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on Hyunchul Sep 30. 2021

독일인의 교육
2편

한국인은 화성인, 독일인은 금성인

2편. 독일인은 어떤 교육을 받나
 

공부는 대학생부터어릴 땐 인격형성이 더 중요하다

독일의 교육체계

한국의 일벌레들은 독일 시스템에선 성공하기 어렵다

과외가 없는 나라학원이 없는 나라

아이들의 교육은 국가의 책임돈 한 푼 없어도 박사교수가 되는 나라

SKY가 없는 나라독일

자녀의 진로는 학교가 결정한다부모는 후순위

독일 중소기업 공장에는 대다수가 독일인편의점과 공사현장에는 외국인이 대다수

무서운 하지만 합리적인 독일 부모들

직업의 귀천이 적은 나라독일

현지 독일학교냐인터내셔널 스쿨이냐?


독일인은 어떤 교육을 받나   

  

공부는 대학생부터, 어릴 땐 인격형성이 더 중요하다   

  

필자에게는 아이들이 둘이 있다. 둘 다 독일 유치원을 다니면서 느낀 점은 독일의 교육은 두 가지로 나뉜다는 점이다. 유아시기의 교육은 인격형성 교육과 배움의 교육 두 가지로 나뉘는데 큰 차이점은 우리나라에서는 인격형성 교육보다는 배움의 교육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은 인격형성 교육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독일 유치원 앞에는 대부분 큰 배너가 걸려 있었다. Bildung ist mehr als Lernen:‘인격형성이 배움보다 중요하다’는 말인데 단순히 구호로 생각해서는 크게 다가오는 문장은 아니지만 문장의 의미를 고찰하여 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순한 공부보다는 인격의 형성에 독일 사회가 더 큰 의미를 가진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몇 가지 경험담을 이야기해 본다.     

필자의 아들의 경우 어렸을 때의 나를 닮아 매우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으로 자기표현에 서투른 성격이다. 독일 유치원에서 아들 녀석은 친구들과 적극적으로 놀려고 하지 않고 특히 말은 알아듣는데 대화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강했다. 

유치원 선생님과의 상담 중에 나는 집안 내력으로 어렸을 때에는 내성적인 성격이 외향적으로 바뀌는 것이 우리 집안 남자들의 전형적인 성격이고 아이가 책을 좋아해 한국에서 이미 세 살 때에 한국어로 책을 읽고, 쓸 수 있으며 몇몇 한자도 알며, 독일어 단어도 안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당시 유치원 선생은 놀란 표정으로 왜 학교에 가면 문자를 배우게 될 터인데 아이에게 왜 선행으로 학습을 시켰는지 반문하여 이를 설명한다고 곤욕을 치른 바가 있다.     

독일에서는 선행학습이 거의 없다. 유치원에서는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노는 법, 질서를 지키는 법, 싸우지 않고 노는 법, 밥을 먹고 치우는 법, 대화하는 방법 등 사회의 규범과 놀이문화, 사회성을 기르는 것에 집중한다. 선행학습이 당연시되는 한국과는 큰 차이가 있다.      

1986년 필자가 독일에서 독일학교를 다닐 때에 다른 독일 친구들과는 다르게 공부에 집중하는 독일 친구가 있었다. 거의 대부분의 시험을 100점 가까이 받는 친구인데 수업 중에 다른 친구들은 발표도 하고 질문을 많이 하는 반면에 이 친구는 거의 참여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80년도 당시 한국 중고등학교에서 많이 본 우등생 같은 분위기의 친구였다. 하지만 이 친구의 최종 점수는 1(수)-6(가)점 중에 3점(미) 정도여서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다.     

독일학교의 평가는 대개 Muendliche Pruefung(구두 발표력과 수업 참여)과 Schriftliche Pruefung(시험)으로 나뉘고 그 배점이 50:50으로 나뉘는 학교가 많다. 평상시의 수업 참여태도와 발표력 등이 전체 점수의 50%를 차지하는 것은 당시에도 큰 충격이었다.


