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 장기적 관점의 기회분배
“특허 아이템 없어?”라는 팀장님의 말에 모두 고개를 숙입니다. 어쩌다 눈이 마주치면 “생각해보겠습니다.”라고 얼버무립니다. 특허, 논문과 같은 아이디어가 갑자기 어디에서 툭 떨어집니까? 아이디어는 결코 어느날 혜성같이 나타나는게 아니라 지극히 점진적으로 나타납니다. 마치 툭 떨어진 것처럼 우리가 착각할 뿐입니다. 해야하는 일도 바쁜데, 아이디어 발굴은 뒷전이 되버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신한 아이디어 하나는 퇴사할때까지 명함처럼 붙어 다닙니다. 반도체 불량을 걸러내는 테스트 방법 한 개를 사원 때 개발해서 부장 진급때까지 우려먹는 팀원도 보았습니다. 아이디어는 성과의 기회가 맞습니다. 아이디어는 참 막막한 것도 맞습니다. 막막하기 때문에 계속 던져야 하는게 아이디어입니다. 리더는 팀원이 계속 던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하고요. 환경을 만든답시고 리더는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 회의를 만듭니다. 시작과 동시에 리더 자신의 아이디어를 쏟아냅니다. 찬물을 끼얹은 듯 미팅룸은 조용해집니다. 용기 있는 팀원이 다른 아이디어를 내면 리더는 시큰둥합니다. 각자 아이디어가 우월하다며 ‘파이팅’을 해요. 이건 브레인스토밍인지 ‘브레인파이팅’인지 모르겠어요. 아이디어가 없는 팀은 어쩌면 그럴 수 밖에 없는 환경 탓일 수 있습니다.
한마디 덧붙힌다면, 아이디어는 회의실에서 고민한다고 나오지 않아요. 불편함이 생길 때 나옵니다. 내가 불편하면 다른 팀원도 대부분 불편하거든요. 그런데 잘 이야기하지 않아요. 저도 그랬습니다. ‘난 전문가도 아닌데..., 내가 뭐라고...‘ 자기 검열을 하고 거절당할까봐 두려웠어요. 한 번은 이런 적이 있었습니다. 반도체는 크게 쓰기과 읽기 동작이 있습니다. 초기 불량을 걸러내기 위해 고온에서 쓰기만 하는 공정이 있는데요. 긴 시간이 걸려서 최대한 많은 반도체를 하나의 테스트 보드에서 동시에 동작을 시킵니다. 많은 반도체가 꽂혀 있다보니 테스트 프로그램에서 ‘점’ 하나만 잘못 찍으면 반도체가 터져버립니다. 즉, 1.1V를 11V로 프로그래밍 하는 순간 망합니다. 이런 실수를 막기 위해 테스트 보드에 저항을 달아서 큰 전압이 못 걸리게 합니다. 하지만 저항 때문에 프로그래밍한 전압과 반도체에 들어가는 실제 전압에 차이가 발생합니다. 정확한 전압을 가하기 위해 테스트 설비 안으로 전선을 연결해서 수동으로 전압을 측정하는데 손이 많이 가는 작업입니다. 그래서 메모리 내부에서 실제 전압이 읽어낼 수 있는 장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는데, 거절당했습니다. 심지어 왜 거절당했는지 알 수도 없었고요. 아무튼 아이디어는 한동안 사장되었다가 5년 정도 지나서 다른 부장님이 제안해서 구현되었습니다. 아무도 동일한 제안을 했던 걸 알지 못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거절당했던 이유는 자신감이 없었고 적극성도 부족했기 때문이었어요. 실제 장치를 구현하는 팀은 다른 팀이었는데 우리 팀의 언어로 설명해서 이해시키지 못했던 이유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리더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어요. 이유에 대한 피드백을 줬다면 위축되지 않았을텐데요.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업무 속 불편함을 아이디어로 연결하고 작은 생각도 용기내어 계속 던져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또한, 리더는 작고 사소한 아이디어라도 수용하고 피드백을 줘야 합니다.
돌이켜보니 아이디어를 큰 성과로 만들 기회는 사원에서 부장 진급까지 한두 번 정도였어요. 그만큼 팀원의 아이디어로 리더를 설득하는 아이디어를 찾기 힘듭니다. 즉, 대부분의 기회는 위에서 만들어져서 아래로 내려옵니다. 위에서 아이디어를 만들고 아래에서 구체화를 해서 성과 기회를 만듭니다. 그럼, 아래로 내려오는 기회는 어떤 경우인지 예를 들어봃께요. 경영진 회의에서 ‘제품이 없어서 못 파는데 불량 제로로 만들 수 없어?’ 이 한마디에 ‘불량ZERO’라는 프로젝트가 만들어집니다. 목표가 정해졌으니 사람을 모아야해요. 팀장 과제이기 때문에 아무나 못 들어갑니다.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를 위에서 ‘찍어서’ 만듭니다. 반드시 성공해야하기 때문에 성과는 보장되어 있습니다. 물론 어려운 프로젝트이지만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찍혔던’ 팀원은 좋은 보상을 받게 됩니다. ‘나도 잘할 수 있는데...’ 찍히지 않았던 이유로 기회를 놓칩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못한 팀원도 일을 안하는 게 아니에요. 함께 일하던 동료가 ‘불량ZERO’ 프로젝트에 들어가면 동료가 하고 있는 일이 고스란히 나에게로 옵니다. 업무는 많아졌지만 인정은 동료에게 갑니다. 불공평합니다.
‘찍혔던’ 동료를 보고 부러워 한 적이 많았습니다. 리더가 되고나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요하고 주목받는 제품이 다른 팀으로 배정될 때 자존감이 상합니다. 그런데요, 중요한 제품을 맡을 기회가 한번은 오더라고요. 기술이 급변하고 제품의 생애주기가 짦아지다 보니 우수한 리더에게만 주요 프로젝트를 맡길 수 없는 구조입니다. 짧게 보면 불평등하지만 버티고 있으면 반드시 기회는 찾아온다는 것을 알게되었어요. 팀원에게 일을 맡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만 생각하면 하이라이트를 받는 팀원, 소외된 팀원이 있습니다. 길게보면 기회는 공평해야 하는거고요. 단지, 아무 설명없이 동일한 상황이 반복되면 팀원간 신뢰가 깨집니다. 소외된 팀원은 리더가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길게 보았을 때 팀원들에게 공평한 기회가 배분될 수 있도록 신경써야하는 것이 리더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