가에게는 흥미롭게 읽혔기를 바라며, 이쯤에서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