독일 학급에서 우수한 친구로 인정받는 아이들은 대부분 운동도 잘하고, 평소 이타적이면서 친구들이 많으면서 공부는 중상 정도인 친구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최근에도 젊은 독일 교포들이나 독일 친구들에게 학교 시스템에 대하여 문의하여 보면, 그 기조는 그대로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격형성과정이 배움보다 중요하다’라는 말을 확실히 알 수 있었던 경험의 사례이다.

실제 대학 입학을 목표로 하는 독일의 인문고등학교 Gymnasium에서 공부하는 친구들은 하루에 두세 시간 정도 예습과 공부를 꾸준히 하면 상위권에 진입하는 것에 큰 어려움이 없다. 독일 고교 졸업반 학생들이 한주에 두세 번 축구나 테니스 등 자신의 운동을 즐기면서 공부하는 여유가 있는 모습은 한국에서는 볼 수가 없는 모습들이다. 물론 사교육도 없다.

독일에서는 십 대까지는 체력의 향상과 인격의 수양에 초점을 맞추고 만 19세 이후 대학에 진학해서는 한국의 고3에 해당할 정도로 많은 공부를 한다. 주변에 독일 친구들과 대화하다 보면 이 차이를 많이 느낀다. 독일 친구들은 수많은 환경적 요소를 감안하고, 타인의 입장에서 이해를 바탕으로 상대방을 설득하고 접근하고자 하는 대화방식이 많은 반면, 한국 친구들의 경우 자신의 입장에서만 흑백논리의 기조를 주장하는 경우가 많고 이를 제대로 합리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교육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본다.


한국은 대학에 입학하면 어느정도 공부를 하면 졸업을 못하는 경우는 없다고 본다. 하지만 독일의 경우에는 의대, 치대, 법대, 공대 등 인기가 많고 전망이 좋은 학과에 진학을 하여도 졸업을 하지 못하는 대학생들이 많다. 한국과는 달리 대학에서는 큰 배움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고등학교과정과는 달리 깊이 있는 수업을 준비하는 데에 많은 준비를 하여야 만 졸업이 가능한 것이다. 지난 16년의 독일생활 중에 많은 어린 대학생들이 졸업을 하지 못하고 대학 중퇴를 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 왔다. 독일에서 유학을 생각하는 학생들이나 그 부모들의 경우 고려하여할 중요 포인트이다.   

  

독일의 교육체제     


교육의 시작은 문화권마다 다르겠지만 실질적인 독일 의무교육의 시작은 아이러니하게도 철혈재상이라던 비스마르크 독일제국 초대 수상의 작품이다. 또한 독일의 학제는 한국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다른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1-1. 12년제 학교와 1 3년제 학교     

독일의 학교 시스템은 한국과는 달리 2010년까지 고등학교 졸업이 13년이 걸리는 시스템이었다. 미국, 아시아를 비롯하여 세계적으로 일반적인 고등학교의 학제가 12년인 관계로 교육의 상호 호환, 국제화 및 청년들의 사회 진입이 1년 늦어지는 등의 부작용으로 12년 제로 전환하였으나 여전히 13년의 교육이 효율적이라는 교육계의 지배적인 시각이 존재하여 향후 독일 교육제도 역시 변경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교육제도는 연방정부 차원의 결정이 아니라 주정부 차원의 결정이기에 독일 전체적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1-2. 산업계 전문인력을 양산하고 배출하는 듀얼시스템이 독일 교육의 최대 강점     

독일은 지난 100여 년간 고등교육을 받는 대학생의 배출과 더불어 전문 산업인력을 양성하는 이원화된 교육시스템(Duales Bildungssystem)을 견지하여 오고 있으며, 이 시스템을 현재 독일 산업 경쟁력 확보의 원천으로 보고 있다. 중앙정부보다는 주정부에 교육제도 운영권이 부여되어 있으며 주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5학년부터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Gymnasium, 산업인력 및 상업 인력을 양성하는 Realschule와 Hauptschule를 운영하고 있다.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Gymnasium의 경우 대개 5학년부터 12학년제 학교로 운영되며, 전체 청소년을 100명으로 보았을 때에 약 절반 정도인 50명 정도가 인문계 고등학교를 방문하고 나머지 50명은 Realschule나 Hauptschule로 진학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Gymanasium: 일반적으로 김나지움은 우리나라의 일반 인문계고등학교와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교로 볼 수 있다. 12학년제를 마치는 연도에 Abitur라고 하는 대학능력시험(우리나라의 수능에 해당)을 보며, 동 점수와 학교평가에 따라 대학 진학을 한다. 기술한 바와 같이 최근 12학년제의 인문계 고등학교 체제를 13학년 제로 환원하자는 의견들이 부각되고 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성적이 매우 나쁜 경우 최대 2년까지 낙제를 하거나 Realschule나 Hauptschule로 전학을 가는 경우도 많다. 
 

