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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자까 Nov 23. 2021

사회초년생의 티를 벗어내고

발랄함과 맞바꾼 것들

내년이면 어느 덧 4년 차에 접어든다. 전공은 시각디자인이었지만, 야근과 비례하지 않는 박봉에 시달리며 전직을 한 곳이 바로 학교였다. 학교에서 행정업무를 처음 시작했을 때도 여자치고는 그다지 어리지 않은 나이인 27살이었다. 사회초년생으로 뭐든 실수해도 용서받았던 회사생활과는 다르게 다소 딱딱하고 고리타분한 환경에서 적응했다. 이것저것 사고도 많이 치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다보니 어느 덧 내년에 4년차를 바라보게 되었다.




그러던 중, 최근 교감선생님과 함께 점심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렇게 말씀하셨다.  

     

"선생님, 처음 학교에 적응했을 때보다 발랄함이 없어진 것 같네요. "    

  

그런데 교감선생님 뿐 아니라 청년회 목사님께서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   

   

"요즘 힘든 일 있나? 예전만큼의 발랄함이 없어진 것 같네. 얼굴 안색도 어두워진 것 같고. “     


그에 나는 과연 3년 전의 내가 어떠했기에, 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이내 대답했다.    

 

" 별일 없습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3년 전의 나는 이제 막 대학교를 졸업한, 패기와 열정으로 가득 차 있는 막내였다. 첫 회사에 입사했을 때도 막내로 불림을 받는 게 영원할 줄만 알았다. 그러나 이직이 더 이상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부터 억지로라도 사회에 적응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20대의 마지막인 스물아홉이 된 지금에서야 뒤돌아보면 그 동안 내가 선택한 길로 인하여 지금의 모습이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으로 결론 지었다. 

        

사회로 나오기 전, 졸업을 앞 둔 대학생인 나에게 가장 부러웠던 사람은 먼저 취업을 한 친구들이었다. 나보다 빠르게 돈을 버는 친구들이 멋져보였다. 매달 월급을 받아서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그 때는 얼마나 꿈꿔 온 삶이었는지 모르겠다. 학생 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나름의 큰돈을 받아 본 나에게 그 돈을 어떻게 쓸 것인지 계획했던 때가 생생하다. 지금은 몇 푼 되지 않는 월급보다는 남는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와 책읽기를 할 수 있는 같다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다.     


내년이면 교무행정사로 근무한지도 4년차가 된다. 이제는 선생님들이 말씀하시는 거에 적당히 맞장구도 칠 수 있고 "네!" 말고 좀 더 창의적인 대답을 할 수 있다. 학교의 반복적인 행정업무와 선생님들의 업무지시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서 가끔은 한숨이 나오는 하루로 마무리를 짓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어 보인다. 그렇게 나는 학교에서, 교무실에서, 선생님과 함께 적응하고 있다. 처음 학교에 왔을 때 그 패기와 발랄함은 지금 사라져버렸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사회초년생의 발랄함과 3년의 시간을 맞바꾸어 나에게 당장 남은 것은 3가지이다.      




첫 번째로, 교무행정사라는 직업에 대한 관철이다. 교무행정사는 학교에서 근무하시는 선생님들이 학생을 가르치는데 더욱 집중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행정업무를 돕는 '헬퍼(Helper)'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러한 인식을 바르게 가지고 일하지 않는다면 쉽게 나태해지거나 교만에 빠질 수도 있다. 

     

두 번째로, 기본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업무 성숙도가 생겼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요령이 생긴 것인데, 이는 이것저것 일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경험으로 받아드리면서 생긴 팁과 같은 것이다. 이 또한 매뉴얼로 잘 정리해서 만들어 놓는다면 혹시 모르는 대체자가 필요한 상황일 때 더욱 유용하리라.   

  

세 번째로, 퇴근 후에 시간을 자기계발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바꿀 수 없는 것 중에 하나이다. 이처럼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남는 시간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서관에서 읽고 싶은 책을 빌리기도 하고, 날씨 좋은 날에는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카페에서 글을 쓰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소중한 이 시간들이 쌓여서 지금의 내가 책을 읽고, 운동을 하고, 브런치 작가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내어주었다.      




이제는 사회초년생의 티를 벗어내고, 어느 덧 근무 4년차가 되어간다. 이전의 실수들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기록하고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30대가 되면서 깨발랄함과 맞바꾸어 남은 3가지 사실들로 나의 생활을 영위해갈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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