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번기 100글챌린지의 마지막 글이다. 4월 9일이 마지막이었고 마감한 챌린지지만 미처 달성하지 못했던 글들을 오늘에서야 드디어 채웠다. 얼마나 많이 빠져먹었던가, 중간에 비운날도 있었고 아예 아무것도 하기 싫다며 11시부터 냅다 잠들어버린 적도 있었다. 모든 일들은 시작할 시점에 가장 의욕적이고, 점점 그 의욕이 떨어져 마지막엔 질질 끌려가곤 했다. 몇 기수동안 그래왔다. 부끄러웠다.
이번에도 끌려갔다. 많은 지각비를 냈다. 그래도 왠지 그 경기 결과와 달리 <올림픽 정신>으로 정말 모든 글을 쓰고 싶어 이렇게 15기가 시작하기 2일 전까지 열심히 채운다. 대부분의 글은 나의 푸념이다. 사람들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이야기를 글에 잔뜩 썼다.
정말 기억에 남길만한 일이 있으면 그 내용에 대해 쓰기도 했다. 넷플릭스에서 본 애니메이션에 대해 한참 쓸땐 너무 즐거웠다. 머릿속에서 아까봤던 장면들이 생생히 재생되었다. 나의 생일에 대해 쓰거나, 회사에서 미처 대응하지 못했던 여러 사건들에 대해 쓰다보니 타인의 관점을 보다 깊이 상상해 볼 기회도 있었다
어떤 기사에 ‘투고’도 해보았다. MZ세대의 소비라는 주제로 몇번을 고쳐 댔다. 타인의 피드백도 받았었다. 더 많은 개인적인 사례가 필요한지, 아니면 일반화된 관점이 필요한지 묻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내 글의 변화를 보았다. 100글의 '글-근력' 덕분에 계속 수정해도 지치지 않았다.
또 언제는 나의 다짐을 잔뜩 써두기도 했다. ‘가능성이 있는 상태에서 벗어나세요’ 라는 말. 지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가능성이 있는 상태에서 최대한 빨리 벗어나려고 해야 한다는 게, 지금 내겐 너무나 필요했다. 그 문장을 글감삼아 계속해서 글을 써댔다. 나만의 ‘기간' 기준을 잡고 그 안에 승부를 보려고 해야 하며, 그 안에 결론이 나지 않으면 그 상태를 받아들이고 다른 것을 찾아나서야 한다는 것 까지, 100글쓰기에서 잔뜩 '써대며' 흡수했다.
흡수를 한 다음 실제로 하나 ‘시도’도 했다. 실패했다. 그 실패는 내게 유의미하게 남을 만큼이었다. 실패 했다는 걸로 또 글을 한무더기 쓸 수 있었다.
그렇게 100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3개월하고 조금 더 되는 24년이 지난 것이다. 나도 시간을 계속 통과해갈 것이다. 그러면서 점점 ‘사용했기 때문에 닳아버리는 것’ 이 생길 것이다. 그래도 생각만큼은, 나의 글 만큼은 닳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꾸 깎아대 더 날렵해진 연필 심처럼 날카로워졌으면 좋겠다. 혹은 그 깊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제 5월이다.
15번째의 100글쓰기를 시작하려 한다. 타인에게 공개하지 않는 조건을 달고 어떤 것이든 상관없이 글쓰기 근육을 만들 수 있도록 함께 뛰어주는 러닝메이트 글쓰기 모임이 이제 또 한 획을 긋고자 한다. 서로의 글을 보며 100일간 함께 쓰고자 하는 사람이 조금 더 생겼으면 좋겠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100글쓰기에 참여하고 싶으시다면 댓글 달아주세요! 밴드 링크를 드릴게요. 단순 질문도 환영이에요. 구성원상 여성만 모집 중입니다. (~ 24/5/1까지)
[챌린지 운영방식]
⁃ 각자의 플랫폼에 A4 반 장 이상(최소 200 단어, 900 글자수) 분량의 글 작성합니다.
⁃ 한국 시간 자정까지 마감해서 공유합니다.
⁃ 휴무, 휴일 없이 100일간 진행합니다.
⁃ 보충글 발생 시 7일 이내 작성해야 합니다.
⁃ 서로의 글에 이모티콘 포함 그 어떤 반응도 금지입니다.
(표현도 좋지만, 타인의 리액션으로 인해 100글 쓰기를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