Realschule: 총 10학년까지 운영되며 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기능직을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운영 중이며, 동 학교를 다니다가 뛰어난 학생들은 김나지움으로 월반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많은 편이다. 졸업 후에는 기업에 취직하는 경우가 많으며, 학업성과가 뛰어난 친구들은 Gymnasium으로 전학을 가는 경우도 많다. 직업을 갖는 경우에는 최초 2-3년간의 Ausbildung(도제) 생활을 하면서 수습공에서 기능공으로의 직업교육을 받는 경우가 많으며, 직업훈련을 마치고 Meister교육을 받아 창업하는 경우도 많다.
 

Hauptschule: 총 9학년까지 운영되며 기능인력을 배출하기 위한 학교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다. 대개 졸업 후에 직업학교 또는 바로 취업을 하는 경우도 많으며 취업을 하는 경우에는 2-3년 정도의 도제를 겪고 정식 직원으로 취업하는 경우가 다수이다.
 

Gesamtschule:종합학교라고 불리는 동 학교는 너무 어린 나이에 진로를 결정하는 단점을 보안하기 위하여 80년대 경부터 운영되는 학교이며 Hauptschule, Realschule, Gymnasium이 모두 종합적으로 운영되는 학교로 보면 된다     


한국에서 일벌레들은 독일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독일에서 10여 년간을 근무하면서 천명이 넘는 명함을 받고 수많은 독일인들을 만나게 된다. 한국에 출장을 갈 때에 수행 지원한 경우도 수십여 명, 현지에서 독일어로 프레젠테이션과 미팅으로 만난 독일 무역인과 제조업체 그리고 기관 관계자는 수백여 명에 달한다.     

한국기업을 지원하는 업무가 주 업무이다 보니 한국기업 관계자들 역시 최소한 수백여 명을 만났고 독일 현지 출장 중에 많은 이야기를 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한국과 독일의 비즈니스맨들에게는 큰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한국기업에서 5-10년 차 해외영업 경험을 가진 한국인과 독일 기업에서 5-10년 차 해외영업을 한 독일 직원 사이에는 다음과 같은 차이점들이 발견된다.     

한국 직원들은 상명하달의 조직문화로 주말근무와 야근이 과다하여 항상 피곤하고 항시 긴장 속에서 근무를 하는 느낌이 강하고, 독일 직원들은 수평적인 근무관계에서 대부분 야근이나 주말 근무 없이 여유로우면서 자신의 회사와 동료들에 대한 강한 유대감과 자신감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독일에도 수많은 워커홀릭들이 있다. 하지만 한국의 워커홀릭 들과는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독일 워커홀릭들은 자신이 많이 일하는 것으로 타인을 끌어들이지 않는다는 점과 회식이나 개인의 일에 직원들을 끌어들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기와 같은 일이 발생하면 회사 또는 사내경영위원회(우리 노동조합과 유사, Betriebsrat)에서 가해 상사에게 병원 방문 등이나 심리치료 등을 권고 또는 처방하여 사내에서 지속적인 승진이나 인정을 받지 못하는 점이 우리나라와 큰 차이점인 것이다.       

또한 독일 기업에서의 야근을 하는 직군은 일반 직원들이 아니라 급여가 훨씬 높은 관리자 특히 경영층이 많다는 점이 차이점으로 보인다. 일반 직원들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기 때문에 일을 더한다는 인식이 일반적인 사회적인 관념으로 보인다.     

