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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wol Jan 23. 2024

커피는 맛있고, 바다는 안 보여요

03. 단골 카페




무려 프랑스에서 친구와 함께 날아온 핑크와 블루의 컬러감이 돋보이는 보덤 프렌치 프레스, 들의 생일 축하가 진하게 우러나는 비알레띠 모카 포트, 제주 랜선 집들이 선물로 받은 시로카 전자동 브루어. 주방 메인 선반의 맨 위 칸은 다양한 커피 도구와 용품, 원두가 자리하고 있을 정도로 커피를 좋아하고 어쩌면 물보다도 자주 마시곤 한다


생활 인프라가 좋지 않은 편이지만, 카페 인프라는 그 어떤 도시 못지않게 발달한 곳이 여기 제주이다


지역 특성화 메뉴를 내세운 대형 프랜차이즈부터 주인장의 개성이 묻어나는 개인 카페까지. 푸른 제주의 바다에 위치해 한껏 관광객을 맞이하는 카페부터 이런 곳에 카페가 있다고? 의구심이 들 정도로 인적이 드문 산속에 위치한 카페까지


유동 인구가 있는 시내 번화가에는 골목마다 직접 원두를 볶으며 커피를 내는 곳이 많고, 한적한 작은 동네에는 각기 다른 개성으로 커피를 내는 곳이 많다. 홈카페를 즐기기 위해 다양한 로스터리의 원두를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고, 조금만 발품을 팔면 정성을 다해 내려주는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도 있다


Q. 다음 중 날의 카페 취향에 대해 공감하는 것은?

1. 이건 주스가 아니니?라고, 말할 정도로 산미가 강한 원두의 커피를 선호

2. 다음 일정 따윈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간을 들여 천천히 정성을 다해 내려주는 커피 한 잔

3. 유행을 떠나 주인장의 손길이 담긴 정형화되지 않은 공간

4. 혼자 조용히 책을 읽거나 작업을 하고 만나는 지인과 함께 수다를 떨기도 하며 때때로 커피와 곁들여 식사를 해결

5. 재재재(그리고 무수한 재)방문으로 나의 취향이 간파당해 부담스러울 정도로 과한 친절을 베푸는 곳은 송구스럽게도 불호


위의 질문에 어느 정도 공감을 한다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면서 별을 박아놓은 카페가 꽤 마음에 드리라 생각된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제주 동서남북 카페 추천!!!


1. 제주 동쪽 - 로스터리 풀잎들

최근에 알게 되어 종종 간 카페, 로스터리 풀잎들. 밝은 남녀 사장님이 반겨주시고 메뉴는 핸드드립, 카페오레, 카푸치노, 짜이, 키위에이드 딱 이렇게. 오래된 건물을 고쳐 사용하는 공간으로, 세월이 준 낡음과 그 낡음은 전혀 더러움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단정함이 있는 곳이다. 1층에서 주문을 하고 2층으로 올라가면 백색소음처럼 잔잔한 라디오 프로그램이 흘러나오고 그리 많지 않은 좌석 중에서도 창밖을 바라보며 앉을 수 있는 바 테이블이 나의 페이보릿. 철제 선반에 가지런히 꽂혀있는 다양한 책과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도 극호


2. 제주 서쪽 - 앤트러사이트 제주 한림점

처음 앤트러사이트를 접했던 것은 서울 합정점이었다. 구멍이 뻥 뚫린 벽과 연탄 공장을 개조했다는 것이 꽤 흥미로웠는데 그게 벌써 10여 년 전의 기억. 그 공간과 흡사 비슷하면서도 제주의 자연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플랜테리어와 정미소였던 공간을 개조하면서 그 흔적은 군데군데 남겨둔 것이 꽤 매력적이다. 지금은 플랜테리어와 폐창고를 개조한 카페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지만, 여전히 나에게 제주의 서쪽 카페 하면 생각나는 곳이다. 작가와 작품으로 원두 리스트를 정하는 게 가장 좋아하는 면


3. 제주 남쪽 - 비브레이브

친구를 따라 처음 가면서 이런 골목에 카페가 있다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던 곳이다. 서귀포의 가파른 언덕 언저리의 골목과 골목을 지나 정말 한적한 곳에 있는 비브레이브. SUNNY RAINY CLOUDY 원두 중에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는데 제일 좋아하는 계절의 날씨와 같아서인지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시간을 더하면서 매장이 추가로 오픈을 했고, 아쉽게도 내가 가장 애정하고 자주 가던 서호점은 얼마 전 문을 닫았다


4. 제주 북쪽 - 커피템플

전국적으로 너무 유명한 곳. 김사홍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곳으로, 타이틀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보다 커피의 맛과 제주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공간으로 이곳을 설명하고 싶다. 본래의 농원을 보존하기 위해 옛 구조를 그대로 살리고 주변의 자연을 훼손하지도, 그 자연을 즐기는 데 방해가 되지 않은 채로 존재한다. 날씨가 허락한다면 쾌적한 내부보다는 외부에 앉아 그 자연과 시간 그리고 커피를 즐기는 것이 가장 좋다. 블랙커피만 마시는 편이지만 이곳에서는 종종 제주의 감귤이나 유자를 넣어 만든 시그니처 음료를 즐기곤 한다


커피 전문 잡지인 <월간커피> 기사에 따르면 23년 기준으로 제주에는 약 2천 곳의 카페가 운영 중이라고 한다. 그 숫자에 비해 이용 인구수는 전국에서 가장 낮다고 하는데, 흡사 뜨고 지는 별처럼 많은 카페가 부지런히 생기고 또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그 치열함 속에서 내 취향의 카페를 찾기도 하고, 취향이었던 카페가 사라지기도 한다


밤하늘에 떠 있는 별처럼 내 지도맵 앱에 떠 있는 무수한 카페 별들이 소멸하지 않고 오랫동안 그 자리에서 반짝일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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