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매니징 하고 있냐?
제가 있던 팀은 약 300명의 팀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계층적으로 나누어 보면 팀장 아래에 프로젝트 리더(Project Leader)가 있고 프로젝트 리더 아래에 테스크 리더(Task Leader)가 있어요. 테스크 리더는 과장 혹은 부장급이 맡고 팀원은 과장, 대리, 사원로 구성되어 있어요. 리더는 보통 테스크 리더부터 시작합니다. 과장과 대리는 작은 프로젝트 업무를 맡으면서 테스크 리더의 경험을 쌓아나갑니다. 최근 문제가 생겼습니다. 리더 역할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트렌드입니다. 물론 회사 혹은 팀마다 상황은 다를거에요. 프로젝트 리더가 되더라도 임원 진급이 좌절되는 리더가 옆에 있기 때문이에요. 리더가 되어도 업무적으로 편해지지 않고 권한보다 책임이 많아서 단지 실무자로 남고 싶어합니다. 솔직히 저도 실무자가 편했어요. 잘못된 결정으로 팀원 혹은 회사에 피해를 줄까봐 두려움이 컸습니다. 시간이 흘러 부장 진급이 되었습니다. 상위 리더는 “요즘은 부장도 실무를 해야 돼”라고 말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는 “부장이 되었으니 프로젝트 기획도 하고 리딩도 해야지.”라고 말해요. 뭐 어쩌라는 겁니까? 실무와 리더를 스위치를 교차로 켰다껐다해야 했습니다.
카리스마 있고, 설득력 있고, 말 잘하고, 외향적이고.. 이런 성향이 리더와 어울리다고 확신했어요. 지금은 아니러다고요. 팀원 혹은 다른 부서와 유연한 관계를 맺고,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사람, 개인 능력만 의존하지 않고 다양성과 집단 지성을 활용하는 사람이 뜨고 있습니다. 최근 와이프가 테스크 리더가 되었어요. “나는 리더 타입이 아니야”라고 항상 말했지만 제가 설득했습니다. 조근조근하게 설명을 잘하고, 동료와의 관계도 좋고, 호기심이 많아서 배우려고 하는 성향이 지금 리더상과 딱 맞았습니다. 한 마디 더 붙였어요. “퇴사해서 혼자서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 모든 상황이 리더의 역할이야. 실무자로 이직한다면 모를까?” 대기업 20년 차인 와이프는 더 이상 이직을 선택지에 두고 있지 않아서 리더의 역할을 받아들였습니다.
역시나 힘들어했습니다. 경험하지 않았던 새로운 업무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입니다. 힘드니깐 다시 ‘자신이 잘했던 역할’인 실무자로 돌아가려고 해요. 하지만 자신이 있던 자리는 다른 팀원이 떡 하고 있습니다. 그 때부터 팀원의 업무에 간섭하면서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기 시작했어요. 실무를 하라고 리더 역할을 주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후배의 일을 하라고 선배가 된 게 아니에요. 한 단계 올라가라는 의미입니다. 사람과 연결되면서 더 넓게 바라봐야하고, 더 깊이 파는 일은 내가 있던 자리에서 일하고 있는 동료에게 맡겨야 됩니다.
처음 리더가 되면 자존감이 떨어집니다. 팀원이 더 뛰어나 보이고, 내가 없어도 일이 잘 돌아가고, 회의시간에는 나만 모르고, 후배가 대신 설명할 때 자존감이 무너집니다. 그래서 힘들어합니다. 힘들어 하고 있다면 고민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리더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뜬 구름 잡아보고 가능성 없는 이야기도 해보면서 깊게 파고 있는 팀원에게 “현실성이 없어요.”라고 잔소리도 들어봐야 합니다. 일단 3년만 버텨봅시다. 식물이 뿌리를 내리는 시기는 겉으로 보기에 아무런 변화가 없어 보입니다. 마찬가지로 리더라는 뿌리를 내리는 시기라고 생각하고 경험치를 쌓는 시간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