물론 독일에서 야근과 주말근무를 상시 하는 사람은 오히려 무능력하여 제때에 일을 마치지 못하는 사람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더 많다. 또 하나의 차이점으로는 독일 회사의 기획, 인사팀에서는 하루 8시간을 기준으로 한 1인당 적정 업무량을 분석 책정한다는 점이다. 

     

과외가 없는 나라학원이 없는 나라     


독일은 사교육이 거의 없다. 방과 후 아이들이 학원에 가서 별도로 영어, 수학, 독일어 등을 배우는 아이들 역시 거의 없다. 입시학원이란 단어가 없다는 말로 현상을 대신하고자 한다. 대학 입학 전까지 독일의 학생들은 자신의 관심분야를 하루에 2-3시간 공부하고 체력단련 및 취미생활을 병행하는 것이 일상이다. 독일은 상기에 기술한 바와 같이 시험 성적순이 아니라 건강한 정신과 상식 그리고 전문지식을 골고루 판단하는 학업시스템으로 한국과의 차이는 매우 크다.     

물론 독일에서도 과외를 하는 친구들이 있다.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독일어를 가르치고, 영어를 가르치고 하는 친구들이 일부 있으나 일반적이지 않으며 인건비가 우리보다 높은 독일의 환경을 감안하여 1시간에 15-20유로(2-3만 원 내외)로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이다. 대개 독일에서 과외는 피아노나 악기 레슨을 하는 경우가 학업 과외보다 많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이 경우의 레슨비도 20-30유로 수준으로 현지 소득 수준에 비하면 높은 편은 아니다.      

수학, 독일어, 영어를 별도로 독일인 학생을 대상으로 가르치는 학원은 내가 체류하던 15년간 들어본 적이 없다. 단 최근에 한국기업들이 몰리는 프랑크푸르트시에는 한국인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사교육 학원들이 개설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은 바 있다.    

  

아이들의 교육은 국가의 책임똑똑하면 돈 한 푼 없어도 박사가 되는 나라
 

독일은 수많은 출산장려정책이 있음에도 2018년 기준 출산율이 1.59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2010년 1.3에 머물던 출산율이 지속적인 출산정책으로 8년째 늘고 있고 2018/19년에는 1990년 이후 처음으로 신생아수가 80만 명에 가까울 정도로 회복했다. 하지만 2020년 팬데믹인 코로나바이러스의 창궐로 인하여 경제적 어려움과 불안감으로 인하여 출산율은 다시 10여 년 만에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합계 출산율이 1.0 이하인 한국에 비하여 독일의 출산율은 거의 두 배 가까이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훨씬 낮은 이유는 아이들에 대한 교육부담과 기회의 불균형 그리고 결혼까지 부모들이 책임져야 하는 사회구조에 기인함을 감안하면 독일은 그야말로 양육 관련 선진국이다.     

독일은 만 1세 이후 Krippe, 만 3세 이후의 KITA, 만 5세 이후의 Kindergarten이 대부분 무료이거나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되며, 이후 중고등학교 과정, 대학, 박사과정까지 모두 무료 교육시스템이다. 비록 일부 유치원 등에는 원비를 내야 하는 경우가 있어도 연말정산 등에서 대부분 환급을 받아 부모들의 재정적인 부담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물론 독일의 교육이 중세부터 전인교육, 무료교육인 것은 아니다. 무상교육의 시초는 독일의 역사 편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비스마르크 수상이 있던 1870년대 프로이센 왕국부터 시작된 교육 시스템으로 국민은 미래를 지탱하는 아이들을 출산하고 국가가 미래 국민을 양성한다는 기조에서 출발하여 산업화의 역사가 60년이 안 되는  한국과의 단순 비교는 불가한 상황이다.     

간단히 30세의 한국인 직장인과 독일 직장인의 월급명세서를 비교해 보면 독일의 무상교육이 가능한 점을 알 수 있다. 연봉 3000만 원의 한국인과 4만 유로(한화 약 5000만 원)의 독일인의 경우 그 차이가 분명하다. 연봉 3000만 원의 한국인의 경우 소득세, 의료보험, 국민연금을 포함하여도 연간 총 직간접세가 500만 원 내외인 것으로 알고 있다. 4만 유로의 독일인의 경우 소득세. 의료보험, 국민연금을 포함하면 총간접세가 1만 5천 유로에 달한다. 5000만 원 정도의 연봉에서 2000만 원 정도를 직간접 사회보장세로 납부하는 것이 독일의 현실이다. 한국의 연봉 3000만 원대의 월급쟁이와 독일의 연봉 5000만 원대의 월급쟁이의 실수령액이 비슷하다는 점이 그 차이인 것이다.     

