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을 가지고 나오는 거였어

창조는 말로 하는 거야

by 박경이


수박이 열렸다, 1센티도 안 된다.

깜짝!

그 작은 것에 가느다란 줄이 있다.

정말 줄을 가지고 나오는 거였구나,

수박됨을 지니고 태어나는 거였어.

그러니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이 되겠냔 말이지.

그리고 호박은 호박인데 줄을 왜 긋냔 말이야.


그건 그렇고, 수박은 송아지처럼

처음부터 크게 생기는 거 아니었어?

쉿,

호박꽃 하나가 완전히 피었잖아.

해바라기보다 더 얼굴 바짝 끌어당기는 진노랑.

발가락부터 온기가 오르며 눈조차 밝아지는 신의 광채다.

태초에 빛이 있으라, 할 때의 그 빛이자 색이 바로 요것일 듯.

어머나, 그럼 수박은 ‘줄도 있으라’, 이렇게 만들어진 거겠네.

그렇다면 창조는 말이야.

말로 하는 거야.


정말 그렇다면 말이야, 사람은 말이야,

엄마 안에 한 점 동그라미일 때부터 시작되는 거야.

사람다운 말로 엄마의 목소리를 들려줘야 하는 거야.

“사람의 향기를 가져라, 사랑하는 아가야.”

이제 아빠가 또 이름을 부르며 말을 해야겠지.

“아무개야, 너는 우리가 원한 우리의 아기란다. 맘껏 너를 펼쳐 보렴.”

또한 부모가 함께 간절히 선언해야 하는 거야.

“스스로 생각하며 너의 무늬를 그려라.”

어때, 침묵의 대답이 들리지, 느껴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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