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인 경청과 거짓 경청
“부장님, 저 드릴 말씀이 있어요.”
용기를 내어 부장님께 말을 꺼내봅니다. 아무런 대화 없이 회사에서 5분 정도 걸리는 커피숍에 도착했어요. 음료수를 앞에 두고 대화를 합니다.
“무슨 일인데?”
마음이 아파서 마음건강센터에 다니고 있는 이야기, 타 부서에서 무리하게 요청하는 상황, 일을 잘라내지 못하는 마음, 맞벌이 육아에 대한 고충을 이야기하면서 힘들게 ‘퇴사’라는 말을 꺼내봅니다. 이어지는 부장님의 말씀은 자기 이야기뿐이었습니다. 공감 안 되는 옛날이야기 그리고 해결방법 등 끝나지 않는 대화에서 고개만 끄덕일 수밖에 없었어요. ‘퇴사’라는 말을 꺼낼 때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부장님의 이야기에 쏙 들어가 버렸어요. 저의 이야기보다 부장님의 고충을 듣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나의 감정은 이해 못 하고 있을까?’, ‘내게 궁금한 건 없나?’, 약 한 시간의 대화는 끝이 났고 더 이상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리더가 되어 팀원과 했던 대화도 이러했을까? 혹시 나만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았을까? 관계 속 신뢰는 타인에 대한 관심이라고 생각해요. 사람은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듣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말할 기회가 전혀 없다면 존재감을 느낄 수 없어요. 그래서 말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팀원이 말할 때 스스로 검열을 하기 때문에 정제된 이야기만 꺼내놓습니다. 리더는 팀원의 이야기 이면에 있는 날 것의 이야기를 끄집어내야 합니다. 팀원의 욕구를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해요.
한 번은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회의에서 내가 발표할 아이디어만 마음속으로 외우고 있었던 적이 있었어요. 다른 사람의 발표는 전혀 들리지 않았습니다. 차례가 되었을 때 폭풍처럼 준비했던 이야기를 풀어놓았어요. “좀 전에 생산성보다 품질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갑자기 생산성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뭐지?” 내가 할 이야기만 집중하다 보니 회의의 흐름을 알지 못했습니다. 결국 준비했던 이야기는 동떨어진 의견이 돼버렸어요.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소통은 하고 싶은 이야기보다 대화의 맥락을 따라가야 하는 것을 배웠습니다.
방송인 유재석은 최고의 MC입니다. 유재석의 대화를 분석해 보면 참 재미있어요. 게스트의 이야기에 손뼉 치고 웃으면서 리액션을 정말 잘해요. 말을 많이 하는 것 같지만 게스트의 이야기에서 소재를 끄집어냅니다. 리더도 이렇게 해야 합니다. 특히 팀원이 어려운 이야기를 꺼낼 때는 더욱 신경 써야 합니다. 물론, 경청을 해야 한다는 것 정도는 익히 들어 알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할 이야기만 생각하는 ‘거짓 경청’을 조심해야 합니다. 적극적인 경청은 리액션으로 나타납니다. 눈을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여 주고, 손뼉 치고, 팀원의 마지막 말을 리더의 입으로 다시 말해줘야 해요. 팀원은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면서 둘 사이에 있는 결계가 풀어집니다. ‘믿고 더 이야기해도 되겠다.’라고 팀원이 생각한다면 리더가 말을 많이 하지 않더라도 성공적인 면담이 됩니다. 왜냐하면, 팀원의 고민은 이미 해결책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에요. “일을 배분하는 게 왜 두려워?”, “그럼, 왜 거절하는 게 어려울까?” 리더는 질문을 통해 팀원이 가지고 있는 해결책을 꺼낼수록 면담은 쉬워집니다.
리더보다 팀원이 더 고민을 했을 거예요. 그래서 면담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듣고 있는 비중이 70%, 리액션이 20%, 리더의 말하기는 10% 수준이 되어야 해요. 말하는 10%도 팀원으로부터 소재를 찾아 질문하는 방식이 되어야 하고요. 면담에서 팀원의 고민에 대한 해결책은 팀원이 찾도록 해야 합니다. 단지 리더는 팀원이 제시한 해결책을 자신의 권한으로 풀어줄 수 있으면 그렇게 해야 하고요. 팀원과의 신뢰는 팀원이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만 제공해 주면 그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