독일에서도 빈부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많은 언론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16세에 기능공을 선택하는 사람과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하는 사람의 임금 분기점이 30대 중후반에 역전됨을 생각하면 독일에서의 직업에 따른 신분 격차는 미국에 비하면 크지 않다고 필자는 본다.  

   

SKY가 없는 나라독일

     

독일에 명문대가 무엇입니까? 우리나라 서울대, 연대, 고대에 해당하는 대학들이 무엇입니까? 10년 넘는 독일 근무시기에 수십 번은 한국에서 오신 기업 분들이 질문한 내용이다. 나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독일에는 명문대라는 구분이 없습니다. 하지만 명문과는 있습니다.     

공대로 따지만 담슈타트 공대, 아헨공대, 뮌헨공대, 베를린 기술 공대 법학으로 보면 하이델베르크 대학, 괴팅엔 대학 의대로 보면 프랑크푸르트, 함부르크, 뮌헨대학 등이 있지만 학교 간의 차이는 크지 않고 개인의 능력이 결정적인 경우가 많다.     

확실한 것은 대학 진학하는 청소년들의 대부분이 자신이 공부하고자 하는 분야를 공부하는 것이지, 대학을 선택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독일은 학연 역시 거의 없는 나라이다. 그래서인지 독일의 사회는 학연, 혈연, 지연이 거의 없는 느낌이고 사회에서 오랜 기간 동안 충분한 신뢰를 쌓은 인물들과의 네트워크가 작동되는 사회라는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독일에서도 최근 지속 가능한 산업 경쟁을 확보하기 위하여 엘리트 대학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고 연방정부 차원에서 몇몇 대학을 Exellenzuni(엘리트 대학)으로 선발하여 추가 재정지원을 하는 등의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자녀의 진로는 자녀와 학교가 결정한다부모는 후순위

     

독일의 학제는 우리나라와는 매우 다르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학제는 미국과 일본과 비슷하지만 독일의 듀얼, 이원화 교육제도와는 확연히 그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만약 만 10세에 기능공이나 세일즈를 담당하는 직원을 양성하는 Hauptschule나 Realschule를 가야 한다고 하면 부모들이 얼마나 학교 측과 분쟁을 겪을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하지만 독일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부모나 학생 본인의 큰 저항 없이 학교와 담임선생의 판단을 존중하고 진학상담을 통하여 Gymnasium, Hauptschule나 Realschule로의 진학을 결정한다.     

물론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은 상급학교로 전학이 일상화되어 있는 부분도 있지만 학생들의 능력에 맞는 학교를 선택하는 것에 큰 반발이 없는 것은 한국에서는 잘 이해하기 힘든 독일의 멘털리티이다.  독일의 경우에는 선생님들의 진학 결정에 대하여 부모들이 수용하는 경우가 매우 높다는 것이 한국과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독단적인 선생님들의 결정에 대하여 부모들은 Elternrat (학부모위원회)등을 구성하여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 위원회의 권한 역시 매우 강하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진학에 대한 평가는 선생님들이 결정하는 경향이 강하며, 두 번째로는 학생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부모들의 의견은 삼순 위 정도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추가적으로 독일 학교는 우등생과 열등생에 대한 시스템이 한국과는 다른 면이 있다. 독일의 성적은 대개 1-6까지의 점수를 부여하는데 1이 우리나라의 수에 해당하는 ‘매우 우수’에 해당되고 높은 점수로 갈수록 낮은 평가를 준다. 6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의 ‘가’에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 학교마다 차이는 있으나 일반적으로 독일 학교의 경우 우리나라 수우미양가 중에 가에 해당하는 항목이 2개 있으면 다른 과목이 모두 ‘수’일지라도 다음 학년으로 진학하지 못하고 동 학년을 반복하여 학습하여야 하는 경우가 있고, 두 번 같은 학년에서 진급을 하지 못하면 퇴학이나 다른 학교로 전학을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성적이 좋아 대부분의 학과에서 ‘1’를 받는 학생의 경우에는 월반 역시 가능하다.  

