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자까 Nov 23. 2021

내가 가고 있는 길에 의문이 들 때

천천히 나 자신을 돌아보기

학교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느낀 점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교라는 공동체가 주는 이미지를 일반기업에 비해 쉽고 간단한 문제로 생각한다. 물론 나 또한 그러하였다. 그러나 겉표지를 뜯고 보면 내막은 다르다. 교무행정지원사 업무 4년차에 접어들면서 드는 생각을 3가지로 정리해보았다. 

    



교무행정지원사는 학교에서 가장 핵심이자 중요한 행정을 운영하는 부서인 교무기획부’ 소속이다.     

2019년 3월,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 상태에서부터 시작했다. 먼저 일을 했던 실습실무사 선생님에게 기본적인 업무부터 차근차근 배워나갔다. 그 이후는 스스로 부딪혀가며 모난 부분을 깎아 나갔다.     


그러나 행정업무의 경계는 방대했다. 혼자서 처리해야하는 일이 아니었기에 더욱 그러하였다. 선생님들은 80명이었고 나는 혼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웃사이더(outsider)’ 라는 단어와 함께 학교라는 단체에서 소속감을 잃어갔다. 외딴 섬에서 하루의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충격적인 만남을 통해 큰 깨달음을 얻었다. ‘교무행정지원사’는 ‘교무기획부’ 소속이었던 것이다.          


‘교무기획부’는 학교에서 가장 핵심이자 중요한 행정을 운영하는 부서이다. 학교생활기록, 출결, 학적, 성적처리, 고사계, 수업시간표, 가정통신문, 교내수상 등 학교 행정의 중심축이다. 마치 우주의 진리를 밝게 보는 눈이 생긴 기분이었다. ‘아웃사이드(outside)’의 경계가 ‘인사이드(inside)’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나의 가장 주된 행정업무는 가정통신문, 교내수상, 출결, 교원근태, 비상연락망 및 자리배치도, 고사계 OMR카드 계수, 사무용품 구매 및 관리, 학교대표 전화업무, 수능접수 등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업무는 전화업무이다. 다른 시각으로 덧붙이자면, 가장 간과했던 업무이기도 하다.     


학교의 대표로 목소리를 내는 자리이기도 하며 학교 외부인과 교내 선생님들을 연결 짓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이를 위해서는 80명의 선생님들의 업무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어야한다. 그리하여 외부인이 가지고 있는 학교에 대한 의문점을 보다 더 정확히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학교의 대표로 목소리를 내는 자리로서보다 더욱 친절하고 정확한 해결을 돕는 서비스를 제공 받으실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교무행정지원사는 선생님들이 학생을 가르치는데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헬퍼(helper)’의 역할이다.     

교무행정지원사의 업무경계는 사실 행정업무 외에도 자잘한 것들이 있다. 교무실 내의 비품들을 관리하는 업무도 또한 포함이다. 예를 들면 냉장고 관리나 커피 머신기계 세척 같은 것들 말이다. 선생님들이 불편하신 사항을 교무기획부에서 수렴하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필요로 하시는 비품이나 물품이 있다면 품의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필요로 하시는 자리에서 본연의 역할을 감당해야한다.          


교무행정지원사는 긴급 상황에 상시 대기하며 맡은 바 그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다.     

자리를 지키는 일이란 쉽지 않았다. 해야만 할 일들이 자리를 지킬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선생님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자리를 비워야만 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그래도 맡은 바 기본에 충실하기 위하여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 생계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오늘도 출근한다.     




4년에 걸쳐 교무행정지원사로 근무하면서 드는 생각을 3가지로 정리해보았다. 맡은 업무를 구체적으로 정리해야할 필요가 있음을 느낀다. 아직 2년차이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선생님들과 근무하면서 나 또한 눈에 띄게 성장했음을 깨닫는다. 그 중에 한 가지를 말하자면,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운다. 예를 들면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와 같은 일상이랄까. 어제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말하고, 듣고, 쓰고, 읽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항상 같은 그 자리에서.

이전 07화 상급 행정업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