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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일 종족주의>의 주전장 '위안부 서술' 격파한다

일본, 식민지, 성노예, 이영훈

by 오태규 Feb 03. 2025

식민지 근대화론의 기수인 이영훈 등이 쓴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의 주요 타격 목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다. 주요 필자가 일제 강점기의 경제사를 실증 주의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학자지만, 전공과 달리 위안부 문제에 초점을 맞춘 것은 이 문제가 '반일 종족주의'의 아성이자 핵심이라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이영훈은 이 책을 출판한 뒤 "위안부 성 노예설을 국내에서 공개적으로 부정한 연구자는 제가 최초가 아닌가 생각합니다"라고 자랑했다. 그가 위안부 문제를 '반일 종족주의'의 주전선으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책의 구성에서도 이영훈 등이 위안부 공격에 얼마나 힘을 쓰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책은 모두 3부로 돼 있는데, 위안부 문제는 '종족주의의 아성, 위안부'라는 제목으로 맨 뒤인 3부에 배치돼 있다. 글은 모두 5편이며, 분량은 120여 쪽(총 413쪽)이다. 이 중 3편을 이영훈이, 2편을 주익종이 썼다.

 

<탈진실의 시대, 역사 부정을 묻는다>(푸른 역사, 강성현 지음, 2020년 2월)는 <반일 종족주의>에서 이영훈 등이 제기하고 있는 위안부 관련 주장을, 정면에서 비판한다. 전수 대구가톨릭대 교수가 쓴 < <반일 종족주의>의 오만과 거짓>이 이영훈 등의 일제 강점기 경제사 연구, 즉 식민지 근대화론의 잘못에 초점을 맞추어 비판한 책이라면, <탈진실>은 위안부 문제를 보는 그들의 시각과 방법론, 주장의 부실함과 허구성, 기만성을 날카롭게 폭로하고 비판한 책이다.


이 책의 저자 강성현 씨(성공회대 열림 교양대학교수)는 위안부 문제를 이론의 장과 현장을 종횡으로 넘나들며 오랫동안 연구해 온 역사사회학자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연구의 진위, 허점을 누구보다도 잘 판별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는 이영훈 등의 위안부에 관한 주장을 "비유하자면, 이영훈의 책은 상처투성이고 심지어 상한 재료(사실)들이 일부 괜찮은 재료와 섞인 채 화려한 양념으로 버무려진 가짜 음식(책)"이라고 평가했다. '맛이나 영양(역사의 올바른 이해)은커녕 잘못 먹으면 탈이 날 수도 있는 음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영훈 등이 만든 음식이 문제투성일지언정 잘 팔리는 음식이라는 점에 주목해, 팩트 싸움의 정공법을 하기 전에 준비운동을 세게 한다. 자기 편 주장만을 진실이라고 믿는 요즘과 같은 탈진실 시대에는 팩트 싸움이 공허한 진영 논리의 다툼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뽑아 든 전략이 팩트에 대한 세세하고 전문적인 싸움을 하기 전에 이영훈 등이 만든 수준 미달의 음식(책)이 맛있다고 잘못 알려지는 맥락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그에 대응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그가 3부로 된 이 책의 1부('반일 종족주의란 무엇인가'에서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이 나온 맥락과 배경을 먼저 심층적으로 짚어본 이유다. 그는 1부에서 한국의 '반일 종족주의' 주창자들이 일본의 우익과 어떻게 연관을 맺고 협력하고, 때로는 그들의 주장을 악질적으로 변주하며 활보하는지를 살펴봤다.


 그는 한국과 일본 우파의 통시 성과 공시성을 분석하기 위해 1997년, 2005년, 2013~15년을 꼽아 검토했다. 1997년은 일본에서 수정주의 역사관을 가진 세력인 '새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발족한 해이고, 2005년은 한국에서 '뉴라이트 집단이 등장한 해이다. 2013~15년은 뉴라이트의 반일 민족주의에 대한 공세가 극성을 부리며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꾀하던 시절이다.


2부와 3부에서는 이영훈 등의 위안부와 관련한 주장을 조목조목 살을 발라가며 비판했다. 2부(<<반일 종족주의>> 주장을 비판한다>의 소제목을 훑어보면, '01. 일본군 '위안부'는 '성 노예'가 아니라 돈 잘 버는 매춘부라고?', '02. 유괴나 취업 사기는 있지만, 노예사냥과 같은 강제 연행은 없었다?', '03. 민간의 공창제가 군사적으로 동원되고 편성된 것이니 합법이다?', '04. '위안부' 개인의 영업이었고, 자유 폐업의 권리와 자유가 있었다?', '05. 수요가 확보된 고수익 시장이었고, 적지 않은 금액을 저축, 송금했다?', '06. '위안부'와 여자정신대를 혼동하고 있다?'가 이어진다.


소제목은 이영훈 등이 위안부에 관해 주장하는 것이고, 내용에서는 이에 대한 반박과 비판이 매섭게 전개된다. 이영훈 등은 역사 실증주의를 강조하며 자신들의 주장이 사료와 증거에 기반한 신뢰할 만한 학문적 연구 결과임을 강조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수법은 피해자에게 피해를 실증하라는 '부정의 실증주의'의 전형적인 수법이라면서, 홀로코스트 부정론 자도 흔히 써 온 방법임을 강조한다.


'부정의 실증주의' 자들은 대개 기존 합의를  무시하고 자기들끼리만 서로 인용하고 베끼며, 근거 없는 숫자의 나열, 주장의 끝없는 반복을 시도한다. 그들의 자료 선택은 편향적이고 의도적으로 사료를 오독하거나 생략하며, 전거를 왜곡하거나 필요하면 없는 증거를 만들어서라도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화한다. 바로 이것이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에서, 한국에서 구태의연하게 반복되고 있다. 바로 <반일 종족주의>가 그런 주장의 모범을 담고 있는 책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3부에서는 이영훈이 위안부 관련 자료와 증언을 어떻게 선별하고 왜곡했는지를 실례를 들며 꼼꼼하게 따져본다. 직접 현장 답사와 자료 발굴을 오랫동안 해온 저자의 내공이 빛나는 부분이다. 대표적으로 위안부 출신인 문옥주 할머니의 수기를 맥락을 무시하고 멋대로 해석하거나, 위안부 사진을 일면만 강조해 비트는 행위를 강력하고 신랄하게 비난한다.


이나영 정의연대 대표는, 이 책의 압권은 "<반일 종족주의>에 담긴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하면서 이영훈의 앙상하고도 모순적인 논리 구조를 치밀하게 혁파한 대목"이라면서 "역사를 부인하고 굴절시키는 자들이 '궤변'을 '사실'로 구축하고자 할 때, 이에 맞서 역사를 직시하고 기억하고 대항 담론을 고민하며 '진실'을 구축하려는 시민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한국의 생각 있는 연구자들이 이런 종류의 책을 더욱 많이 펴냈으면 좋겠다. 싸움에는 여러 종류와 차원이 있다. 학자를 상대로 한 싸움에서는 학자가 먼저 나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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