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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늑한 서재 Dec 31. 2021

꿈이 있는 사람에게 현실이란?

- 마감하고 자는 잠이 제일 달다.

3주 동안 14,000자의 기승전결이 있는 글을 12편 완성해 보냈다. 먹고 사는 일, 만만치 않다. 손가락 통증과 손목 터널 증후군에 시달리며 다시 한 번 느낀다. 꿈은 멀고 현실은 가깝다는 것. 


그러니까 3주 간 총 168,000자의 글을 쓴 셈이다. 키보드를 내 손가락이 얼마나 두드린건가. 썼다, 지웠다 수정하고 어쩌고 하면서 실제로는 키보드를 더 두드렸을 것이다. 


그동안은 젊어서 (지금도 마음만은 :) 키보드의 중요성, 손목이나 손가락 관리의 필요성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웹소설 연재를 할 때도 마찬가지. 내게 중요한 건 장소였지 도구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에 아주 제대로 깨닫게 되었다. 




생전 가지 않던 한의원을 찾아본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쑤시니 찜질도 하고 침도 맞아볼까. 코끝에 한의원 특유의 한방냄새가 머문다. 가기도 전에 테라피. 사실 태평할 일은 아니었다. 손가락을 살짝 구부리기만 해도 아팠으니. 


지금은 키보드도 바꾸고 손목 보호대며 지지대며 좋다는 건 다 구비해 두었다. 이런 일엔 이제 엄살을 부려도 괜찮지 않을까. (강한 놈이 살아남는 게 아니고 오래 살아남는 놈이 강한 거니께!!) 잘 때는 꼭 찜질팩을 뜨겁게 데워서 손 위에 올려놓고 자곤 한다.


이것도 직업병이라면 직업병이겠지. 일거리가 넘쳐 손가락이 아프다니 나, 출세했다. 프리랜서 작가로 일에 치여 산다는 건 능력있다는 반증? 어깨가 잠시 솟았다가 내려온다. 일의 강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능력 있어 일을 잡았지만 감당하지 못한다면 그건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 아닌가. 몸 관리를 해야겠다는 절실함이 고개를 든다. 




3주 동안 일하는 패턴은 이랬다. 일요일 새벽까지 글을 쓰고 마감 친 다음, 월요일은 좀 느긋하게 보냈다. 

월요일 저녁쯤 일거리들을 출력하고 읽어놓는다. 구체적인 내용을 구상하는 것. 어디에 어떻게 살을 붙일까, 캐릭터를 어떻게 그릴까 거칠게 머릿속으로만 스케치를 한다. 


화요일쯤 이름 정도 정하고, 성격 줄거리를 구체화한다. 그러는 동안에도 머릿속에 이야기를 담아놓고 수시로 꺼내서 생각한다. 수요일부터 슬슬 시동을 걸고 금요일부터 벼락치기로 글을 쓴다. 나는 벼락치기가 맞는 타입. (몸이 괴롭다.) 급해야 집중하는 스타일인 것. 


한때는 일하는 스타일을 바꿔보려고 노력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 벼락 글을 쓰다보니 신경도 예민해져 잠도 잘 오지 않는다. 쪽잠을 자며 주말에 쉬는 가족들도 좀 챙기고,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로 마감을 한다. 그렇게 일요일 새벽을 맞이한다. 당연히 월요일 하루는 쉬게 된다. 몸과 마음을 모두 편안히 - 




그리하여 오늘은 월급을 받았다. 기분이 매우 좋다. 사무실 아래, 좋아하는 카페로 내려간다. 10년 넘게 한결같은 사장님의 손맛?이 깃든 핸드드립 커피, 또는 밀크티 또는 시원한 레몬 아이스티를 마신다. 한마디로 스스로 생각하기에 좀 사치스러운 음료를 시킨다는 것. (느낌 중요. 나에 대한 보상이랄까요.) 


월급 받고 마시는 홍차 향 진한 레몬 아이스티, 꿀꺽꿀꺽 잘도 넘어간다. 그 정도면 족하다. 원고 쓴 돈으로 공유 오피스 렌트비도 내고 저축도 하고 장도 본다. 유명하지 않은 작가면 어떠랴. 그냥... 이렇게 소소한 것들을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도 난 행복하다. 


참 그리고 공유 오피스 자리를 옮길 예정. 아래층에 카페형으로 넓은 좌석이 있는데 그리로 갈 예정이다. 1~2월은 아이들 방학이라 사무실에 오래 있지 못한다. 비는 시간에 와서 작업도 하고 머리도 식히고 갈 예정이다. 



 

둘째 출산 후, 출퇴근이 없는 프리랜서로 줄곧 살아가고 있다. 마감이 끝나면 그것이 퇴근, '내 마음속의 퇴근'일뿐이다. 


월요일, 메일함에는 또 일거리들이 도착해 있지만 일단은 밀린 잠을 청한다.. 마감하고 자는 잠이 제일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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