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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간 강아지

#3 새로운 출발 

by 빵집 일기 May 20. 2023


우리가 함께한 지 어느덧 8년. 폴리는 이제 성견이 되었다. 우여곡절 많은 세월이었지만, 그만큼

행복이 가득한 시간이었다고 말하겠다. 그 평화의 시간에 내 안에서는 조용한 폭풍이 일기 시작했다.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커진 것이다. 회사 일에 지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파리에서 제과제빵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가득 찼다. 상상은 현실의 문제로 다가왔다.


떠나기엔 벌려놓은 일들이 너무 많았지만, 떠나지 못하기엔 내 열망은 작아지지 않았다.

안정된 삶을 지속할 것인가. 무모하지만 새로운 삶에 뛰어들 것인가. 고민 속에 답은 없었다.

답은 오직 실행으로만 얻을 수 있었다. 문은 바라보고만 있으면 열리지 않는다. 내가 손잡이를 

돌려서 열 때 비로소 문 뒤에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드디어 파리 이주 계획이 시작되었다. 그 계획의 첫 단추는 어머니를 설득하는 거였다.

장가를 간다는 소식을 전해도 아쉬운 나이에 파리 유학이라니.. 그것도 강아지도 데리고 간다니..

나는 죄송하다는 말만 계속했고, 어머니는 거기서 어떻게 살 거냐며 걱정의 말씀만 계속했다.

마음으로는 다리를 묶어서라도 못 가게 하셨겠지만, 막내아들 고집을 꺾지 못하신다는 걸 아셨는지

끝내는 허락을 하셨다. 다만 폴리는 놔두고 가라고 하셨다. 나도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누가 폴리를 대신 맡아줄지.. 입양이란 걸 생각해야 하는지.. 그런 건 도무지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살던 집과 자동차를 정리했다. 다시 돌아오지 않으려 작정한 사람처럼 나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힘들면 후회할까 봐, 지치면 포기할까 봐, 나는 돌아올 근거를 모두 없애고 있었다. 그리고, 폴리를

데리고 이주하는 것에만 마음을 쏟았다. 처음엔 그게 불가능 한 일처럼 보였다. 하지만 못할 것도 없었다.

세상엔 나와 같은 처지에 처한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란 생각에 용기를 내었다. 수소문으로 유럽 동물

검역기준과 외국에서 반려견을 데리고 사는 것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일로

하루하루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폴리는 곁에서 그런 나를 보며 가끔 이런 표정을 짓곤 했다.

"어이 형씨, 요즘 무슨 일로 그렇게 바쁜가?"

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답하곤 했다

"어이 형씨, 참 팔자도 좋구먼. 개 팔자 상팔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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