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햇살나무 Mar 19. 2023

불안한 나의 안전기지는 나 자신입니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영유아기 아이들에는 무조건 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무엇이 필요한 지, 지금 기분은 어떤지 말할 수 없기에 지켜보며 표정과 몸 그리고 울음으로 표현하는 말들을 알아주고 해결해 주는 사람. 지켜봐 주고  돌보고 보호해 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 역할을 하는 사람을 우리는 보통 부모라 부른다.


그런데 나는 그런 사람이 없었다. 물론 안전하게 신체를 돌봐주고 의식주를 책임져 주는 엄마는 있었지만 내 마음을 알아주고  함께 해주고 지지해 주는 엄마는 상황이  시대가 그리고 부모역할에 대해 알지 못함이 나에게서 엄마를 빼앗아갔다.


예쁘게 방긋 웃어도 그 순간 지켜봐 주는 사람이 없었고 자지러지게 울어도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메아리에 불과했다. 울고 웃고  찡그리고 발버둥을 쳐도 바쁜 엄마에게는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엄마는 말했다. 다 그렇게 키우는 거라고 생각했다고. 나도 그렇게 컸고 이모들도 그렇게 자식들을 키웠다고.


그러면서도 특히' 너는 저절로 컸다고. 젖 먹여서 고무 대야에 눕혀 놓으면 쌔근쌔근 잘 자고 잘 놀았다고. 착하고 순했다고.' 반추하듯 읊조리는 그 말속에는 고마움과 뿌듯함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엄마는 순한 나로 인해 덜 힘들었나 보다. 그런데 그 말에 나는 왜 마음이 아릴까?


그 말을 들으니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슬픔이 고개를 내밀고 스멀스멀 올라온다. 눈가는 빨갛게 물들고 그렁그렁한 슬픔은 언제 쏟아질지 몰라 난 고개를 치켜들었다. 지나가던 뭉게구름이 눈 안으로 들어온다. 그렇게 슬픔은 뭉게구름으로 가려진다.


나는 순하고 착한 게 아니라 좌절하고 절망하고 순응한 것이었다. 울어도 웃어도 그 어떤 신호를 보내도 나에게 돌봄과 사랑은 엄마의 시간에 의해 주어지니 자포자기한 것이리라.


어른이 된 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잘 지내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내가 보내는 신호에 상대가 응답하지 않으면  절망하고 포기하고 순응하고 단절하고 있었다. 왜 그러냐고 묻지도 않고 서운하다고 화를 내지고 않았으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고립을 선택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의 나와 똑같은 방법으로 나를 보호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나를 보호하는 내가 아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일관성이 결여된  사랑은 나에게 도전하기도 전에 포기를 가르쳐 주었고 내 가치를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으로 정해 열등감과 동행하게  했으며  세상은 안전하지 않다고 말해 긴장하고 살라는 듯 과도한 불안과 함께 하게 했다.



영유아기에는 무조건 적인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이때 충분한 관심과 사랑 돌봄을 받은 아이는 자신을 신뢰하고 타인을 신뢰하고 세상을 신뢰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된다. 우리는 이것을 애착이라고 부른다.


애착이란 인생 초기에 부모와 자녀 사이에 감정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으로 영유아기 아이들은 특정한 사람 곁에 있으려는 성향을 보이며 애착을 통해 사람과 사회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감과 안전감을 경험하게 된다.


이때 안정애착을 형성한 아이는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타인은 엄마처럼 수용적일 거라고 기대한다. 타인과 함께 할 때 그리고 세상에 대해 신뢰감과 안전감을 느끼기에 도전하는 것도 쉬우며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한다.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자신의 감정에 대해 솔직하고 행복감을 자주 느낄 수 있다. 엄마라는 안전기지가 있기에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안정애착을 형성한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타인에 대해 신뢰감이 있기에 타인과 사귀는 것이 편안하며 타인으로부터 버림받거나 타인과 지나치게 가까워지는 것에 대해 불안해하지 않는다. 사람에 대해 기본적인 신뢰감이 있기에 타인이 잘못했을 때도 그들을 이해하기도 쉬우며 다른 유형보다 관계를 오래 지속할 수 있다.


반면 회피 애착을 형성한 아이는 타인을 신뢰하지 못하고 타인과 지나치게 가까워지면 불편함을 느낀다.  타인과 친밀감을 형성하는 데 두려움을 느끼며 친구관계나 연인관계에서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때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또한 좋은 모습만을 보이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과 멀어질까 봐 두려워하면서.


타인과 갈등이 생기면 무조건 참거나 피하고 보기에 갈등은 더 커지게 되나 그 관계를 깨면 더 불안해 지기에 , 그렇게라도 그들과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갈등을 덮어두고 표면적으로만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유나도 그랬다. 고2인 유나는 자신은 연기를 한다고 했다. 친구들과 잘 지내기 위해 그냥 웃었고 그들이 맞다고 하면 생각이 다른데도 나도 그렇다.라고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럴수록 친구들은 유나를 함부로 했고 선생님들도 유나는 착하니까라고 말하며 자신의 감정을 가감 없이 표현하곤 했다. 유나는 자신을 포기하면서까지 관계를 지키고자 했다. 적어도 외로워 보이지는 않으니까. 그것이 유나의 자존심이었다. 친구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아이.


