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 Before

또 하나의 우리 정원

by 박경이


보기 싫더니 이젠 볼만해, 괜찮네. 살아 봐야 알아.

아랫집의 채소밭을 보면서 남편이 말하기에 나도 얼른 내다봤다.

맞아. 그 삶에 들어가 봐야 알지. 이젠 멋진 우리 정원의 일부야. 아니, 근데 뭐야? 자기도 시커먼 비닐이 보기 싫긴 했더란 말이야?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더니, 흥.


철마다 달라지는 밭고랑에서 자라는 아랫집의 갖가지 채소들은 신기하고 예뻤다. 채소의 특성에 따라, 또는 그들이 필요로 하는 양에 따라 밭고랑의 길이와 넓이를 다르게 만든다는 것을 깨닫자 깊은 탄성이 터져나왔다. 아저씨가 공대농법으로 샤샥~ 집중한 어느 날이면 밭의 판도가 완전히 바뀐다. 동선 최소화 효율 최대화, 우리 부부에겐 아직 가늠불가의 요술이다. 처음엔 비닐만 보이더니 이젠 사람과 채소가 보이고 손과 마음이 읽힌다. 수시로 모습을 바꾸며 펼쳐지는 또 하나 우리 꽃밭, 분수에 넘치는 덤이다. 실천으로 삶을 전하는 인생선배 덕분이다.


일 년 전, 이사 직후 같은 장소에서 우리의 대화는 이러했다.


여보, 저기 좀 봐, 밭에 저 검정 비닐들 너무 싫어.

시골이 그렇지 뭐.

하필이면 왜 우리집 창문 아래가 이 집 밭이냐구, 꽃이나 잔디여야지.

자기도 상추 심고 싶어서 온 거잖아. 밭이 왜, 어때서.

우리 밭도 아니잖아, 이런저런 너저분한 것 다 보이고.

농기구도 깔끔하네, 보기 좋게 잘 정리해서 걸어놨구만.

이렇게 시커먼 비닐 보고 살아야 하는 거야?

안 보면 되지 뭘.

어떻게 안 봐. 보이는데, 창 바로 아래.

멀리 산 쳐다 봐, 그런 거 보러 온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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