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라고 감히 말하기 민망합니다
꽃밭 같은 텃밭, 농사의 즐거움
아침에
텃밭에서
오이 한 개
딸기 한 알
방울토마토 여섯 알
상추와 양상추, 쑥갓 몇 장을 수확했다.
그리고 아침 식사로 싹 다 먹었다.
“맛있다!”
“귀여워라.”
성장이 더뎌 가을에나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했던
방울토마토가 달리기 시작하더니 하루에 몇 알씩 붉게 웃음 짓는다.
아직은 몇 알이지만 한 소쿠리씩 딸 수 있는 날이 조만간 온다.
신난다.
“알이 조금 작네. 오늘은 누가 먹을 차례더라?”
한 포기 심은 딸기 모종은 아주 가끔 선물처럼 딸기를 내준다.
딱 한 알씩만 줘서 가족들이 차례로 먹고 있다.
“네가 살아남을 줄이야.”
이른 봄에 내가 뿌린 양상추 씨앗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엄청 많이 뿌렸는데 싹이 거의 트지 않았다,
6 포기만 겨우 살아남았고 자랄 때마다 몇 장씩 뜯어먹는다.
먹을 때마다 뭉클하다.
“너는 언제 또 이렇게 컸니?”
어제도 제법 통통한 오이를 땄는데 오늘도 실하다.
“상추야, 너는 조금 천천히 자라도 될 것 같아.”
신비하다. 잎을 따고 돌아서자마자 금세 잎이 올라온 느낌이다.
뭘 먹고 이렇게 잘 자라는 걸까.
농사의 ‘ㄴ’자도 모르는 나와 남편의
무지와 방치에 가까운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가꾸고 돌보지 못해 텃밭인지 꽃밭인지 헷갈려도
우리 집 텃밭은 먹을거리를 아낌없이 내어준다.
씨를 뿌리고 물만 주었을 뿐인데
흙, 햇빛, 바람, 비
자연이 하찮은 인간에게 주는
위대하고 다정한 마음에
가슴이 뻐근하다.
나는 내가 한 바구니도 채우지 못한 채소에
이렇게까지 환호하고 감동하고 감사하며
맛있게 먹을 줄 아는 인간인 줄 몰랐다.
참 좋은 아침이다.
2023년 7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