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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늑한 서재 Dec 01. 2021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것.

- 건별 페이를 몰아서 월급처럼 받는다. 

얼마 전, 일을 구했다. 

쓰고 싶은 글에 집중하려 했는데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 고민하다 당분간은 일을 병행하기로 마음먹었다. 브런치도 익숙해지고 쓰고 싶은 글의 윤곽도 잡혀서(무려 SF소설입니다.;) 마음을 좀 놓게 되었을 때 이리저리 연락을 취해보았다. 


얼마 전, 위인전집 창작 건이 있어서 샘플 작업을 마쳤었다. 자료조사를 마치고 절판 도서를 구함과 동시에 목차를 정하고 1화의 앞부분을 완성해 담당자에게 컨펌을 받았다. 그러나 뜻밖의 상황이 벌어져 계약서 작성 직전 일에서 빠지게 되었다. 소통의 문제가 컸다.


에스프레소 한 잔으로 속상한 마음을 털었다. 쓰다.. 



다시 잘 해보자는 이야기가 오갔지만 이미 다른 일이 잡혀서 되돌릴 수 없었다. 좋게 마무리하고 절판도서는 반품했다. 뽑아놓은 자료들을 버리면서 속이 쓰렸다. 그렇지만 프리랜서로 일을 하다보면 '첫인상, 첫느낌'과 '순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다. 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소통이 얼마나 잘 되는가. 일의 진행이 상식선에서 진행이 되고 있는가. 이 두 가지에 좀 민감하게 구는 편이다.


초반부터 삐걱거리는 일은 내내 마음이 편치 않다. 프리랜서 작가로서 하는 일 대부분 담당자와 면대면으로 만날 일이 없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예의를 갖춘 소통'의 문제를 중요하게 여기게 된다. 서로 얼굴을 보고 일을 하면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그런 어떤 분위기'라는 것이 통하겠지만 메일이나 카톡, 전화 통화로만 일이 진행되면 얘기가 다르다. 얼굴을 보지 않고 일 이야기를 주고 받기 때문에 더 자세하고 정확하게, 그리고 예의바르게 진의를 주고받는 게 중요하다. 




물론 다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각자의 스타일이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다. 그리하여 나는 내일부터 매일 적어도 7천~8천자의 글을 써야 한다. 웹소설의 경우 한 회를 보통 5천자에 끊는다. 그보다 많은 분량. 스토리가 잘 풀리면 하루에 만 자도 가능하다. 


웹소설 이야기가 나와서 몇 자 적어보면...  한 회 5천자는 전체 스토리와 그 회차의 기승전결만 정해놓으면 쓰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문장이 너무 길면 안 되고 사이사이 적당히 대화도 넣어주어야 한다. 5천자를 어떻게 끊어내느냐도 중요하다. 댓글에 "작가님, 어떻게 여기서 끊으실 수가... " "다음 회차 어떻게 기다려요." "하루에 2화씩 올려주시면 안되나요?" "다음 화 궁금해 죽겠어요." 라는 내용이 달리면 성공이다. 


그 회차의 위기, 절정 상황에서 끊을 수도 있고 본격적인 로맨스 장면이 들어가기 직전에 멈출 수도 있다. 작가는 절단신공을 발휘하며 다음 회차를 자연스럽게 구상한다. 그 회차 끝내고 바로 다음 회차 들어가기도 쉽고 일에 속도가 붙는다. 


나 같은 경우는 한 회차 쓰는 건 어렵지 않았는데 전체 줄거리, 컨셉 잡는 데에서 한계를 많이 느꼈다. (그래서 8편을 끝으로 지금은 쉽니다 ㅠㅠ) 특히 현대로맨스를 쓸 때 힘들었다. 완전히 트렌디 하지도 않았고, 늘 조금은 이야기가 무거웠다. 팝콘처럼 단짠으로 써야 하는데 살짝 밍밍하다고 할까 싱겁다고 할까. 그래서 편집자도 내게 차라리 묵직한 분위기의 시대물 로맨스가 어떻겠느냐 제안했었다. 3년 전쯤 기획해놓은 작품이 있긴 한데 다시 꺼내보기 두렵다. 된장처럼 좀 묵혀볼 생각이다. 지금은 웹소설을 쓰고 싶지 않다.  




이번 일도 기승전결이 있는 이야기를 쓰는 일이긴 한데 건별 페이지급이 아닌 월급제 일이다. 지인은 내게 진정한 디지털 노마드라고 하는데, 맞다. 그런 식으로 일하고 있는 것. 그러나 가끔은 좋아하는 일과 돈 버는 일을 분리하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특히 지금의 상황에서 더 그렇다.  브런치에 정을 붙이고 하나씩 글 올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좋아요 눌러주시는 분들의 공간에도 한 번씩 들러 글들을 진득하니 읽어보고 싶다. 


분명 바빠지겠지만 이 상황에 감사하는 일이 최선이다. 그리고 분명한 건,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면 어떻게든 해낸다는 것이다. 너무 욕심부리지 말고 천천히 꾸준히 나아가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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