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안 오는 월요일엔 남편과 함께 문경새재를 걷는다. 좀 더 적확하게 표현하면, 특별한 일이 없으면 월요일에는 문경새재를 걷는다. 아직 시작한 지 몇 달 되지 않아서 동네방네 소문내기는 조금 쑥스럽다. 아무튼 나와 남편의 월요일 리츄얼로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시골 사람 된 지 3년이 된 우리 부부는 도시에 살 때보다 훨씬 더 적게 걷는다. 정말로? 사실이다. 특히 내가 그렇다. 도시인으로 살 때는 버스나 지하철 정류장까지 걸어가고 , 도서관도 걸어서 가고, 마트에 걸어서 장 보러 가고, 책 사러 동네 책방도 걸어가고, 동사무소도 걸어가고, 아프면 걸어갈 수 있는 병원에 가고, 먹고 싶은 빵 사 먹으러 걸어가고, 버스로 한 두 정거장 거리는 다 걸어 다녔다. 그랬는데 시골 우리 집에서는 무조건 차를 타야 한다. 빵집, 도서관, 병원, 마트. 동사무소 등등 걸어갈 수 없고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3 걸음 걸어 차를 타고 움직이는 3보 승차하는 사람이 되었다.
산책은 마을에서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상하게 쉽지 않고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농사를 짓지 않는 우리가 논둑길을 어슬렁거리는 모습은 개미 옆에서 놀고 있는 베짱이처럼 보인다. 자동차 중심의 시골길은 걷기에 위험하고 마을 골목길을 걸으면 개들이 시끄럽게 짖고 이웃집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 별로다. 게다가 동네 개들은 왜 그렇게 짖어대는지 몰라. 점점 마을 산책도 안 하게 되었다.
예전보다 덜 걷게 된 게 뭔 큰일이겠냐마는 나에게는 큰일이다. 운동을 엄청스레 못하고 움직이는 것을 너무 싫어하는 나에게 걷기는 유일한 운동이다. 걷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운동하기 싫은데… 운동해야 하는데… 운동을 꼭 해야 하나…
나이와 함께 운동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저질체력이 되고 있는 내 몸도 이제는 제발 좀 운동하라고 보채는 것 같다. 운동을 열심히 하면 그렇잖아도 긴 수명이 더 길어지면 곤란하다 싶다. 이건 운동하기 싫은 나의 변명이다.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은 나도 알겠는데 잘 안된다. 시작은 어찌어찌해도 재미없어 계속하지 못한다. 타고난 몸치에 관절까지 노화되어 동작을 제대로 따라 하지 못하고 쉽게 익히지 못해 재미를 느낄 새도 없다. 재미없으니 금세 하기 싫어진다.
그리하여 그냥 걷기로 했다. 걷기라도 꾸준히 하면 안 하는 것보다 낫지 않으랴. 월요일엔 문경새재를 걷는다. 문경새재 길은 조선시대 만들어진 고갯길로 영남지방에서 서울로 가려면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길이다. 과거 보러 가는 선비도, 보부상도 모두 이 고갯길을 넘어야 했다. ‘새재’는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라는 의미가 있다는데 요즘의 산책길을 편하게 걸을 수 있게 되어 있다. 3 관문을 넘어가면 충청도 괴산이다. 우리는 일단 2 관문까지 왕복 8km를 걷는다. 처음에는 이것도 헉헉댔는데 이제는 제법 가뿐하게 다녀온다. 좀 더 익숙해지면 3 관문까지 도전할 계획이다. 조만간에 가능하리라.
오늘도 남편과 함께 잘 다녀왔다.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