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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간 강아지

#7 파리에서 홍콩으로 

by 빵집 일기 May 20. 2023


브런치 글 이미지 1



폴리는 14살이 되었고, 그 해 우리는 홍콩으로 이사를 하게 됐다. 운이 좋게도 Sang은

좋은 조건으로 홍콩지사로 발령이 났다. 나도 파리에서 일을 마치고, 홍콩에서 새롭게 도전하고 싶었다.

영화에서만 보던 화려한 도시 홍콩. 그 속에서 소박하게 사는 홍콩 사람들과의 만남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폴리도 다행히 더위에 잘 적응했고 홍콩에서도 여전히 인기몰이를 했다.


홍콩의 여름은 무덥고 습했다. 일 년 중 세 계절이 여름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대기 오염도

심한 날이 많았다. 잦은 비 때문에 산책을 많이 할 수가 없었다. 겨울이 다가오자 어느 정도 공기는

선선해졌다. 산책하기 좋은 계절이 왔다. 그런데 폴리는 왠지 밖으로 나가기 싫어했다.

산책을 좋아하는 본능은 여전했지만, 막상 밖에 나가면 잘 걷지를 않았다. 걷기 싫어 잔꾀 부린다고

억지로 끌기도 하고, 제자리에 서서 신경전을 피기도 했다. 큰소리로 너 왜 그러냐고 호통도 쳤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폴리가 식탁 다리에 자꾸 부딪히는 걸 보게됐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동물 병원에서는 폴리의 시력이 거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공해와 습기로 인한 가벼운

폐렴 증상도 가지고 있단다. 나는 그동안의 내 무지함에 큰 자책감이 들었다. 정말 멍청하구나..

16살을 넘긴 강아지가 어떤 상태라는 걸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니. 폴리는 그저 언제나 나의

폴리라고만 생각했던 내가 원망스러웠다. 산책 중에도 빨리 가자고 소리만 지르고 일방적으로 끌었던

모습조차 죄책감으로 다가왔다. Sang은 한동안 말없이 고민에 빠져 있었다. 그리곤 이렇게 말했다.


우리 이제부턴 마음 크게 먹고 조금 달라져야 한다고. 모든 것에 평범했던 날과는 다른 방식으로

또 그렇게 평범한 일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Sang은 늘 나의 친구였고 여전히 나의 멘토였다.


폴리의 시력은 낮과 밤의 구별이 무의미해졌다. 음식을 섭취하거나 용변을 보는 일도 도움이 필요했다.

폴리를 위해 집안의 가구를 한쪽으로 몰았다. 다행히 폴리는 벽을 따라 걷는 방법을 터득했고 그것으로

일정한 장소에 둔 물과 사료를 먹는 방법도 익혔다. 우리의 노력을 폴리도 알아주는 듯 했다.

안간힘을 쓰며 잘 버티는 모습이 대견하고 안쓰러웠다. 그렇게 새로운 방식에 적응을 하며 홍콩에서의

두 해가 훌쩍 지났다. 그러던 어느 밤, 폴리는 마비증상을 보였다. 폴리는 병원에서 며칠을 보냈다.


예상하고 있었지만 상실감이 컸다. 생기 있던 모든 것이 예전의 모습을 잃어가는일. 삶이란 원래

그런 것이라 위로하기엔 서글픈 감정이 먼저 앞섰다. 각오를 다져야 했다. 약해지면 우리는 서로를

보살필 수 없다. 생활은 금방 익숙해 졌지만 이젠 준비를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 무렵 Sang은

직장을 옮겼다. 그리고, 우리는 외국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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