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서영 Sep 10. 2024

마른 꽃을 들고 살아있는 기억으로 갑니다

고치지 않는 시, 하루 시 하나011

마른 꽃을 들고 살아있는 기억으로 갑니다


갖 꺾인 생화 다발을 들고

무덤에 갑니다

익숙한 날짜가 적힌 돌 옆에

산 꽃들 뭉쳐 놓은 다발을 내려 놓습니다


오래 전에 선물 받은 꽃이 죽었습니다

말라 죽은 꽃을 들고 살아있는 기억에 갑니다


생화 다발을 들고 무덤에 가듯

죽은 꽃을 움켜쥐고 살아있는 그곳에 갑니다


마른 꽃도 젖은 꽃도 나를 향해 비웃습니다

무엇이 살았으며 무엇이 죽었냐고


여름 날 빨래보다 마른 꽃 속에 코를 파묻습니다

여전한 향기가 살아있는 그곳으로 데려갑니다

죽어도 살아있고 살아도 죽나봅니다





https://youtu.be/RgdlpBy0NdA

글 쓰고 노래도 만들어 봄



이전 10화 생리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