   

독일 중소기업 공장에는 독일인이편의점과 공사현장에는 외국인들이 많은 독일
 

독일의 중소제조기업의 현장을 방문해 보면 한국 공장과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매우 다르다는 것을 체험하게 된다. 우선 한국의 예를 보자     

- 중소기업의 제조현장에는 수많은 중국 및 동남아 지역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가 다수를 차지하고, 작업환경은 소득 3만 불 국가에 맞지 않게 열악하다. 나이가 많은 숙련공들과 간부들은 젊은 한국인 직원과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반말과 욕설을 섞어 이야기하는 경우를 KOTRA의 외부 직원인 내가 옆에 있어도 경험했던 적이 많았다. 휴가는 국경일이 아니 공휴일을 포함시키지 않아 극히 적고 야근과 잔업이 많아 정상적인 저녁 있는 가족생활을 영유하기가 힘든 것이 한국의 중소기업의 현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젊은 한국인들은 중소기업의 현장이나 공장보다는 근무시간이 예측 가능하고 안전성이 보장된 아르바이트로 편의점을 선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독일의 예를 보자     

KOTRA의 특성상 독일 바이어를 많이 방문해야 해서 독일 공장을 볼 기회가 많았다. 상대적이기는 하지만 대부분 한국과는 다른 깨끗하고 정돈된 그리고 안전을 생각하는 작업환경이 우선 눈에 띈다. 대개 하루 8시간 근무가 지켜지고 있는 현장이 대부분이며, 업무의 효율성을 위하여 근무 중 잡담 등은 거의 볼 수가 없다. 정규직으로 근무하기 전에 동 회사에서 3년 정도의 도제교육을 받은 직원들이 많아 전문성이 뛰어난 인력이 대부분이다. 휴가는 대부분 1년에 25-30일 내외로 약 5주에서 6주간의 휴가가 보장되며 공휴일은 휴가에서 제외된다. 잔업이나 주말근무가 있을 시에는 평소 근무 시급의 1.5배를 받는 것이 기본이다. 또한 동료 간의 대화는 평등하게 존칭 아니면 서로 하대를 하게 되어 수직적 상하 간의 분위기가 아니라 상호를 존중하는 수평적 분위기가 대부분이다. 이런 연유로 독일의 중소기업 현장에는 다수의 근로자가 백인계 독일인이 많고, 오히려 단순직종이며 고용보장이 되지 않는 시간제 업무인 편의점, 주유소 그리고 공사현장에는 다수가 폴란드계, 루마니아계 그리고 난민 출신의 노동자가 많다.  

   

무서운 하지만 합리적인 독일 부모들   

  

독일에서 살다 보면 독일 부모들이 무서울 때가 있다물론 독일 학생들은 끊임없는 자녀의 학교교육에 매진하는 한국 부모들이 더 무섭다고 이야기하는 친구들이 많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 본 독일 부모들이 무서운 점은 다음과 같다.  아이들이 생후 두세 살 때에는 우는 경우 매우 엄하다. 달래주는 것도 처음에 조금 달래주고 끊임없이 우는 경우에는 오히려 지칠 때까지 관심을 주지 않아 아이들이 어리둥절할 때까지 기다리는 경우를 많이 보아 왔다.     

그리고 또 독일 부모들은 아이들이 혼자 자는 환경 조성에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쓴다. 유년기의 아이들이 잠을 자려고 하는 경우 아이방에서 책을 한 두권 읽어 주고 바로 각자의 방으로 향하는 경우도 평상시 유아교육의 하나의 수환이다.     

평상시 교육에서도 누구나 자신보다 뛰어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교육자세가 일반적이나 예외를 몇 번 목도한 적이 있다. 특히 자신의 아들이 인종이 다른 교우에게 운동에서 질 때 수많은 독일인들 앞에서 따귀를 때리는 것을 필자가 청소년 시절에 독일에서 목도한 적이 있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받는 것은 나의 경험적 판단이다.       