불안전 애착 관계는 집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집착은 상대를 소유물로 여겨 통제하려 하거나 상대에게  신경이 집중되어 있어 상대가 좋으면 자신도 좋고 상대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예민해지고 안절부절 어쩔지를 몰라한다.


이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반면 타인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느끼기 때문에 일어나는 쏠림 현상이다.  자신에 대한 부적절감이 크기 때문에 타인으로부터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관계에 집착하지만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타인에게 맞춰주는 패턴을 쓰기 때문에 대인관계에서는 긍정적으로 보인다.


양가애착을 형성한 아이들은 타인과 지나치게 가까워지기를 원하나 자신이 원하는 만큼 타인이 자신과 가까워지려 하지 않는 것을 걱정하는 동시에 타인에게 버림받거나 사랑받지 못할 것을 두려워한다. 친구나 연인에게 강박적으로 집착하며 감정이 널뛰기를 한다.  기분이 좋으면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하고 기분이 좋지 않으면 세상을 다 잃은 듯 절망하며 질투심이 심해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불편하고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타인의 사랑과 인정에 지나치게 의존하며 타인의 사랑을 믿지 못하고 타인의 거부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여 강박적인 욕망, 극단적인 끌림. 질투, 외로움 등 감정의 기복이 심해  처음에는 아이 같은 모습이 사랑스럽게 느껴지던 연인이나 친구도 반복되는 감정의 스팩트럼을 견디기 힘들어 관계가 오래가지 못할 수 있다.



나는 회피애착이었다. 나는 상처받고 싶지 않아 혼자 있는 시간을 선호하는 사람이 되었고 갈등이나 거절 평가받는 것이 싫어서 그 상황 자체를 피하거나 포기하면서 살았다. 인간관계에서 예상되는 불편이나 실패가 싫어 미리 상황을 차단하는 것이다. 그래서 고립을 선택하는 것이다. 겉으로는 독립적이고 상처받지 않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미루고 도망쳤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성장과 성숙은 거리가 멀어지고 있었다.


안전기지가 없는 아이에게 가장 안전한 것은 있던 그 자리에서 전하다고 생각했던 일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만나는 사람,  먹어본 음식, 하던 일을 선호했다. 적어도 경험해 본 것은 나 자신을 덜 긴장하게 하고 속상함이나 열등감의 상처로부터  조금은 지켜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도전은 나에게 공포였고 두려움이었다. 그런데 지나친 안전감의 선호가 도전과 성장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어른이 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대처하는 방법이 다르다.  어릴 때에 비해  7:3, 또는 8: 2로 회피와 직면이 번갈아 나타나고 있지만 나는 그럴 때마다 허허하고 웃어젖힌다. 제일 속상한 것은 나인 것을 알기에, 노력하고 있는 그 모습이 나에게는 느껴지기에 웃음으로 나 알고 있어, 네가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말해준다. 해보자고, 속상하고 힘들면 내가 곁에 함께 있어주겠다고.


안전기지라는 말이 있다. 안전기지란 가장 편안하고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 쉼이 가능한 곳. 충전이 가능한 사람이 있는 곳이 안전지기라고 생각한다. 에너지가 고갈될 때 그곳에서 충전을 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곳.  나는 그 사람이 엄마이길 원했고 엄마가 있는 곳이길 원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성인이 된 지금의 안전지기는 바로 나 자신이다. 내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가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곳을 찾아주고 함께 있을 때 안전하다고 느끼고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과 함께 있어주리라. 지금부터 나의 안전기지는 나다.



마음을 보듬어 줍니다.


무섭고 속상했지?
아무도 너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아서
스스로 가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상처받았겠구나.
내가 너의 든든한 안전기지가 되어줄게.
마음껏 도전해도 괜찮아.

상처받고 지치고 힘들면 내가 호~ 해주고 안아주고 들어주고 곁에 있어주고 지켜줄게.

마음껏 성장해 봐.

그 여정에서 지치고 힘들면 내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

마음껏 항해하다 돌아오면 쉴 수 있는 항구 같은 너의 안전기지가 되어줄게.



나무님들은 불안하고 두려울 때, 누군가와 갈등이 생겼을 때, 낯설고 혼자라고 느껴질 때 에너지가 고갈되어 아무것도 할 힘이 없다고 느껴질 때 어떻게 에너지 충전을 하시나요? 어떤 분은 곰인형을 안고 있다고 하고 어떤 분은 술을 마신다고 하고 어떤 분은 쇼핑을 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산책을 하거나 음악을 듣기도 하고 다 다릅니다.  

 

나무님들만의 안전기지를 마련해 두면 어떨까요?  함께 할 수 있는 사람, 편안한 장소, 멍 때려도 되는 시간 등등 아름드리나무가 있는 숲길도 좋고 아무 말하지 않고 있어도 되는 친구도 좋고 도망치지 않고 내 마음을 내려놓아도 되는 안전한 그런 시간, 장소, 사람을 꼭 만들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람, 바로 나무님들이 나무님들의 안전기지가 되어주기로 해요.                          


     


               


                     

이전 06화 가치를 증명하지 않아도 괜찮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