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내게는 가족만큼 소중한 친구가 있다. 언젠간 친구와의 여정을 글로 써보려 했는 데, 오래 걸려 지금에야 쓴다. 글쓰기는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서 참 재미있는 것 같다. 우리의 이야기를 전할 가장 좋을 타이밍이 어쩌면 지금이 아닐까 싶다.
'리턴 투 베이징' 브런치북 서사의 주인공, 우리의 이야기를 이 기회를 빌어 마침내 꺼내본다.
우리의 첫 만남은 대학생 때로 거슬러 간다. 같은 학과였지만, 처음 1학기 때는 친해질 기회가 없었다. 나는 기숙사에서 생활했고, 그 친구는 등하굣길을 함께 하는 동기들과 친했다. 학과에 인원이 적은 편이기도 하고, 계기가 되어 2학기가 되어서 나는 그 동기들과도 함께 어울리게 되었다.
네 명이었던 우리는 빠른 속도로 가까워졌다. 매일 같이 밥 먹고, 카페에서 수다 떨고, 조별과제도 항상 함께했다. 친해져 가는 와중에 나는 유독 한 친구를 많이 좋아했다. 둘만 있을 때 어색하지 않고, 함께 있으면 편하고, 항상 즐거웠다. 계속 오래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이 자주 들었다.
그 친구에게 기숙사에 들어오라고 권했다. 집이 학교에서 멀기도 했기 때문에 고민 끝에 친구도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었다. 나의 바람대로? 우리는 더 가까운 사이가 되어갔다. 붙어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만큼 깊게 정이 들었다.
네 명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둘만 함께 하는 일들이 많아졌고, 그 틈은 계속 벌어졌다. 가까워지는 만큼 시기가 없지 않았지만, 그런 시선이 무색할 만큼 함께했다. 욕심을 부리고 싶을 만큼 그 친구가 '진국'이라는 걸 나는 알았다.
우리는 대외활동으로 중국 북경에 가기도 했고, 미국 캘리포니아로 어학연수를 갔다. 넓은 세상을 함께 경험하는 만큼, 우리의 세상은 같이 커져갔다. 함께하는 만큼 인생이 점점 더 재밌어졌다.
미국에서의 경험이 울림이 되어 우리는 중국으로 다시 갈 결심을 했다. 무작정 학원에 가서 수업을 들었고, 둘 다 무사히 HSK4급 시험에 합격했다. 학교 배정의 날, 친구가 먼저 계획대로 골랐고, 그다음 순서였던 몇 명이 그 학교를 고르지 않아서 운이 좋게도 또 함께 할 기회를 얻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참 모든 게 마치 운명처럼 순조롭게 딱딱 맞아떨어졌던 것처럼 느껴진다.
1년 간 우리는 북경에서 생활하면서, 같이 공부하고, 함께 여행했다. 자주 싸우기도 했지만 그만큼 서로를 더 잘 알아갔다. 지금 이곳에서 보내는 이 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매일 아침 행복하게 눈을 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도, 특별한 날들도 모두 다 좋았다.
얘기하면서 콩트 하면서 소소하게 시간 보내는 게 행복하다. 너무 웃겨서 이 순간이 시간들이 너무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 참 소중한 친구다. 나를 행복하게 해 주고, 부족한 점은 채워주는, 보기만 해도 즐거운 친구다.
-2017년 6월 3일, 메모장에 적은 내용-
걱정 없이 보낸, 인생에서 어쩌면 그때만큼의 여유는 없을지도 모를, 청춘 자체였던 날들.
매일이 여행이었고, 일상이 행복이었다. 그런 날들을 뒤로하고 우리는 시간을 타고 귀국했다. 남은 학기들을 끝내고 졸업했고, 이제 우리 앞에 남은 과제는 취업이었다. 현실은 현실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취업준비를 위해 서울로 갔다.
서울에서 자취하면서 대기업을 목표로 함께 취준생활을 했다. 나는 은행에 입사하고 싶었고, 친구도 같이 준비하게 되었다. 카페에서 공부하고, 자기소개서를 쓰고, 주말에는 필기시험을 치러 다녔다. 그리고, 우리 둘 다 한 회사의 필기시험에 합격했고, 1차 면접을 보았다. 결과적으로 친구는 면접에 합격했고, 나는 탈락했다. 친구는 최종면접까지 합격했고, 다시 대구로 내려갔다.
혼자 취준생활을 이어갔다. 내가 가고 싶었던 회사였기에 더더욱 친구가 부러웠고, 그만큼 더 불안했다. 서울에서 취준 하면서 인턴생활도 병행하면서 나름 그래도 잘 버텨냈다. 그리고, 그 회사에 다시 지원했고, 이번에는 1차 면접도, 그리고 최종면접까지 합격했다. 믿기지 않게도, 회사마저 같은 곳에 취업했다. 그것도 대기업에, 그리고 그 많은 은행 중에서 같은 곳에.
그런 1년 먼저 근무한 친구는 많이 지쳐있었다. 친구는 힘들어했고, 슬퍼했다. 복에 겨운 소리인 줄 알았는 데, 같은 환경에서 근무하면서 그게 어떤 마음인 지 점점 알게 되었다. 한 날은 친구를 만나 시간을 보내고 헤어질 때 차 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신입으로 회사생활을 버티던 시기였고, 같은 고생을 했을 친구를 보니 울컥했다.
항상 해맑게 웃던 우리는, 다른 모습으로 직장인이 되어 나란히 함께 있다. 어느새 친구는 차도 사고, 나는 그 차에 타고 있다. 항상 어디든 걸어 다니며 여행 다녔는 데, 이렇게 커서 둘 다 돈을 벌고 있다. 그때는 돈이 없어도 마냥 행복했는 데, 지금은 돈이 많아도 예전만큼 행복하지 않다. 이 모든 생각들이 스치면서 엉엉 아이처럼 눈물이 쏟아졌다.
참 쉽지 않았다. 지금도 참 쉽지 않다. 남들이 보기에는 참 좋은 직장인데, 우리에게는 아니었다. 둘 중 한 명이라도 잘 맞을 법도 한데, 우리 둘은 단호할 정도로 같은 생각을 나누고 있다. 같은 마음으로 헤쳐나가고 있다. 지금도 나는 그 친구를 만나면 항상 이야기한다. 우리는 아직 30대 초반이고, 앞으로 어떤 미래가 그려질지 참 궁금하다고. 어떤 다른 직업을 가질지, 어떤 라이프스타일로 살아갈지 궁금하고 기대된다고.
알 수 없는 미래지만, 지금껏 그래왔듯 우리는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그 길에 각자의 인생이 있고, 다른 길을 가게 되더라도 말이다. 서로 노력해야만 만날 수 있는 순간들이 점점 많아지겠지만, 지금까지의 추억을 발판 삼아 인연이 계속되는 한 계속 함께하고 싶다.
인연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 준 친구. 그리고, 그 인연은 운명처럼 촘촘히 나의 시간들을 채워주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언제부턴가 싸우지 않아도 마음이 전해지는 사이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덕분에 우리의 인생은 더할 나위 없이 다채로웠고, 재밌었고, 그리고 행복했다.
이 친구와 함께하는 한 영원히 청춘일 것만 같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써 내려가는 청춘의 이야기. 사회생활로 청춘이 잠시 뿌연 안개를 만났을 뿐, 안개가 걷히면 우리는 여전히 우리일 것이다. 잊지만 않으면 된다. 그러면 해맑았던 우리의 모습을 잃지 않고, 더 쨍하게 살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