또한 독일의 부모는 아이들의 자립성을 길러 주기 위하여 과도한 용돈을 주지 않는다. 우리나라보다 일인당 국민소득이 두 배 가까운 독일이지만 중학교 1-2학년의 경우 월 25-30유로(3-4만 원 내외), 고등학교 2-3학년생의 경우에도 월 50유로(6만 원) 이상의 용돈을 주지 않는 것이 독일의 일반적인 용돈 문화이다.     

아이가 필요로 하는 것은 별도의 아르바이트를 통하여 취득하여 자립심을 키워주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이다. 물론 독일에도 일부 부유층이나 일부 중산층에서 자녀들을 끼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보도도 가끔 있지만 확률적으로 한국의 1/10 이하인 정도로 보면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아이가 대학에 진학하거나 결혼 등으로 사회적 독립을 할 시에 한국에서처럼 전세자금이나 혼수 또는 일부 증여를 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단지 중산층 이상의 경우 태어날 때부터 만 18세/21세/25세까지 국가에서 지급되는 Kindergeld(자녀수당 월 대략 219유로/인당/소득이 없는 경우 만 25세까지 지급/소득이 있는 경우 만 19세)를 매월 적금을 들어 독립 시에 지급하는 경우는 많은 것 같다. 
 

직업의 귀천이 적은 나라 독일  

   

‘독일에는 직업에 귀천이 없다’라고 하면 이도 정답이 아니다. 하지만 ‘직업으로 그 집안과 사람을 판단하는 경향이 극히 적다 ‘라고 이야기하면 독일의 현실에 맞을 것 같다.     

학습기간이 차이가 있지만 우리나라의 과거 상업 고등하고, 공업고등학교에 비교할 수 있는 독일의 학교는 Hauptschule(9학년 수료, 만 15세 졸업), Realschule(10학년 수료, 만 16세 졸업)로 볼 수 있다. 인문계 고등학교는 12학년, 또는 13학년제(만 19세 졸업)의 Gymnasium에 해당한다.     

학교를 결정하는 요소는 물론 성적이지만 가업승계나 자신의 꿈이 기능공을 원하는 아이들의 경우 자발적으로 Hauptschule나 Realschule에 진학하는 경우도 있어 한국과의 단순비교는 의미가 없다고 본다.

독일에서는 전기공, 배관공, 제빵사, 요리사, 굴뚝청소부, 차량 정비사 등 각 자의 직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역 상공회의소에서 관할하는 교육제도를 이수하여야 하고 이후 관련 분야에서 2-3년 
 정도의 경력과 자격증을 증명해야지만 독자적인 창업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특히 관련 분야의 Meister가 되면 주위에서 성공적으로 전문직종이 되었다고 인정해 주는 분위기가 독일의 현실로 한국의 창업과는 많은 부분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직업훈련과정을 택하는 대개 만 15-16세의 독일 청소년들은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선택하여 Bewerbung이라는 원서를 각 기업에 보내고 인터뷰를 보아 도제 과정(Azubis, Auszubildende)에 입사하게 된다. 이 도제 과정은 대개 2-3년 정도 기간으로 진행되는데 이에 소요되는 비용은 상황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국가에서 50%, 기업에서 50%를 부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도제 과정에 들어가면 바로 공장에서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2-3년 간의 짜인 프로그램에 따라 기초교육, 중급교육 이어 입사 2-3년 차에는 숙련공들과 함께 실질적인 고난도 작업을 진행하는 체계적인 교육을 받는다.     

이 기간은 정규직이 아닌 굳이 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 제조회사의 비정규직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독일 기업과 공장에서 원하는 정규직 숙련공을 양성하기 위한 이차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회사가 수행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     

동 과정이 끝나면 근로자와 기업은 서로 간의 협상을 통하여 취업을 결정하는데 전체 도제(Azubis) 중에 약 80%가 정규직으로 취업을 한다고 한다. Azubi의 경우에는 자신이 교육받은 바를 토대로 정규직 직업을 얻고 기업의 경우에는 Azubi가 퇴직하는 경우, 또다시 2-3년간의 도제교육을 통하여 자신의 회사에 맞는 인력을 재선발, 양성해야 하는 시간적, 비용적 측면의 손해가 막심하기에 동 제도를 통하여 검증된 인력을 채용하는 것이다.     

