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나는 왜 이럴까?

1부 그림자 안에 사는 나를 만나다.

by 한아름

나는 오래도록 ‘괜찮은 척’ 하며 살아왔다.
사람들 앞에서는 웃었고, 혼자일 때는 자주 울었다.
누군가를 탓하며 미워하는 것도 불편했고,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행동으로 옮기기엔 어색하고 어려워
결국 혼자서 끙끙 앓았다.


나를 지키기 위해 애쓰며 살아왔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애씀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일이 반복되기 시작했다.


감정이 자주 폭발했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 해도
마음 한구석엔
설명할 수 없는 슬픔과 억울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무심코 보던 장면에서 이유도 없이 눈물이 나기도 했다.

엄마가 아이를 안아주는 모습
젊은이가 노인의 짐을 들어주는 장면
비에 젖은 강아지를 조심스럽게 안고 우산을 씌워주던 아이

가족들이 웃으며 나들이 하는 모습등

그 평범한 장면들 앞에서 나도 모르게 가슴이 뜨거워졌다.

눈물이 핑 돌았다.


‘나는 왜 이럴까?

왜 나는 누군가가 누군가를 보호해 주는 장면을 보면

그토록 울컥할까.


아마도,
나도 그런 보호가 필요했나 보다.
누군가의 품, 누군가의 손, 누군가의 “괜찮아”라는 말.

그게 너무 필요했던 시간들이
내 안 어딘가에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이제는 안다.
그 감정의 뿌리엔
사랑받고 싶었던 어린 나가 있었다는 걸.
말하고 싶었지만
받아주는 사람이 없어
그저 조용히 참고 있었던
내 안의 아이가 있었다는 걸.




엄마는 늘 바빴다.
아침에 눈을 뜨면 할머니, 할아버지를 포함한
일곱 식구의 식사를 책임져야 했고 식사가 끝나면 곧장 밭으로 일을 나갔다.


점심이 되면 다시 밥을 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또 밥을 했다.
엄마의 하루엔 멈춤이 없었다.


그 옆에,
엄마에게 사랑받고 싶었던 작은 내가 있었다.
나는 본능처럼 엄마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징징댔다.
마음이 배가 고팠던 것이다.


하지만 엄마는
아이의 마음을 받아줄 여력이 없었다.
듣는 둥 마는 둥 하다가
결국 "저리 가!" 하고
차갑게 나를 밀쳐냈다.


어떻게든 사랑받아 보겠다는 아이는 그렇게 늘 밀려나고 있었다.
그게 바로 슬픔의 시작, 억울함의 뿌리였다.



엄마는 아이들의 시작이자 세계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근원이 되는 존재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는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는 사람이 되지만,
누군가에게는
불안과 결핍, 슬픔과 억울함을
몸 깊숙이 새겨주는 사람이기도 하다.


나에게 엄마는, 후자였다.

엄마는 분명 최선을 다해 우리를 사랑하셨다.


하지만
나는 늘 마음이 허기졌다.

가까이 있어도 멀게 느껴졌고, 사랑하면서도 벗어나고 싶었다.


엄마의 기분과 상황에 따라
나를 대하는 태도는 늘 달라졌고,
그럴수록 나는
엄마는 나를 귀찮아해’
하는 믿음을 품게 되었다.


그 믿음은 내 안에 뿌리처럼 자라

타인이 귀찮아할까 봐

다가가기 어려웠고
누군가 “예쁘다”라고 말해도
그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없게 만들었다.


감정을 표현하면
“울지 마.”
“징징거리지 마.”
“시끄러워.”
라는 말이 돌아왔고

그마저도 대부분은, 아무 반응도 없었다.

그럴수록 나는 점점 입을 닫았다.


감정을 감추는 데 익숙해졌고,
엄마와 함께 있는 시간은
오히려 더 외롭고, 더 불안했다.


그렇게
아이였던 나는 소녀가 되고,
처녀가 되고, 엄마가 되었다.


어른이 된 어느 순간까지도
나는 감정 앞에서 자주 당황하곤 했다.
가슴이 먹먹한데 왜 그런지 모르겠고,
화가 나는 것 같으면서도
눈물이 먼저 난다.


그리고 그런 나를 보며 자꾸만 되묻게 된다.

“나는 왜 이럴까?”

하지만 이제는 안다.


감정의 뿌리엔
'사랑받고 싶었던 어린 나'가 있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지만 하고 싶은 말과 원하는 것을 마음 깊숙이 밀어 넣고

말할 수 없었던 내가 있었다는 것을.


엄마도 힘들었고, 바빴고,
당신 역시 사랑받지 못해
어떻게 사랑을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는 걸 안다.


그 이해는 내 상처를 조금은 치유해 주지만
완전히 덮지는 못했다.

그래서 나는
사랑받고 싶어 엄마 주변을 맴돌다 스스로 포기해 버린 그 아이를 만나기로 했다.


엄마의 그림자 속에서 눈치를 보며 살아온 그 아이를
조심스럽게 끌어안고 속삭이듯 말을 건넨다.

“너 괜찮아? 외로웠겠다. 이제는 내가 함께할게.”


그러자
어린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다.

“이제 나, 봐줄 거야?”


그동안 나는 나를 제대로 바라보는 시간을 놓치고 있었다.

그 시간 동안 어린 나는 묵묵히 기다리고 있었던 거다.

바라봐주기를.
관심 가져주기를.
함께 있어주기를.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사랑받고 싶어 기웃거리고 있는 그 아이가 있다면
잠시 멈춰 말을 걸어보면 좋겠다.

“괜찮아. 이제는 내가 네 곁에 있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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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화, 수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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