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를 사랑하는 남자에게 반하다

핑크 스웨츠(Pink Sweat$)

by 포로리
Oh. don`t you worry.
I`ll be there whenever you want it.
I need somebody who can love me at my worst.
Know I`m not perfect but I hope you see my worth.


몇 년 동안 내 핸드폰의 벨소리를 차지하고 있는 노래다. 핑크 스웨츠(Pink Sweat$)의 'At My Worst'라는 곡인데 나는 늘 이 노래를 들으며 엄지손가락과 중지 손가락을 부딪혀 딱, 딱, 핑거스냅을 일으켰다. 달달한 사랑노래. 어떠한 역경이 와도 그녀만을 바라보고 아껴줄 것 같은 노래. 변함없이 사랑만을 지켜갈 노래. 내가 느끼는 이 노래에 대한 감정이었다.


핑크 스웨츠, At My Worst


핑크 스웨츠의 뮤비를 보고 있으면 한사코 나는 또 한 번 사랑에 빠진다. 그곳에 나오는 핑크색 가구, 핑크색 빨래 더미, 핑크색 음료, 핑크색 대걸레, 핑크색 라디오, 핑크색 자동차, 핑크색 식탁보 등 핑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꿈꾸는 핑크빛 로망이 여기 다 모여있다. 베이비 핑크부터 마젠타핑크, 로즈핑크, 핫핑크까지 각각의 노래에 어울리는 색감으로 그는 자기만의 핑크빛 세상을 계속 만들어낸다. 대개 핑크는 여자의 색, 블루는 남자의 색이라는 고정관념이 우리에게 있다. 부정할 수 없다. 우리 모두 그런 시대를 거쳐 왔으니까. 때문에 핑크를 사랑하는 남자를 보면 우리는 당연히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핑크를 사랑하는 남자



그는 어릴 때부터 핑크색 스웨츠 팬츠를 자주 입어 이런 별명이 생겼다고 했다. 사실 핑크 스웨츠의 겉모습만 놓고 보면 정통 힙합스러운 포스에 카모 바지가 어울릴 듯한데 말이다. 목소리는 또 어떤가! 감미로운 R&B에 팔세토 창법까지 우리 귀를 호강시켜주는 핑크 스웨츠는 정말로 반전 매력을 갖고있다.


예전 어떤 인터뷰에서 핑크 스웨츠에게 ‘핑크’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핑크색이요? 저는 핑크색이 밝고 과감해서 좋아해요.

많은 사람들이 밝고 과감한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아요. 대담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죠. 저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줘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흠이 있어도, 없어도 괜찮죠. 핑크색은 제가 그것들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상징이에요.”


내가 그를 좋아하게 된 것은 이런 용기 때문이다. 남의 시선을 전혀 타지 않고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핑크는 이제 그의 아이덴티티 색깔이 되어버렸다.



핑크 스웨츠 내한공연
I Love Pink! Pink Sweat$ !


핑크 스웨츠를 바로 코앞에서 볼 기회가 있었다. 처음으로 핑크 스웨츠가 내한공연을 왔을 때였는데 나는 당연히 핑크색 옷을 입고 갔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팬들도 과감한 핑크색 옷들을 입고와 분위기를 더 뜨겁게 달구었다. 남자고 여자고 상관없었다. 핑크 스웨츠가 만들어준 용기로 우리들은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그랬던 것이다. 그의 노래에 따라 우리는 자꾸 몸을 흔들댔다. 다양한 핑크색파도가 아름답게 넘실댔다.


핑크 스웨츠의 노래에서는 핑크의 부정적인 면을 찾아볼 수 없다. 핑크 애호가로서 나는 ‘핑크’를 가끔 검색창에 쳐보기도 한다. 그러면 외로움을 타는 사람들의 야한 영상이나 영화들도 보이고, 페미니즘적 성격의 글이나 정치적인 좌파세력의 뉴스 글도 가끔 보이곤 한다. 이러면 나는 속이 상한다. 핑크의 기본적인 속성은 누가 뭐라 해도 순수다. 따뜻한 사랑과 행복, 돌봄의 색깔이 핑크색이다. 사람들의 시선에서 핑크의 긍정적인 의미가 더 자주 비췄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핑크 스웨츠의 뮤비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있다. ‘At My Worst’와 같은 앨범에 들어있는 ‘17’이라는 곡인데,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나이가 들도록 진실로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여자의 71번째 생일 케이크를 손수 만들며 생일 축하를 해주고, 초를 불기 전에는 숫자 초 71을 17로 바꾸며 나이가 먹어도 우리의 사랑은 변함없을 거라고 속삭인다. 핑크색 턱시도와 핑크색 원피스를 입은 두 노인이 마당에 나와 둘이서 손을 마주 잡고 17살이었던 그때처럼 블루스를 춘다. "92살이 되어서도 지금처럼 당신과 춤을 출거야."라고 말하며 오래도록 두 심장이 맞닿아있다. 숫자를 뒤바꿔 우리의 젊었던 사랑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달달한가. 그 사랑은 핑크가 점점 붉어지듯이 더 아름답게 익어갈 것이다. 나도 그 시간을 향유하며 오래도록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핑크스웨츠,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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