동 기간 중에 회사는 급여로 월세와 교통비 정도에 해당하는 월 500-1000유로(약 60만 원에서 120만 원 정도) 정도만을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정규직으로 채용 시에는 이의 3배 이상의 월급을 지급하는 정식 고용계약을 체결한다.     

일반 인문계 고등학생들이 대학을 다니고 사회에 진입하는 만 25세 전후 정도가 되면 이미 10년에 가까운 직장경험과 사회생활을 통하여 도제들의 예금이나 부동산, 연금가입기간 등의 사회기반 형성에서 대졸자들보다 초기 기반이 탄탄한 점은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이미 기술한 바와 같이 대학 졸업자와 기능공 간의 임금 역전 현상이 30대 중반 정도에나 발생하지만 기능공이나 일반직의 노동자들의 경우 이미 10년 가까이 경제활동을 선행하였기에 큰 차이는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참조할 만하다.     

대졸자들에 비하여 물질적, 사회적 기반을 확충한 전문 숙련공들이 직업의 차별대우를 받지 않을 정도가 되어 있으니 직업의 귀천이 적은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아이들 교육독일 현지 학교냐 인터내셔널이냐
 

주재원들의 경우 독일에 부임할 시에 대개 3-5년 정도의 업무기간으로 입국하는 경우가 많다. 워낙 장기간이다 보니 가족들과 같이 부임하는 경우가 많으며 아이들 교육문제로 고민을 하는 경우가 많다.     

독일의 학제는 기술한 바와 같이 한국의 학제와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이런 이유에서 많은 주재원들의 아이들이 영어를 기반으로 하는 인터내셔널 스쿨에 입학하는 경우가 많은데 독일의 학교와는 달리 1년에 1인당 2만 유로를 상회하는 등록금으로 인하여 금전적으로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회사에서 지원이 되는 금액이 있어도 20-30% 정도는 개인부담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 현실이다.     

회사에서 교육 지원금이 없거나 적은 경우 현지 독일 학교를 보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에 고민해 보아야 할 사항들이 몇 가지 있다.     

필자의 경우 85년에서 87년 2년여를 독일학교를 다니면서 느낀 장단점은 다음과 같다. 

    

장점     

1. 독일어를 빨리 배운다

2. 독일 친구들을 많이 사귄다

3. 독일 사회에 적응이 빠르다

4. 영어를 비롯하여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 제3외국어까지도 배운다

5. 비용적으로 수학여행이나 일부 교재비를 제외한 학비가 전혀 들지 않아 금전적으로 유리하다   

   

단점

1. 영어를 배우더라도 모국어 수준으로 가르치지 않는다

2. 독일의 학제는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 여부를 초등학교 5학년에 결정하기 때문에 인문계 고등학교 배정 관련 언어 등의 사유로 입학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3. 독일 학교는 9학년 때부터 사회 경험 인턴기간이 있는데 언어가 완벽하지 않은 외국학생들을 인턴으로 수용하는데 독일 기업들이 기피하는 현상이 있다.

4. 학과 공부보다는 운동, 발표, 토론에 참여하는 시간이 워낙 많아 한국 부모들이 혼란스러워한다.

5. 독일은 만 16세부터 음주와 운전이 가능하고 자유연애 사상이 만연하여 부모들이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영어를 기반으로 하는 인터내셔널 스쿨의 경우에는 영어는 빠르게 습득하지만 독일어를 완벽하게 배우는 것이 어렵고, 부유한 외국인 상류층 및 독일 상류층 자녀들과 어울리면서 한국의 현실에 맞지 않는 수준을 당연시 여기는 경향 등 어려운 점도 발생하는 장단점이 있어 한쪽을 추천하기는 어렵다. 

(3편 독일의 유흥/놀이문화 에서 계속됩니다)

이전 02화 독일의 역사와 에피소드 1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